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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 SNS서 “남편 술 달고 살아” “다른 남자 아이 같다며…”
경찰 “부부 갈등, 아동학대 사건과 관련 있다 보긴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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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후 2주 된 아들을 폭행해 살해한 혐의로 구속 송치된 남편 A(24)씨와 아내 B(22)씨가 18일 오후 전북 전주덕진경찰서 앞에서 취재진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
전북 익산에서 생후 2주 된 아들을 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20대 부부가 검찰에 넘겨진 가운데, 부부 사이 ‘불화’를 짐작하게 하는 정황이 친모가 남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글에서 나왔다.
19일 전북경찰청 등에 따르면 폭행, 아동학대 중상해, 살인 혐의로 검찰에 구속 송치된 A(24)와 B씨(22·여)는 가정폭력으로 수차례 경찰 조사를 받았다. 경찰 조사 결과 B씨는 둘째 아들을 임신했을 때 ‘남편에게 맞았다’며 경찰에 신고했다.
B씨는 2019년 11월 엄마들이 주로 모인 페이스북 비공개 그룹에서 ‘인기 게시물 작성 멤버’로 활동하며 불화 고민을 토로하는 글을 여러 차례 올리기도 했다. B씨는 첫째 딸이 태어난 직후인 2019년 12월 “남편이랑 멀어진 기분이 든다. 남편이 (나를) 무시하는 거 같고 신경도 안 쓴다”라고 적었다. 이어 “남편은 술을 항상 달고 살아 혼자가 된 기분이다. 우울증이 온 건지 몰라도 너무 외롭다”라고 토로했다.
둘째 아들 출산 직전인 지난달에는 “남편이 술 먹으면서 첫째랑 둘째가 자기 자식이 아니고 다른 남자의 아이 같다며 유전자 검사를 하자고 해서 ‘알겠다’고 했다”며 “그 혈액형이 확률적으로 나올 수 없다면서 사람을 보채는데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하냐”고 고민을 털어놨다.
경찰 관계자는 “부부 사이에 다툼이 있었다는 진술이 있었지만, 개인사라 확인해 줄 수 없다”며 “부부 갈등이 이번 아동학대 사건과 관련이 있다고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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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기사내용과 관련 없음. 게티이미지뱅크 |
이들 부부는 올해 2월 초부터 7일 사이 익산의 한 오피스텔에서 생후 2주된 아들을 침대에 던지거나 뺨을 세게 때리는 등 7차례에 걸쳐 폭행해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를 받는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 결과 숨진 아이의 1차 소견상 사인은 외상성 두부 손상에 의한 뇌출혈로 나타났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숨진 아이의 얼굴 곳곳에 난 멍 자국을 학대 흔적으로 보고 이들 부부를 긴급 체포했다. 이들은 경찰 조사에서 “아이가 침대에서 자다가 바닥으로 떨어졌다”며 폭행 혐의를 부인했지만, 경찰이 추궁하자 “아이가 분유를 먹고 토해 침대에 던졌다”며 혐의를 일부 인정했다. 다만 “죽을 정도로 때린 것은 아니다”라면서 아이 사망 책임을 서로에게 떠넘기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아이의 상태가 악화하자 경기도 용인에서 발생한 ‘이모·이모부의 물고문 사건’과 ‘멍 빨리 없애는 방법’ 등을 검색한 것으로 드러났다. 아이가 숨졌을 당시에도 119에 신고하고 구급대원 앞에서 심폐소생술(CPR)을 하는 것처럼 연기하는 등 범행 은폐를 시도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당초 경찰은 학동학대치사 혐의로 이들을 조사했으나, 폭행 강도와 수법 등으로 볼 때 범행 고의성이 크다고 보고 살인죄로 검찰에 넘겼다. 경찰은 이들의 휴대전화 디지털 포렌식과 피의자 진술 등을 토대로 아이 퇴원 직후부터 폭행한 것으로 파악했다.
한편 A씨 부부는 지난해 2월에도 숨진 아이의 한 살배기 누나를 학대한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았고, 지난해 7월 법원에서 ‘증거 불충분’으로 무죄 판결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