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 영정사진은 미리 확보해라.

아버지가 폐암 판정 받고는 바로 본인이 사진관에 가셔서 영정 사진 찍으시더라.
아니 요즘 세상에 암이라고 다 죽는거 아니예요... 라고 하는데
응, 열심히 치료 받은거야. 그런데 머리가 빠지잖아. 내 하찮은 자랑거리가 풍성한 머린데
그렇게 넉살 좋게... 긍정적으로... 웃으셨다.

3기 폐암에 기관지에 암덩이가 둘러 쌓여 수술이 불가능함에도
열심히 치료 받으셔서 6년을 아무탈 없이 사셨다. 누가 봐도 절대 암환자임을 알 수가 없게...
그렇게 폐암에 대해선 치료가 성공하는 듯 했지만 암이 머리로 전이되어

폐암 판정 6년 후 뇌종양으로 수술을 받게 되셨다.

종양의 크기가 탁구공 크기만 하고, 위치가 좌뇌 중간에 위치해
특히 오른손 잡이인 아버지에게 수술후 인지장애, 언어장애... 뭐 이런 장애가 더 크게 올 수 있다고 했는데
수술후 회복 과정에서 인구의 5%밖에 안 되는 우뇌우선 오른손잡라나...
큰 장애나 후유증없이 또 그렇게 멋지게 극복해 나가셨다.

결국 3년전 돌아가셨지만
뇌수술까지 한 암환자로 8년을 살면서 마지막 가실때
딱 한달만 고생하신걸 보면서
굳은 의지와 낙천적 성격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되었다.

그렇게 본인이 직접 사진관에서 찍으신 풍성한 머릿숱을 자랑하는 사진은
월남전 참전용사로 동작동 현충원 유골함 앞에 있게 되었으니
찾아 뵐때마다 다른 분들의 인생말기 노쇠한 사진보다 건강한 모습으로 뵙게 되니
무한한 슬픔을 잠시 내려 놓을 수가 있게 된다.


난 영정사진보다 요즘 스마트폰 누구나 있고
영상 촬영 그리 어렵지 않으니
영상을 남기라고 하고 싶다.
가끔 사진으로 뵙는데... 당신의 목소리가 듣고 싶을때가 가끔 있다.

사진이랑 영상 많이 찍어놔라 그냥 찍어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