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서 온 중국 국적의 49세 남성
국내 환자 가운데 중증 환자는 없어
국내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12번째 확진 환자가 발생했다./사진=연합뉴스
중국 우한에서 시작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폐렴)이 대유행(판데믹) 조짐을 보이고 있다. 국내에선 3차 감염자가 발생하는 등 하루 만에 확진자가 6명이 늘어났다. 미국 등 세계 주요국은 중국으로 통하는 하늘길을 차단하면서 입국금지 등 사전 방역조치를 강화하기 시작했다.
◆'대유행' 번지나
국내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12번째 확진 환자가 발생했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1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환자 1명을 추가 확인했다고 밝혔다. 12번째 확진자는 일본에서 온 49세 중국 국적의 남성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행 가이드인 이 남성은 일본 내 확진자와 접촉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까지 국내 환자 가운데 상태가 중증인 환자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은 모두 국가지정입원치료 병상에 격리돼 치료를 받고 있다. 확진자들은 엑스레이와 기본적인 검사 등을 받으며 치료는 바이러스를 없애는 특정 치료가 아니라 증상을 호전시키는 '대증요법'으로 진행된다.
국내에선 이미 3차 감염자가 등장하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에 대한 우려가 커진 상황이다. 3번 환자와 식사를 해 감염된 6번 환자가 부인과 아들에게도 병을 옮겼다. 다행히 딸 부부는 음성판정을 받았지만 이 때문에 병을 급속히 확산시키는 '슈퍼 전파자'가 등장한 게 아니냐는 공포가 번지고 있다. 3번 환자와 6번 환자가 접촉한 지 열흘도 안 된 시점에서 6번 환자의 가족 중 2명이 확진판정을 받아서다. 잠복기 2주를 고려해 예상했던 전파 속도보다 훨씬 빠른 셈이다.
슈퍼 전파자는 전파력이 강한 감염병 환자를 말한다. 호흡기바이러스 감염병의 슈퍼 전파자는 통상 기침과 같은 호흡기 증상이 심한 게 특징이다.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유행 당시엔 슈퍼 전파자 5명이 전체 감염자 186명 가운데 82.3%인 153명의 감염자를 만들어냈다. 특히 병원 안에서 2차, 3차 감염이 진행돼 피해가 급격히 불어났다.
슈퍼 전파는 입원실 등 폐쇄된 공간에서 면역력이 약한 환자들이 함께 생활할 때나 환자의 분비물이 에어로졸(공기 중에 떠 있는 고체 입자 또는 액체 방울) 형태로 퍼지는 환경에서 일어난다. 다만 질병관리본부에선 3번 환자를 슈퍼 전파자로 볼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은 "3번 환자로 인해 생긴 2차 감염자는 1명(6번 환자)인 상태이기 때문에 3번 환자를 슈퍼 전파자라고 얘기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中 1만명…사스 넘었다
중국에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자는 1만명을 웃돈다.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에 따르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진자는 하루새 2102명 늘면서 총 1만1791명을 기록했다. 사망자는 46명 늘어난 259명으로 집계됐다.
확진자 수는 이미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를 넘어섰다. 2003년 중국 광둥성에서 발생해 홍콩 등 전세계에 퍼졌던 사스의 확진 환자는 8098명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한 달여 만에 사스의 확산 규모를 훌쩍 넘어선 셈이다. 다만 사스는 774명이 사망해 피해 규모가 더욱 컸다.
확산 속도가 급격히 빨라지면서 세계적 대유행 상황인 판데믹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전날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했지만 이미 병이 확산한 상황에서 이뤄진 뒷북 대응으로 비난을 샀다.
미국과 유럽 등 세계 주요국들은 발빠르게 대처하고 있다. 독감이 유행해 큰 피해를 입은 미국에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진자도 6명 나왔다. 그러자 미 국무부는 아예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최근 2주 사이 중국을 다녀온 외국 국적자의 입국을 잠정 금지하는 조치다. 델타항공과 아메리칸항공, 유나이티드항공 등 미국 3대 항공사는 모두 중국을 오가는 항공편 운항을 중단하기로 했다.
프랑스의 에어프랑스와 독일 루프트한자, 영국 브리티시항공 등 유럽 주요 항공사들도 중국으로의 운항을 일시 중단하거나 감축한 상태다. 이탈리아 또한 첫 확진자가 발생하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해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아직 확진자가 나오지 않은 중미의 과테말라와 엘살바도르, 카리브해 트리니다드토바고 또한 중국발 여행객의 자국 입국 금지라는 고강도 대책을 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