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005930)가 6세대(1c) D램의 수율(생산품 대비 정상품 비율) 확보에 난항을 겪으며 재설계를 검토하고 있다.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4)에서 판 뒤집기를 노리는 삼성전자 입장에선 1c D램의 수율 확보가 필수적이다. 삼성전자는 최근 4세대(1a) D램의 재설계를 마치며 기본기를 다진 만큼 1c D램 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다.
11일 이데일리 취재를 종합하면 삼성전자는 10나노(1나노는 10억분의 1m)급 1c D램의 재설계를 검토하고 있다. 1c D램에서 원하는 수율을 확보하지 못하면서 삼성 내부에서 재설계로 의견이 모아진 것으로 전해졌다. 반도체 업계에 정통한 관계자는 “수율이 (목표한 만큼) 나오지 않아서 재설계를 해야 한다는 얘기가 많다”며 “윗선(경영진)에서 최종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0월 1c D램의 굿다이(정상 작동하는 칩)를 확보하며 기술 개발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다만 원하는 수율에 도달하지 못하며 당초 개발 목표를 지난해 12월에서 올해 6월로 수정했다. 양산 단계로 넘어가기 위해 개발 단계에서 확보해야 할 수율은 통상 60~70%다.
삼성전자는 1c D램을 올해 하반기 양산할 6세대 HBM4에 적용할 예정이다. 경쟁사 대비 한 세대 앞선 D램으로 HBM 경쟁력 끌어올리겠다는 복안이다. SK하이닉스(000660)는 HBM4에 5세대(1b) D램을, 7세대 HBM4E부터 1c D램을 각각 적용한다. 미국 마이크론은 1c D램은 아직 양산하지 않고 있다. HBM 선두를 뺏긴 삼성전자 입장에선 1c D램을 적용한 HBM4를 통해 승부수를 던져야 하는 상황이다.
삼성전자는 전영현 반도체(DS)부문장의 메모리사업부장 겸임 체제로 돌입하며 공정별 D램 설계를 다시 훑어보고 있다. 5세대 HBM3E에 적용하는 1a D램의 경우 재설계를 마치고 최근 HBM용으로 양산을 시작했다. 1b D램은 재설계를 진행하지 않기로 내부 결정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는 HBM3E 개선 제품을 고객 수요에 맞춰 램프업(생산량 확대)을 하며 올해 전체 HBM 비트 공급량을 전년 대비 2배 수준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앞서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의 주요 고객사인 엔비디아는 삼성전자의 HBM 설계를 문제 삼으며 재설계 필요성을 언급한 바 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 ‘CES 2025’에서 “삼성전자는 HBM3E를 새로 설계해야 한다”고 했다. 당초 삼성전자는 지난해 엔비디아의 품질(퀄) 테스트를 통과해 HBM3E 8단과 12단을 공급할 예정이었으나 아직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차세대 HBM은 1b, 1c 등 1a D램의 설계를 기반으로 한 D램을 이용해 만드는 만큼 이전 세대의 기술이 중요하다. 1a 공정 기술이 뒷받침된다면 다음 세대 수율도 확보할 가능성이 높다. 10나노급 D램은 1x(1세대)-1y(2세대)-1z(3세대)-1a(4세대)-1b(5세대) 순으로 나아간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1c D램을 재설계한다고 해도 일부만 수정한다면, 기존 HBM 로드맵을 차질 없이 진행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또 다른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전면 수정이 아닌 이상 일부만 재설계한다면 수율은 금방 잡을 수 있을 것”이라며 “올해 상반기 내로 개발 등을 완료하면 하반기에 HBM4 양산이 가능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