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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년 강릉 무장공비 침투사건 때, 난 강원도 00특공연대에서 복무했음..

 

 그 당시 난 전역을 6개월 정도 남겨놓은 상태였고 얼마뒤 추석이라 부대 분위기는 다소 들뜬 상태로 기억됨..

 

 96년 9월 강릉 안인진리에서 북한 인민무력부 정찰국 소속 무장공비들이 강릉에서 비밀임무를 마치고 북으로 복귀를 시도하다 잠수함이 암초에 걸려 좌초되었음..

 

 그들 중 대략 절반 가까이는 잠수함 승무원이었고, 나머지는 인민무력부 정찰국 소속의 최정예 요원들이었음..

 

 잠수함의 기동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이들은 잠수함에서 빠져나와 강원도 내륙지역으로 산개 함..

 

 이때부터 우리 군과 경찰이 군경 합동으로 대침투작전이 시작됨..

 

 사건 초기.. 도주를 포기한 듯... 집단자살한 북한공비 11명의 사체가 발견되었고, 잠수함 승무원 이00가 폐가에 은신하다가 생포 됨..

 

 나중에 생포된 이00의 증언에 따르면 집단자살한 대부분은 전투능력이 떨어지는 잠수함 승무원들로 확인 됨..

 

 공비들의 이동에 장애물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집단 살해 또는 자살한 것으로 보임..

 

 이후 대침투작전 중 우리군은 북한 공비들과 내륙 곳곳에서 교전하여 대부분 사살 함..

 

 당시 우리 군도 전사자가 다수 발생되었고, 오인사격으로 민간인들의 희생도 몇몇 있었음..

 

 생포된 잠수함 승무원 이00의 증언대로라면 북한 무장공비는 총26명이었고, 그 중 23명이 생포 또는 사살되었음...

 

 최종적으로 소탕해야 할 북한공비는 아직 3명이 남아 있었음..

 

 9월에 일어난 사건은 2달 가까이 지나며 어느 덧 계절이 바뀌어 11월이 되었음..

 

 이미 우리 군은  공비들이 강원도 내륙으로 침투하는 것을 필사적으로 저지하기 위해 최후 방어선을 겹겹이 형성한 상태..

 

 만약, 공비들이 내륙까지 침투하여 도심 한복판에 출현한다면... 그 이후 어떤 결과가 초래될지 상상만해도 끔찍한 상황이었기에..

 

 우리 군의 포위망에 막힌 공비들이 북한으로 탈출하기 위한 예상 루트는 단 하나..

 

 바로 GOP(철책선)였음.. 

 

 당시 우리 군도 공비의 예상 루트를 파악하여 철책선을 절대 넘지 못하게 저지 후 사살 또는 생포하기 위한 작전을 수립 함..

 

 내가 근무하던 특공연대는 이 때부터 주야간으로 수색 및 매복작전에 투입 됨..

 

 공비의 매복에 대비하여 매일 헬기레펠 강하 훈련과 수색훈련으로 긴장의 연속된 날을 보내던 중... 

 

 공비들이 GOP로 접근하고 있다는 결정적 사건이 일어나게 됨..

 

 모 부대 이등병이 겨울 제설작업에 쓰이는 싸리비를 만들기 위해 작업에 투입되었다가 실종 됨..

 

 실종 며칠 뒤 이등병은 살해된 채 발견되었고 군복이 벗겨져 없어진 상태였음..

 

 직감적으로 공비의 소행이라는 확신이 들었고 우리 특공연대의 수색, 정찰과 더불어 관내 전지역에 국지적 경보단계중 최고단계인 진돗개 하나가 발령 됨..

 

 우리 특공연대가 강원도 용대리라는 지역 일대를 매일 수색, 정찰을 실시하던 어느 날...

 

 아마 그 날은 내 평생 절대 잊을 수 없는 날이었음..

 

 때는 11월 초... 강원도 최전방 지역은 이미 초겨울에 접어들어 서리가 내려 체감온도가 영하로 느껴지는 쌀쌀한 날씨였음..

 

 마침 당일 날 초겨울 비까지 부슬부슬 내리며 체감온도는 더욱 떨어져 한기가 엄청 느껴졌음..

 

 공비의 예상 도주로에 대한 정보를 입수한 우리 연대는 적이 지나갈 예상 지역에 일정 간격으로 방어선을 형성하여 매복을 하고 있었음..

 

 당일날 저녁에 난 부사수와 함께 용대리 00자연휴양림 지역에서 참호를 파고 위장을 한 후 매복에 들어갔음..

 

 개인별로 지급받은 실탄 150발, 수류탄 2발...

 

 내리는 겨울비에 온몸이 젖은 상태였고, 우의를 입고 있었지만 뼈마디를 파고드는 추위에 온몸이 덜덜 떨렸음..

 

 비는 부슬부슬 내리고... 적에게 노출을 피하기 위해 가로등마저 꺼져서 칠흙같은 어둠...

 

 이 상태로 다음 날 아침까지 매복을 해야 한다는 생각에 1시간이 마치 1년처럼 길게 느껴졌음..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추위와 겨울비로 인해 정신마저 몽롱해진 상태였는데...

 

 갑자기 후방지역 대략 50여미터 떨어진 곳에서 나뭇잎 밟는 소리가 희미하게 들림..

 

 난 옆에있던 부사수에게 손가락으로 사인을 보내며 실탄장전 지시를 내림..

 

 나뭇잎 밟는 소리가 잠시 사그라들었고 이내 조용해졌음..

 

 그때부터 기다림의 싸움이 시작됨...

 

 즉, 먼저 움직이는 쪽이 지는 상황이었음...

 

 온몸에 소름이 돋으며 신경이 곤두섰고, 심장이 터질 듯이 쿵쾅대었음..

 

 침착하자... 침착하자... 이런 주문을 속으로 계속 되뇌었음...

 

 그때 당시 심정으로는 제발 공비들이 아니길.... 솔직히 그러길 바랬음..   

 

 그런데...

 

 잠시 조용하던 후방에서 다시 바스락 거리는 소리가 희미하게 들렸고..

 

 어느새 그 소리는 점점 가까워져왔음..

 

 몇분 뒤 난 믿을 수 없는 광경을 목격 함..

 

 분명 사람의 형체였고... 셋이었음...

 

 "서울..." 난 나즈막하게 그 쪽을 향해 암구호를 불렀음..

 

 상대는 "야! 나 선임하사야! 너희들 어디 소속이야?..." 라며 아무렇지도 않은 듯 자연스럽게 대화를 시도하며 우리쪽으로 다가왔음..

 

 "서울..." "서울..."

 

 역시나 상대는 암구호에 대한 응답은 하지 않고..."나 선임하사라니까!" 라며 계속 우리쪽으로 다가 옴... 

 

 이때 난 100% 공비라는 확신이 들었음...

 

 왜냐면... 선임하사라고 말하며 다가오는 사람이 들고있는 총은 K2소총이 아니라  M16소총이었음...

 

 "쏴!!" 부사수에게 지시를 내리는 순간...

 

 그 쪽에서 간발의 차이로 우리를 향해 먼저 사격이 시작 됨...

 

 타다다다다탕! 타다다다다탕!

 

 순식간에 십여발의 총알이 우리 쪽으로 날아왔고...

 

 그 중 한발이 부사수의 어깨를 관통하였고... 부사수는 '악'하는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뒤로 쓰러짐..

 

 실제 전투를 첨 경험해봤지만, 공비의 총탄이 쉭 쉭 예리한 소리를 내며 내 귓가를 스치 듯 지나감...

 

 그 이후 나 혼자 공비들을 향해 수십발을 발포하며 대응사격을 함..

 

 그런 절체절명의 상황에서도 두려움은 온데간데 없어졌고.. 피를 쏟으며 쓰러진 부사수를 보는 순간 눈이 뒤집어졌음...

 

 그때부터 내 귓가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고 분노로 피가 거꾸로 솟았음..

 

 난 미친 듯이 K2소총으로 대응사격을 했고, 그 때 공비중 한명이 다리에 총알을 맞고 도주하기 시작함...

 

 총소리를 듣고 우리 중대는 비상이 걸렸고, 인근에서 매복중인 특공연대 동료들이 달려와 지원 사격을 함..

 

 우리는 일대를 샅샅이 수색했으나 날씨가 어둡고 비까지 내려 일단 인근 부대 지원병력들의 지원으로 포위망을 형성한 채 수색이 중단 됨..

 

 인근 군병원으로 긴급후송된 부사수에 대한 걱정과 복장한 심경에 뜬 눈으로 밤을 세움..

 

 다음 날 오전 7시경...

 

 비는 그쳤고.. 먼 동이 터올무렵...

 

 밤새 잠을 거의 못잔 상태에서 우리는 다시 수색을 재개 함..

 

 후송된 동료의 생사가 어떻게 되었는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우리 중대원들은 당장 눈앞에 공비가 보이면 그 자리에서 죽여버리겠다는...

 

 끓어오르는 분노를 억누르며 수색을 이어 나감..

 

 그 시각...우리와 교전 후 도주한 공비들 3명 중 2명이 우리 군에 발각되어 사살당함..

 

 이때 우리 군의 피해가 엄청 컸음... 3명 전사.. 6명 부상으로 기억 됨..

 

 피해가 컸던 이유는 산속에서 작전회의 중 풀숲에 숨어있던 공비들이 조준사격을 기습적으로 가함..

 

 어디서 날아오는지 전혀 방향파악이 안된 상태에서 공비의 조준사격에 아군이 방어할 틈도 없이 당했던 것임..

 

 나머지 공비 1명은 끝내 행방을 찾지 못하고... 그렇게 약 49일만에 대침투작전은 종료 됨...

 

 사건이 종료되고 얼마 뒤 대통령께서 격려하기 위해 우리 부대를 방문했음...

 

 당시 강릉 무장공비 침투사건이 우리 사회 전반에 걸쳐 끼친 영향은 상상을 초월했음..

 

 가뜩이나 경기침체로 힘든 상황에 경계경보 발령으로 외출이 제한되어 추석대목은 온데간데 없이 상인들 매출액이 치명타를 입었고..

 

 강원도의 경우 여행객 급감으로 상권마저 위협받는 결과를 초래 함..

 

 주식시장역시 북한도발에 따른 불안정한 정세로 인해 주가가 곤두박질 쳤음.. 

 

 군 내부적으로는 실전경험이 전무한 사병들의 헛점이 곳곳에서 노출되어 병공통과제 등 기본교육이 대폭 강화되었고, 훈련의 강도가 엄청나게 올라갔음..

 

 전역 후....

 

 난 그때의 트라우마였는지 매일 잠자리에 누우면 옆의 동료가 총에 맞아 피를 쏟으며 쓰러진 장면이 머릿속에 떠올라 불면증에 시달렸음...

 

 잠을 깨면 온 몸이 땀으로 젖어 있었고...

 

 그때부터 도무지 잠을 이루지 못하고.. 극도로 불안함을 느껴 방 한켠에 기대고 앉아 머리를 움켜잡은 채...

 

 그렇게 아침까지 뜬 눈으로 밤을 세웠고... 결국, 심리치료를 받음..

 

 병원에선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의 일종이라 함...

 

 무엇보다 중상을 당하고 장애를 안게된 채 전역한 동료 부사수에 대한 엄청난 죄책감에 시달렸음..

 

 그 이후 점차 시간이 지나며 심리적인 안정을 점차 되찾았음...

 

 아직도 가끔 방송이나 언론에서 강릉 무장공비 사건을 보도하면 그 때 생각이 많이 남..

 

출처 : OO공사 사내 익명게시판


 댓글 새로고침
  • 프로꼬긁러 2022.06.01 19:21
    본인은 아니시겠지만... 감사합니다.
    - 축하드립니다. 댓글 보너스 16점을 받으셨습니다.

    0 0
  • JamieAllen 2022.06.01 22:05
    꿈에 재입대하고 작업,훈련한거 나오는건 아무것도 아님.

    총알 빗발치는 전쟁터 한복판에서 옆에 동료/전우가 총맞고 죽은거 꿈꾸면 말 다한거 아님??

    0 -1
  • 유자김치 2022.06.02 00:57

    도대체 어떤 일을 하시길래.. ㄷㄷ

    0 0
  • JamieAllen 2022.06.02 01:40

    은퇴하고 여유로운 삶을 살고 있습니다.


    - 축하드립니다. 댓글 보너스 12점을 받으셨습니다.

    0 -1
  • Djushka 2022.06.02 10:45

    싸리비 하던 표일병. 동문에다가. 나도 저때 전방근무때라 엄청 긴장하고 있었지.. 한명 못잡은게 진짜 진짜 억울하더라고.

    0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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