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울루 벤투 감독이 한국에 부임한지 1년이 되었습니다.
벤투 감독은 처음으로 언론사와 일대일 인터뷰를 가졌습니다.
스포츠서울은 창간 34주년을 맞아 벤투 감독을 특별히 인터뷰에 초대했다. 이번 인터뷰가 의미를 더하는 것은 벤투 감독 자신이 국내 언론사와 ‘최초로’ 일대일로 만나는 자리였기 때문이다. 그 동안 정장 혹은 대표팀 트레이닝복을 입고 마이크 앞에 섰던 벤투 감독이 본지 앞에선 ‘댄디 가이’로 확 변신했다. ‘감독 벤투’는 물론 캐주얼 셔츠를 입고 멋스럽게 팔을 걷어붙인 모습으로 ‘인간 벤투’의 면모까지 드러내 더욱 신선했다.
◇“내 축구에 의심은 없다”
벤투 감독은 부임 뒤 ‘후방 빌드업’을 테마로 국가대표팀에 혁신적인 변화를 단행했다. 골키퍼가 롱킥을 하지 않고 자신의 양 옆에 서는 센터백에게 볼을 내줘 아래에서부터 차근차근 공격을 만들어나가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한편으론 “프랑스도 점유율을 내주고 플레이하는 시대에 개인기가 떨어지는 한국 선수들이 빌드업 축구를 하는 것이 맞는가”란 의문도 제기된다. 벤투 감독은 자신의 축구에 대한 찬·반 흐름을 꿰뚫고 있다. 하지만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자신의 축구에 대한 확신을 강조했다. “이런 논쟁에 대해선 의심의 여지가 없다”며 못을 박고 답변을 시작한 벤투 감독은 “지난 16경기를 치르면서 단 한 번도 플레이를 소극적으로 하거나 공격을 포기한 적이 없었다. 상대가 아무리 강하고, 우리가 경기 도중 어려움을 겪어도 내가 원했던 방식으로 플레이하기 위해 선수들이 노력했다. 항상 적극적인 축구를 했다”고 설명했다. 벤투 감독은 “지난 1년간 가장 큰 수확은 우리가 추구하는 플레이스타일을 확립했다는 점”이라고 정리했다. 맨투맨 수비에 익숙한 태극전사들에게 코너킥 때 지역 방어를 강조하는 것 역시 먼 미래를 내다 보고 진행하는 것이다. 벤투 감독은 “(지역방어를)처음부터 고수해왔다. 물론 일부 장면에서 위험하거나 좋지 않은 점들이 나타났지만 전반적으로 잘 이행되고 있다. 변화를 줄 생각은 없다”며 ‘마이웨이’에 대한 자신감을 숨기지 않았다.
◇손흥민과 이강인의 공존? “2차예선부터 가능하다”
벤투 감독은 이강인을 상당히 긍정적으로 평가한 뒤 오는 9월부터 벌어지는 2022년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2차예선부터 ‘손흥민+이강인’의 공존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가능성은 열려 있다고 생각한다. 미래의 일을 보장하기는 어렵지만 2차예선부터 같이 뛰는 것은 어느 정도 가능성이 있다. 둘이 뛰는게 이뤄질 만하니까 내게 질문한 것 아닌가”라며 웃은 벤투 감독은 “둘 다 능력이 좋고, 그러면서도 다르다. 손흥민은 이미 완성된 선수다. 이강인은 지난 시즌에서야 성인 무대에서 기회를 얻었고 U-20 월드컵에서 활약했다”고 둘을 비교했다. 벤투 감독은 “이강인은 손흥민처럼 충분히 좋은 모습 보여줄 재능을 갖췄다. 잘 지켜보겠다”고 장래성을 인정했다. 이강인의 포지션도 나름대로 연구한 모습이었다. “이강인은 우선 공격수 바로 아래 섀도우 스트라이커로 서는 게 맞는 것 같다. 오른쪽 윙도 괜찮다. 우리가 4-3-3 포메이션을 가동하면 공격형 미드필더도 좋다”고 분석했다. 이강인은 왼발을 쓰는데 벤투 감독은 요즘 축구의 트렌드인 ‘반댓발 윙어’를 생각하는 듯 했다. 스트라이커 손흥민과 2선 공격수 이강인, 혹은 왼쪽 날개 손흥민과 오른쪽 날개 이강인의 콤비플레이를 보는 것도 이젠 꿈이 아니다.
◇ “한국 대표팀과 생활에 큰 행복 느낀다”
벤투 감독은 2002년 한·일 월드컵 조별리그 최종전 한국과 경기를 끝으로 A매치와 작별했다. 공교롭게 그런 한국 대표팀을 월드컵 16년 뒤 맡게 됐다. 현역 시절 잠시 거쳐갔던 한국에서 그는 이제 터전을 잡고 산다. “포르투갈 말고 해외 대표팀을 처음 맡은 곳이 한국이다. 그러고보면 정말 (한국과는)운명인 것 같긴 하다”는 그는 “지금 이 대표팀을 맡고 있다는 사실에 너무나 만족하고 있다. 기쁘고 큰 행복을 느낀다”고 밝혔다. “지금은 카타르 월드컵 본선 진출만 생각하고 있다. 본선에서의 목표 등은 카타르를 간 다음에 생각할 일”이라는 그는 최근 불거진 선수 선발 논란에 대해서도 오직 대표팀 경쟁력 향상에만 초점 두고 있음을 알렸다. 벤투 감독은 “기술, 전술, 피지컬, 멘탈로 나눠 후보 자원들이 우리 대표팀 플레이 스타일에 맞는가를 확인하고 출전 여부를 결정한다. 누구를 교체로 무조건 투입하고 누구는 배제하는 식의 선수단 운영은 결코 하지 않는다. 상대의 스타일, 우리가 원하는 전략 등을 따져 필요한 라인업을 운영하고 경기를 보면서 교체 멤버를 결정할 뿐”이라고 했다. 다른 누구보다 벤투 감독 자신에 대한 철학이 확고함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카타르에서 8강까지 갔으면 좋겟다
- 축하드립니다. 댓글 보너스 18점을 받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