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축구협회(KFA)가 지난 7일 남자 축구대표팀 사령탑으로 홍명보 울산HD 감독을 선임하자 파장이 커지고 있다. 프로축구 K리그1에서 선두 다툼을 하고 있는 울산HD 감독을 시즌 도중 차출하자 비판 여론이 들끓고 있는 것이다. 홍 감독과 함께 2002년 월드컵 4강 신화를 이룬 이영표 KBS 축구 해설위원마저 9일 “이해할 수 없는 결정”이라고 지적했다.
정치권도 가세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인 양문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대한축구협회가 정몽준·정몽규 등 정씨 집안의 사유물이냐. 언제까지 축구협회의 구태 행정에 축구 팬과 현장 지도자가 분노해야 하느냐”며 “대한축구협회장 정몽규의 사퇴를 강력하게 요구한다”고 적었다. 이어 “아시안컵 결선 진출 실패, 1988년 서울올림픽부터 2020 도쿄올림픽까지 32년 동안 빠짐없이 출전했던 대표팀의 파리올림픽 본선 진출 실패는 정몽규 체제가 낳은 한국 축구 대재앙이었다”며 “이것만으로도 정몽규는 책임지고 사퇴했어야 한다”고 썼다.
정몽규 회장이 이끄는 축구협회에 대한 정치권의 비판은 그동안 적지 않았다. 대구FC 구단주 역할을 맡고 있는 홍준표 대구시장은 23세 이하(U-23) 대표팀의 파리올림픽 본선 진출이 무산된 지난 4월 페이스북에 “40년 만에 올림픽 본선 탈락이라는 대참사를 야기하고도 그대로 뭉개고 자리 지키기에만 골몰할 건가”라며 정 회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그러면서 “더 이상 죽치고 뭉개면 참담하게 끌려나가는 수도 있다”며 “니들 아니더라도 한국 축구 끌고갈 사람 천지 삐까리”라고 썼다.
과거에도 정치권은 야구·축구 등 인기 스포츠 대표팀에 관심을 보여왔다. 실제 국가대표 선출 문제를 놓고 국회가 나선 일도 있었다.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야구대표팀을 둘러싼 논란이 대표적이다. 당시 ‘국보급 투수’로 불리던 선동열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에 일부 선수가 선발되자 “병역특혜를 주기 위해 청탁을 받은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고, 선 감독이 그해 10월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채택돼 출석한 것이다.
당시 손혜원 민주당 의원은 선 감독의 연봉이 2억원이란 답변을 들은 뒤 현장에 얼마나 나가는지 물었고 선 감독이 매일 열리는 프로야구 5경기를 집에서 TV로 보며 선수 파악을 한다는 취지로 답하자 “TV 보면서 하냐? (중략) 너무 편한 전임 감독 맡는 것 아니냐”고 따져 물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야구팬 사이에선 “야알못(야구를 알지 못하는 사람) 정치인이 선 감독 데려다 호통만 쳤다”는 비판 여론이 상당했다.
이에 일각에선 “홍명보 감독 선임 파장이 계속될 경우 정 회장 등 협회 임원진과 홍 감독이 국회에 끌려나오는 거 아니냐”는 소리도 나온다.
정치인은 건드려도 재벌가는 못건들인다는게 진짜 사실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