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견 `대부` 이야기
17살인 대부는 사람으로 치면 여든이 넘은 고령의 할아버지다.
대부는 치매에 걸려 일어설 수도, 걸을 수도 없을 뿐만 아니라
밥도 일일이 떠 먹여줘야 하며,
자신을 살뜰히 보살피는 주인도 알아보지 못한다.
그래도 잘 먹어주는 대부를 볼 때마다 살려는 의지를 보이는 거 같아
인순 씨 기분은 좋다고 한다.
밥을 먹인 후엔 대부 귀 청소를 한다.
귀 청소를 매일 해주지 않으면 대부의 귀는 바로 곪는다.
대부보다 무려 10살이나 어린 탐나도 이 집에 가족이다.
뇌신경에 문제가 있는 대부는 제 스스로 소변을 볼 수 없어
인순 씨가 3시간에 한 번씩 방광을 짜 준다.
영국에서 태어난 대부는 안내견으로 국내에 들어와 6년 동안 시각장애인과 함께 살았다.
대부는 안내견이 되기 위해 많은 것을 포기해야만 했다.
마음껏 짖을 수도 없었고, 실컷 먹을 수도, 달릴 수도 없었다.
TV 출연을 할 정도로 모범 안내견이었던 대부는 그렇게 6년이라는 시간을 보냈다.
은퇴 후 인순 씨 집으로 오게 된 대부
그렇게 행복한 나날이 이어지는가 싶었는데, 은퇴 3년 만에 대부는 병마와 싸우게 됐다.
모처럼 찾아온 휴식이었건만, 병 때문에 다 누려보지도 못했다.
종양을 떼어낼 수 있으면 좋으련만
노견에다가 잡다한 병을 많이 앓고 있어서
마취했을 때 못 깨어날 확률이 높아 수술도 시킬 수 없다고....
퇴근한 인순 씨의 남편 재석 씨
탐나의 반가운 인사를 받자마자 곧장 대부가 누워있는 방으로 향한다.
어디 아픈 곳은 없는지, 종양은 많이 나았는지 이리저리 살핀 후
자신을 알아보지도 못하는 대부에게 인사를 건넨다.
대부가 이렇게 아픈 게 본능을 죽이고 살아야 했던 안내견 시절 때문인 거 같아
더 안쓰러워하는 재석 씨
재석 씨는 식탁에 고기 반찬이 올라오면
대부 건강에 좋지 않다고 먹이지 말라는 인순 씨의 잔소리에도
몰래 고기 한 점을 집어 대부에게로 간다.
재석 씨와 인순 씨는 각방 쓴 지 꽤 됐다.
3시간에 한 번씩 대부의 방광을 짜 줘야 하는 인순 씨
그리고 아침 일찍 출근해야 하는 재석 씨 때문에
탐나는 아저씨랑 대부는 아주머니랑 함께 잠을 청한다
부쩍 날이 더워지니까 대부의 피부 상태가 걱정된다.
(촬영 당시 날짜는 4~5월쯤)
하루종일 누워 있기 때문에 욕창이 생길까 봐
1주일에 한 번씩 꼬박 대부의 목욕을 시키는 인순 씨
그런데 대부는 목욕을 굉장히 싫어한다고 ㅎㅎ
매년 개최되는 안내견 행사
대부도 오랜만에 하는 외출이라 그런지 기분이 좋아보인다
이날은 탐나의 안내견 은퇴식이 있던 날
사실 탐나도 안내견 출신이다.
좋은 추억을 하나 더 만들게 된 가족들
그런데 이것이 대부의 마지막 외출이 됐다.
그로부터 2주 후
대부는 긴 투병 생활을 접고 세상을 떠났다.
한때 대부의 눈으로 세상을 보았던 양지호 목사도
대부에게 마지막 인사를 하러 왔다.
인순 씨가 보이지 않는 이유는
유학 간 아들의 수술 때문에 잠시 미국에 가 계셨는데,
그때 대부가 무지개 다리를 건넜다고....아저씨 말이 맞는 것만 같다.
소중했던 존재와 헤어진다는건 너무 슬픈일이다 눈물이 다 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