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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방은 이후로 나 혼자 잘 못들어갔음. 첫째 이유론 너무 무서웠고 둘째론 꼭 같이 2인 이상 같이 들어오라는 부장의 말 때문이었음.

 

솔직히 정말 바쁘고 힘든 날엔 동방에서 쉬고 싶고 책이랑 과제도 동방에서 해야겠는데

 

늘 그 곳에 친구 1명을 붙여들어오기란 영 불편하고 친구에게도 미안한 일이 아닐수 없었음. (문자로 늘 "야 나 동방 좀 같이 가줘"라고 하기도 이상하고...)

 

난 그래서 책을 가지러 갈때나 물건을 챙길때 치고 빠지는 식으로 안전 불감증이라고 며칠 지나지 않아 또 들락거림. 그렇게 일주일 쯤 지났을 때였음.

 

이젠 동아리 방의 이상한 얼굴도 없는 것 같고 그날은 날씨도 쾌청한게 좋길래 아침 일찍 와서 조금 밀린 과제를 하기로했음. 소파에 누워 뒹굴거리다가 동아리 책상에 주저앉아 놋북과 프린터 물을 보면서 피피티를 작성하는데...

 

동아리라면 어디든지 오래된 캐비넷, 얼마나 쓴건지 모를 서랍장들이 있을 거임. 그 쪽에서 딱! 하고 큰 소리가 들려왔음.

 

마치 어긋난 쇠와 쇳바퀴가 맞부딧치 듯이...

 

깜짝 놀라서 돌아다 봤는데 아무것도 없었음. 중간에 두번째 캐비넷 문짝이 살짝 열려 있었을 뿐. (우리 동방에는 총 세개의 캐비넷이 있었음. 하나는 그동안 쓴 동아리 시집과 활동집. 사진첩과 전문 서적으로 차있고 두번째는 동아리 축제나 심심할 때 가지고 놀만한 물총, 음악시디 테잎과 잡동사니가 있었고 서번째 캐비넷은 많이 낡고 망가졌는지 뒤로 돌려져 옷이나 동아리 점버를 걸어 놓는 행거에 가려져 있었음.)

 

사실 이 때 뛰쳐 나갔어야 했는데 실수였음...

 

약간 놀란 상태였지만 이상한 점도 없고 딱히 문제도 발생하지 않아 다시 피피티 작성에 몰두 했는

데 이번엔

 

 떵! 딱!

 

하면서 캐비넷 쇠문짝이 두번 튕기는 소리가 들림. 난 잠깐 뒤를 보기 망설여졌지만 진정하고 뒤를

홱 돌아다봤음.

 

역시 캐비넷 문짝만 전보다 더 열려있고 이상한 점은 없었음. 난 자리에서 일어나 캐비넷 문을 쿵

소리 나게 닫았는데. 닫히면서 캐비넷은 약간의 쇳소리만 낼뿐 이었음.

 

그 순간 기분이 매우 속된 말로 X같았음. 이 성기같은 동방에서 빨리 나가야겠다는 생각과 함께 거의

다된 피피티를 마무리하고 일어설 생각을 하고 있었음.

 

책상에 앉지도 않고 피피티를 대충 완성한 뒤에 슬라이드 바로보기를 연타로 누르며 넘기는데 뒤

에서 이번에도 역시나

 

 딱! 딱! 따닥!

 

세번 정도 캐비넷 문이 튕기는 소리가 들림. 그리고 내 피피티 슬라이드 쇼도 더이상 슬라이드가

없다는 문구가 떴음.

 

그러나 나는 솔직히 그자리에서 조금도 움직일수 없었음. 가만히 내 놋북만 다 끝난 내 과제만 응

시하고 있었음. 숨소리도 죽이고... 가만히 응시했음. 20초? 아니 20초도 안되는 짦은 순간에 난 얼

음이 되버림.

 

적막이 깨지고 내가 갇혀있던 동방 문이 벌컥 열렸음.

 

그러더니 내 옆으로 동아리 선배가 뭐라뭐라 떠들며 들어옴. 대충 날씨가 좋다는 얘기였던거 같은

데 난 계속 숨을 죽이고 있었음.

 

선배는 내가 뭔가 이상한걸 눈치 채고 슬슬 다가와서 나한테 괜찮냐고 어깨를 흔들어보였는데. 난

잠시 망설이다가 검지로 내 놋북 모니터를 가리키고 선배를 거칠게 끌어당기고 나왔음

 


 

보통 피피티 슬라이드 쇼가 끝나고 검은화면이 유지됨. 내가 본 검은 화면에는 뒤에 캐비넷이 비쳐

있었는데 살짝 열린 캐비넷 문 안으로 그 파란 얼굴이 보임.

 

여전히 무표정인 그 얼굴이 웃긴건 이전과 달리 그 머리가 좌로 뉘여져서 이마 랑 눈동자만 열린 틈새로 보임. 솔직히 나랑 눈이 마주친것 같지는 않고 계속 나를 노려다보면서 언제 뒤를 돌아볼지 그리고 나를 언제 덮칠지 때를 기다리는 것 처럼 보였음.

 

난 선배가 들어왔을 때 놋북으로 그 얼굴을 가리켰는데 솔직히 그 얼굴이 선배에게는 안보여서 나

만 병신취급 받을 줄 알고 그런건데 불행인지 다행인지 선배도 검은 스크린에 비친 그 얼굴을 보았

다고 함...

 

한동안 난 그 공방에 내 물건 다 챙겨나온뒤 들어가지 않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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