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남시 구름 추락 소동
2015.07.29
경기도 하남시 신장동 덕풍천 덕풍 2교 인근에 "하늘에서 구름이 떨어졌다"는 신고가 119와 관할 시에 접수되었다.
현장에는 휴대폰으로 상황을 찍고 있는 구경꾼들이 들끓었다. 바람이 불 때마다 이리저리 흩날리는 모양새가 누가 봐도 "구름"같았다.
이 구름은 부드러운 질감의 거품처럼 보였으며, 손으로 만질 수도 있었고 물을 뿌려봐도 사라지지 않았다.
혹자는 이를 두고 지구가 멸망할 징조라고 떠들어 댔는데, 하필 바로 앞에는 하남성당이 있는지라 오묘한 세기말적 분위기도 풍겼다. 이날 하루동안 SNS는 하남시에서 뜻밖에 벌어진 사건으로 들끓었다.
그리고 곧 현장에 공무원들과 소방 전문가들이 모여서 분석을 시작했다.
그런데..
분석 결과, "구름"의 정체는 다름아닌 세제 거품으로 밝혀졌다. 범인은 인근의 세제 소분업체
해당 업체 직원이 이날 12시 30분 경 실수로 세제 원액 '코코글루코사이드'를 흘렸고, 이를 청소한 후 그걸 그대로 하천에다 방류해 버린 것이었다.
*코코글루코사이드(Coco Glucoside) : 코코넛알코올과 글루코오스의 축합 반응물이며, 코코넛 오일과 과일당 성분에서 유래된 음이온성 계면활성제이다. 사용감이 부드럽고 마일드하여, 라우릴글루코사이드와 함께 비교적 피부에 자극이 적은 샴푸나 바디워시 등 세정제를 만들 때 많이 사용된다.
사실, 구름이 지면 근처에 내려오는 건 드문 일이 아니다. 구름이 지면 근처에 내려왔을 때, 우리는 이것을 '안개'라고 부른다...
단지 이 사건의 경우는 일반인들의 인식 속에 어렴풋이 남아 있는 구름에 대한 이미지와 환상에 잘 부합하기 때문에 인기를 얻은 비유가 되었을 뿐이다. 누구나 한 번쯤은 푸른 하늘에 떠다니는 구름을 손으로 만져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 보았을 테니까.
여기까지 보자면 현대 사회에서 가끔 마주칠 수 있는 유쾌하고 흥미로운 한바탕의 해프닝으로 끝나고 넘어갈 수 있었지만...
사건 며칠 후, 하남시에서 이 "구름" 성분을 경기도 보건환경연구원에 의뢰한 결과, 유해물질이 검출되었다는 기사가 떴다.
하남시는 이에 따라 해당 회사를 유출 신고를 하지 않은 것에 대한 '화학물질관리법' 위반 혐의와 '수질 및 수생태계 보존에 관한 법률'을 위반한 혐의로 검찰과 경찰에 고발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4년 전 오늘, 하남시의 하늘에는 독성 거품이 몽실몽실 떠 다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