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유 씨는 B 엔터테인먼트에 합류한다는 영상을 올렸다. 극단적 선택을 시도해 충격을 준 얼마 뒤 갑작스럽게 이런 발표를 하자 구독자들은 동요했다. 논란은 있었지만 그럼에도 유 씨를 지지하는 목소리가 컸다. 유 씨가 오랫동안 선행을 베풀어 이미지가 너무 좋았기 때문이다.
지인들 사이에서는 유 씨가 정신과 약 때문에 잠시 오해를 빚었을 뿐 착한 사람이라는 인식에는 변함이 없었다. 영상에서는 힘든 모습을 보였지만 유 씨는 지인들에게 돈을 빌리고 갚기를 반복하며 믿음을 쌓아가고 있었다.
유 씨는 ‘급전이 필요하다’, ‘세금 문제로 계좌에 돈을 넣어야 한다’라면서 지속해서 주변인들에게 손을 벌렸고 일부를 갚은 뒤 다시 빌려 갔다. 앞서 박 씨는 유 씨에게 처음 3000만 원을 빌려줬지만, 그 금액이 증액돼 나중에는 1억 5000만 원까지 늘어났다.
지난 4월 박 씨는 유 씨와 식사를 했다. 박 씨는 당시 식사 자리를 이렇게 회상했다.
“처음 밥 먹으면서 얘기를 듣는데 ‘내가 아는 유정호가 맞나’, ‘그 선행의 아이콘이 맞나’ 하는 의심이 들었다. 허세와 돈 욕심으로 가득 찼고 부를 과시하기 바빴다. 자기가 무슨 차를 타는지, 비서를 어떻게 대하는지 등을 얘기하는데 탐욕이 느껴졌다. ‘급전이 자주 필요하다면서 유튜브 광고는 왜 안 넣느냐’고 물으니, ‘유튜브 광고비는 얼마 안 한다. 광고 안 하면 깨끗한 이미지를 얻을 수 있고 그러면 사람들이 화장품을 사준다. 미스트 그거 다 물이다. 화장품 하나 팔면 마진이 얼마인 줄 아느냐’는 둥 돈 얘기만 실컷 했다.”
4월 중순 B 엔터테인먼트가 유 씨 화장품 회사까지 인수하면서 구독자들은 어리둥절한 상황이 됐다. 2월 유 씨의 '자살 소동' 때 주문했던 회원들은 그때까지 화장품을 받지 못하고 있었다. 유 씨는 ‘재고가 쌓여서 힘들다’며 구매를 유도해 놓고는 ‘화장품 용기 생산에 차질이 있다’며 배송 일정을 차일피일 연기했다.
유 씨는 5월 초 돈거래를 하던 지인들에게 가장 많은 돈을 빌린다. 5월 21일 돈을 빌려준 지인들에게 만기보다 빨리 갚기로 한 약속을 지킨다. 그러고 채 1시간이 지나지 않아 유 씨는 ‘사업자 계좌에서 돈을 잘못 빼 큰일이 났다’며 다시 돌려주면 만기 날 갚겠다고 해 지인들은 순순히 돌려준다. 하지만 만기 날짜가 지나도 돈을 갚지 않자 독촉하는 지인들에게 ‘국세청 관련한 문제가 있다’ ‘사업 파트너가 계좌에 돈을 묶어두길 원한다’ 등 각종 거짓말로 상환을 미루기 시작했다. 그러다 5월 28일 연락이 두절됐다.
지인 박 씨는 유 씨가 갑작스럽게 연락이 끊기자 다급한 마음에 그의 어머니에게 연락했다. 유 씨 어머니는 ‘B 엔터에 얘기해봐라’라고 말한다. B 엔터에 찾아간 박 씨는 B 엔터 전 대표 A 씨를 만나게 된다. 박 씨가 “돈을 못 받았다”고 하자 A 씨는 “그게 무슨 소리냐. 얼마 전에 다 갚지 않았느냐”고 하면서 손을 떨었다. 박 씨는 “돈이 들어왔는데 곧바로 유 씨에게 연락이 와서 돈을 돌려줬다”고 했다. A 씨는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알고 보니 유 씨와 A 씨 사이에는 3월부터 돈거래가 있었다. 3월 4일 새벽 유 씨는 페이스북에 ‘나에게 3억 원을 해줄 분이 있냐’고 글을 올렸다. 기부 플랫폼을 운영했던 A 씨는 유 씨가 광고 이미지에 딱 맞는 사람이어서 모델로 계약을 원하고 있었다. A 씨는 유 씨에게 3억 원을 빌려주기로 하고 차용증을 썼다. A 씨는 “내가 만든 기부 플랫폼은 유정호 씨를 보면서 만든 사이트였다. 유 씨는 내가 존경하는 인물이었기에 주변 돈 다 끌어서 3억 원을 만들어줬다”고 설명했다.
3월 이후 유 씨는 A 씨에게 거의 매일 수천만 원을 요구했다. A 씨는 ‘유 씨가 100만 유튜버이고 돈을 빌려 가면서 그가 보여준 화장품 사업 매출이 1년에 17억 원이어서 떼일 염려는 없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 액수가 30억 원에 가까워지면서 부담스러워졌다. A 씨가 더 빌려주기 어려운 한도까지 왔을 때 유 씨는 “화장품 회사를 인수해 달라”고 호소했다. A 씨는 ‘연 매출이 17억 원인데 경영을 제대로 하면 매출을 더 늘릴 수 있지 않을까’ 싶어 채무를 변제해 주고 웃돈까지 얹어 화장품 회사를 인수했다.
그렇게 끝나는 줄 알았던 유 씨와의 돈 관계가 다시 얽히게 된다. 유 씨는 A 씨에게 “내가 개인적으로 빌린 채무가 있는데 이 돈 해결 안 하면 채무자들이 나를 고발하는 영상을 올린다고 한다. 그럼 내 이미지는 끝장”이라고 하소연했다. A 씨는 “그래도 유 씨를 살려야 사업이 유지된다고 생각했다”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채무가 얼마냐는 말에 유 씨는 처음에는 9억 9000만 원이라고 했다가, 12억 원이라고 했다가 최종적으로 15억 원을 부른다.
A 씨는 자신의 모든 신용을 끌어다 유 씨의 채무를 해결해 줬다. 이 돈을 5월 21일 유 씨의 다른 지인들이 잠시 받게 된다. A 씨가 돈을 입금할 때 유 씨는 지인들에게 전화해 ‘사업자 계좌’ 등으로 돈을 다시 빼갔다. 알고 보니 유 씨는 이 돈을 도박 자금으로 탕진하고 있었다. 유 씨는 5월 29일 ‘투자 단톡방 사기에 당했다’고 글을 올렸지만, 그의 가족들에 따르면 도박으로 돈을 탕진했다.
결국 B 엔터 전 대표 A 씨는 껍데기뿐인 화장품 회사, 이미지가 훼손된 유튜브 채널 매입과 채무 변제를 포함해 약 50억 원의 빚이 생겼다. 유 씨 지인들은 5억 원, 3억 원, 1억 원, 소액으로는 650만 원 등의 돈을 빌려준 뒤 받지 못했다. 유 씨는 연락이 두절된 상태다. 한 피해자는 “페이스북에 자신이 사기 피해자인 양 코스프레하면서 올려놓은 글을 보며 인간에 대한 혐오가 들었다. 그 때문에 선행한다는 인간들을 불신하게 됐다”며 눈물을 보였다.
A 씨는 “유 씨의 지속적인 사기행각에 또 사고 치겠다 싶어서 정신병원 입원을 가족들에게 권유했다. 면밀하게 살펴보니 유 씨는 입만 열면 거짓말이라 사기 혐의로 고소해 법의 판단을 받게 하고 싶다”고 말했다. 유 씨 가족들은 “유 씨는 6월 14일 정신병원을 퇴원했지만, 대화 나누기는 어렵다”고 전했다.
A 씨는 “이 사건으로 대표직에서 물러나는 불명예를 얻었지만, 피해자 입장에서 추가 피해를 막고 남은 회사 직원들의 미래를 위해 유정호의 실체를 낱낱이 알리겠다. 지금까지 알려진 건 빙산의 일각이다”라고 전했다.
<5줄요약>
1. 유정호의 선행 천사 이미지는 모두 거짓이었음.
2. 유정호는 사업가 A씨(베리스토어 대표)에게 접근해 30억을 빌린뒤 갚지않고 대신 자기 화장품 회사를 인수하도록 유도함.
3. 얼마후 자신의 다른 사기행각이 밝혀질 위기에 처하자 A씨에게 15억을 대신 갚아달라고 요구함.
4. A씨가 15억을 모두 갚아주자 유정호는 곧바로 피해자들에게 다시 돈을 빌려서 마지막으로 잠적함.
5. A씨가 유정호에게 피해입은 금액은 50억에 달함.
출처: https://ilyo.co.kr/?ac=article_view&entry_id=404278
와...진짜 내가 알던 사람이 맞냐
사기꾼이 작정하고 속이면 안넘어가는 사람이 없다더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