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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회생법원이 개인회생자의 주식·코인 가격이 급등해 자산이 빚보다 많아져도 변함없이 채무 탕감을 해주겠다고 결정했다. 은행 등 주요 채권자들은 이해할 수 없는 결정이라며 속앓이만 하고 있다. 투기에 따른 실패 비용을 왜 성실 상환자들이 함께 부담해야 하냐는 지적도 거세다.

서울회생법원 관계자는 4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주식·코인 실패자의 개인회생이 인가돼 변제금과 청산가치가 확정되면 추후 신청인이 보유한 주식·코인의 시세가 올라 자산이 늘더라도 변제금을 올리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변제금은 회생 신청인이 채권자들에게 갚아야 할 돈이다. 통상 법원이 신청인의 소득과 재산(청산가치)을 고려해 갚을 수 있을 만큼 합당한 수준으로 줄여서 책정한다. 가령 빚을 내 투자한 A씨의 비트코인 평가액이 1억원에서 3000만원으로 폭락했다면 A씨의 변제금은 3000만원을 기준으로 산출된다.

문제는 추후 주식·코인의 가치가 올라 신청인의 자산이 급증해도 채권자 입장에서 빚을 받아낼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서울회생법원은 한 번 회생계획안이 인가가 나면 미래 자산 변동을 무시하고 원 계획안대로만 갚도록 규정하기 때문이다. 위의 A씨가 비트코인 평가액 3000만원일 당시 회생을 인가받았다면 추후 비트코인 가치가 1억5000만원까지 올라도 빚은 3000만원 기준으로만 갚으면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

이 같은 결정의 주 피해자인 시중은행은 속앓이만 하고 있다. 갚을 수 없는 빚이라는 이유로 돈을 떼였는데 ‘갚을 수 있는 상황’이 돼도 빌려준 돈을 돌려받을 길이 없어진 탓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과거 부동산의 경우에도 이런(시세가 올라도 빚을 받아내지 못하는) 경우가 있었지만 주식·코인의 경우 변동성이 그보다 높다는 점에서 문제가 크다”며 “‘빌린 돈은 갚아야 한다’는 당연한 원칙마저 무시되니 황당한 처사”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이 연일 은행을 향해 칼날을 세우고 있는 상황에서 은행이 직접 법원에 항의하기도 어려운 상황으로 전해졌다.

빚투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던 이들 사이에서는 “국가가 나서서 투기를 조장하는 게 아니냐”는 비난이 거세다. 이미 주식·코인 손실금을 개인회생 과정에서 제외해주겠다는 것 자체가 투기에 대한 리스크를 국가가 대신 짊어져주는 성격이 강하다. 그런데 추후 빚을 갚을 여력이 충분해져도 이를 반영하지 않겠다는 건 이해하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신용대출 특성상 이런 식의 구제가 반복되면 은행은 대출심사를 더 깐깐하게 하고 신용평가도 강화할 수밖에 없다”며 “이 비용은 결국 대출 실수요자들이 짊어지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https://n.news.naver.com/article/005/0001537798?sid=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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