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의경 112타격대를 전역,
의경 나온 애들은 알지만 꿀부대로 유명하다.
주 업무는 경찰서 입구 보초.
그리고 '자살의심자 수색, 실종자 수색, 미귀가자 수색, 밀입국자 수색'
내가 있었던 경찰서의 행정구역은, 전국에서도 상당히 낙후된 지역이었다.
자살의심자 및 실종자, 미귀가자 수색 출동이 일주일 평균 9회였고, 밀입국자 수색은 한 달 2회였다.
출동 시간은 대부분 새벽, 정오~4시. 보초 시간이랑 겹치면, 그 날은 잠 못잤다. (타격대 인원 16~18명)
2인 1조 근무, 휴가자, 1호차 1명, 교통대원 2명... 사실상 항상 11~12명으로 운영되었기에 새벽근무는 대부분 있었음.
아무튼 출동 나갔을 때 봤던 시체들.
총 5회.
1. 이경 말
새벽 2시, 남편이 카톡으로 자살 징후를 보였고, 들어오지 않는다는 신고. 마지막 목격 장소는 아파트 뒷산.
아파트 뒷산 수색 중, 나무 기둥 밑에 과자, 소주 봉지가 있었음. 이게 왜 여기 있지? 라는 생각이 들었음.
무의식적으로 랜턴을 나무 위로 올렸고, 정말 10초 동안 아무 것도 못하고 소리만 질렀다.
정말 소리만 질렀다.
1분도 안 되어서 출동인원 모두 모였고, 구급대원들이 올 때까지 나는 랜턴을 그곳에 고정시키고 있었다.
포상 휴가는 1박,, 3~4달 동안 밤에 나무를 쳐다보지 못했다.
2. 일경 중
-익사체
해안 부근 산책로에서 추락했다는 신고.
우리 부대원들 사이에서, 익사체가 해류에 떠밀려 오는 스팟을 몇 군데 교육시켜둠.
사실 익사체 수색 신고가 들어오면, 대충 그곳 근처 돌아다니다가 발견 못하고 복귀하는 게 대부분 (2~3시간)
그 날도 아무생각 없이 랜턴을 비추던 중, 무언가 보임.
검정비닐봉투인 줄 알았고, 가까이 갔고, 그제서야 머리가 보였음.
바로 옆의 상급자에게 보고한 후, 무전을 했음.
다시 떠내려가지 않도록 육지로 옮겼다. 그 감각이 너무 소름끼쳤고, 그냥... 현실감이 없었다.
포상 휴가는 1박.
3. 상경 중
-질식사
자살 징후 카톡을 받은 딸이, 아버지의 실종을 신고.
마지막 발견은 차를 가지고 산에 갔다는 내용. 수색 20분 후, 산 입구 부근 안 쪽에서 차량 발견 (새벽 6시?)
*원래 경찰인력들로 수색을 하다가, 수색인원이 부족하면 우리를 부름. 그 후 방순대 (100명정도) 원조.
그런데 오히려 입구라서 경찰들이 못보고 우리까지 부르게 된 것.
차량 안에서 소주병 여러개와 연탄불 발견.
차량을 운전하여야 했기때문에, 구급대원 기다리는 동안 주변 관리.
시체를 보고 한 생각은, 온전한 상태의 시신이라서 다행이다, 라는 어처구니 없는 생각을 하게됨.
4. 상경 말
-압착체
내 인생, 최악의 기억.
트럭에 치인 50대의 시신 중, 팔을 찾지 못하여 수색. (저녁 쯤)
본 시신을 목격한 후임 두 명 구토, 나는 일부러 안 봄...
사고가 발생한 도로 옆 수풀 수색 중, 핏자국이 있는 것 발견.
사고발생지와 꽤 먼 거리였기 때문에 당연히 팔이라고는 생각 못함.
그냥... 그냥 피가 튀었겠거니 하고 수풀을 헤집었고, 바로 다리에서 힘이 풀림.
사람의 신체가 어떻게 뜯기게 되는지 처음으로 알게됨.
주저앉은 상태로 무전.
포상 휴가 이틀.
5. 수경 말
자살 징후 메시지를 받은 아들이, 아버지의 자살의심 신고.
경찰 인력과 함께 바로 출동.
주택 문은 잠겨있었고, 안쪽에서는 아무런 대답이 없는 상태.
후임 중 한 명이 열려있는 창문을 찾았고, 바로 들어감.
그리고 안 쪽에서 들려오는 비명.
곧 이어서 문을 열더니, 시체가 있다고 이야기함.
후임 휴가 이틀.
뭐... 밀입국자 관련 썰도 많고, 새벽 근무 시에 주취자 들어와서 행패 부리는 건 다반사고,
시체를 아무리 많이 봤다고 해도, 결국 제일 힘들었던 건 2년 동안 새벽에 잠을 못잤다는 점인 듯.
일주일에 1~2번 제외하고는 무조건 새벽 근무가 있었으니,,
포텐에 경찰 PTSD관련 글 있길래 생각나서 끄적여 봤슴다.
꿀부대 맞아? 이거 충격 심하겠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