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익명을 빌어 고민 상담을 하고자 글을 씁니다.
남편은 특이한 성격(?)이 있습니다.
설거지를 정말. 정~~말 싫어합니다.
결혼한지 3년이 지났지만,
설거지를 도와준건 다섯 손가락에 꼽을 정도에요.
그것도 정말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겨우겨우.
(제가 손을 다쳤을 때 2번. 임신했을 때 2번. 신혼초기에 1번.)
한번은 3주동안 장기출장을 다녀온적이 있어요.
의외로 주방이 깨끗하길래 만족했는데,
알고보니 3주 방치하다가 청소업체 불러서
설거지만! 시켰더라고요.
전혀 모르고 있다가 업체에서 후기평가하는
전화받고 알게 됐어요.
황당하긴 했는데 뭐라하진 못했어요.
설거지를 제외한 집안일은 정말 열심히 도와주거든요.
빨래 분리수거 청소 걸레질 심지어 타일 줄눈까지
때마다 철마다 diy로 해줘서 전 설거지와 요리만 하면되요.
그런데 유독 설거지만 안해요. 설거지만!
여기까지 보시면 설거지까지 넘기려하는 나쁜 여자로
보이시겠지만, 제가 걱정했던건 설거지에 대한 남편의 반응이였어요.
일반적으로 귀찮거나 싫은 그런 반응이 아니라
정말 다른 사람마냥 설거지만 혹은 설거지통 앞에
몇분 서있기만 해도 예민하고 신경질적으로 변해요.
손 다쳐서 대신 해주라 했을 때,
냄비1개 그릇2개 수저 젓가락 2세트 물 2컵 설거지하고는
(날짜 그릇 수 까지 정확히 기억해요)
너무 답답하고 화가난다며 2년동안 끊은 담배를
다시 피는거 보고는 다시는 안시켰었어요.
남편도 그때를 기점으로 단순히 설거지가 싫은게
아닌 것 같다며 상담이라도 받아보자 했었던걸
미루고 미루다 최근에 시작하게 됐어요.
사실 다른 이유 때문이였는데 상담 과정에서 말했죠.
몇가지 요법과 기억훈련(?) 이라는걸
한달 정도 했는데 큰 변화가 없었어요.
그러다 두달 조금 안되었을 때,
남편이 자다가 벌떡 일어나서 설거지통 앞에
한참을 서있다가 갑자기 펑펑 우는거에요.
술달라고 해서 소주 꺼내줬더니
병채로 들이키길래 놀래서 말렸어요.
한참 후에야 진정을 하긴 했는데
이유를 안말해줘요.
궁금하긴 했지만 사전에 주의사항 고지받은게 있어서
사나흘 정도 참고 기다렸더니 말을 해주더라고요.
결론부터 말하면 남편이 아주 어릴 때,
시어머니가 설거지통 앞에서 성관계 하는 걸 본 것 같아요.
상대는 시아버님이 아니셨고요.
보는걸 들켰을 때, 그 남자가 자신을 때렸었다는걸 기억했대요.
처음엔 단편적인 것들만 기억났는데
사나흘 정도가 지나니 완전히 기억이 돌아왔다네요.
이전에도 어릴 때 몸이 아팠어서 그 당시의 기억은 잘 안난다
라는 말을 몇차례 한적이 있는데,
그일 때문에 생긴 충격 같아요.
생각해보니 남편과 시어머님 사이는 그리 살갑지 않아요.
안좋거나 그런건 아닌데 연애때부터 시어머님이 남편을
어려워 한다는걸 느낄 정도였어요.
다른 도련님, 아가씨들과는 확실히 달랐어요.
남편은 이제 막내동생까지 의심해요.
시아버님이 남편 유치원 다닐 때 돌아가셨는데
막내 도련님은 그 직전에 태어나셨거든요.
그런데 다른 형제들과 달리 유난히 외탁이 심하세요.
거기에 알고보니 시아버님 사인이
남편은 교통사고로 돌아가신줄 알고 있었는데
실제로는 뇌출혈 이셨대요.
남편은 어떤 확신을 하고있고,
이번 명절때 공개적으로 말을 꺼낼거래요.
스트레스를 너무 심하게 받아서
담배도 거의 한갑씩 피고 매일이 술이에요.
원형 탈모에 체중도 15키로가 넘게 빠져서
입던옷도 안맞아요.
시어머님은 이제 늙으셨고
부정맥에 당뇨까지 심하세요.
이대로 가다간 정말 일치를 것 같은데,
말리자니 남편이 폭발할 것 같아요.
정말 제가 뭘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어요.
설거지에서 발굴해낸 가정사 ㄷ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