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노를 마음먹은 전날은 잠도 존나 개꿀잠이다... 층간소음 코골이 이딴것도 나의 수면을 방해하지 못한다...
추노당일 무거운안전화를 신고있지만 내 발걸음은 깃털처럼 가볍다
매일 얼굴볼때마다 좆같던 반장들의 얼굴도 오늘만큼은 별로 밉지않고 그간 쌓였던감정도 눈녹듯이 사라진다.
드디어 추노를 선언하는 점심.
여느때와 같이 다들 녹초가 되어 말없이 식사를 시작한다.
나도 밥 한숟가락을 뜨며 무겁게 입을 연다.
'팀장님 저 오늘까지만 하고 퇴사해야할것 같습니다'
팀장은 '또 철새새끼 한마리가 떠나는구나..' 하는 뭐 별로 놀랍지도 않다는 표정으로 덤덤하게 알았다고 하고 퇴사절차를 간단히 알려준다
점심먹고 게이트로 다시들어가는 숙노인들을 바라보며 육교위에서 식후땡을 조진다...
'좆뺑이치소 씹새끼들아 나는간다...'
그렇게 남들은 다시 들어가 구슬땀을 흘리며 일을하는 동안 나는 밖에서 한가로움을 느낀다
좀더 여유를 만끽하고싶지만 이렇게 계속 있다간 숙소에서 그새끼들과 한번더 조우할지 모른다...
나는 종종걸음으로 사직서를 쓰러 사무실에 도착해 당당하게 문을 열며 들어간다.
한편에선 이제 들어온 뉴비들이 교육을 받고있다.
나는 그녀석들이 들으란듯이 크게 외친다 '사직서 쓰러 왔는데요'
혹여나 다시 갔다와야 할까봐 치밀하게 챙겨온 장구류들을 반납하고 마지막으로 사직서에 서명까지 마친다.
문을열고 나와 양팔을 활짝 펼치며 청명한 하늘을 바라본다. 이순간만큼은 내가 쇼생크탈출의 앤디다...
장구류들을 뱉어내고나니 한껏 가벼워진 내 몸뚱아리를 이끌고 버스정류장으로 간다. 버스를 기다리는동안 선선한 바람이 계속 불어온다
숙소에 도착해 비밀번호를 누르고 들어간다. 아무도없는 숙소에는 적막함만이 느껴진다.
개운하게 샤워를 마치고 짐을 싼다. 사실 몇일전부터 준비는 다 마친터라 뭐 정리할것도 없긴하다.
어제 저녁 티는안내려 노력했지만 유난히 짐을 분주하게 정리하는 나를 유심히 바라보던 같은방 김씨의 눈빛이 문득 떠오른다...
김씨는 아마 눈치챘었을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그래도 나름 잘 지내던 사람이기에 청소기도 한번 돌려주고 깨끗이 방을 치운후 문밖을 나선다.
밖으로나와 숙소를 잠깐 바라보고 있으니 여기 처음오던 날의 기억이 뇌리를 스쳐간다.
문앞에서 긴장감에 상기된 얼굴로 벨을 누르니 반갑게 나와 맞이해주던 최씨...
그땐 상상도 못할 개씹호로새끼일줄은 꿈에도 몰랐었지... 잘있어라..
그리고 문득 정신을 차려보니 나는 또 다른 생전 처음보는곳의 문앞에서 초인종을 누르고있었다.
대체 무슨 엔딩이야 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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