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임금 못 받았어, 아이들 부탁해" 어느 노동자의 유언
입력 2020.02.08. 06:06
https://news.v.daum.net/v/20200208060602479
군산 아파트 극단적 선택 40대 노동자
서 너 명이 근무하는 공정 혼자 도맡아
명절前 30명 석달치 임금 '1500만원'
다단계 하청업체.."우리 목표는 도망"
"엄마 나 임금이 안 나와서 문제가 생기면 남은 아이들 좀 부탁해요."
노동자 조모(45)씨가 어머니에게 남긴 '마지막 유언'이다. 그리고 두 시간 뒤 군산의 한 아파트 아래 차가운 아스팔트에서 생을 마감했다. 지난 4일 오전 7시, 여든을 넘은 노모에게 전화해 어린 자녀 3명을 부탁하고 극단적 선택을 하기까지 그에겐 어떤 어려움이 있었던 걸까. 최근 한 달간 조씨와 같은 공간에서 근무하며 임금은 10원도 받지 못했다는 동료 박모(50)씨. "우리의 목표는 도망이었다"고 말하는 그의 증언을 통해 조씨의 죽음을 돌아봤다.
◇ 석 달 근무, 받은 돈 '0원'
7일 오전, 전북 전주시 덕진구 민주노총 전북본부 사무실에서 만난 박씨는 "고인이 된 조씨가 임금을 단 한 푼도 받지 못했다"고 털어놓았다.
근로계약서상 근무시간은 '오전 8시부터 오후 6시까지'인데 반해 실제 퇴근은 저녁 10시를 넘겼다.
박씨는 "보통은 3~4명이 붙는 작업이지만 조씨는 혼자 도맡았다"며 "그러니 퇴근은 늦을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조씨는 3살, 4살, 8살짜리 어린 자녀와 노모를 떠올리며 희망을 놓지 않았다. 조금만 더 기다리면 임금을 받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조씨는 설날에도 사장에게 밀린 임금을 달라고 연락했다. 설날 연휴 사장의 '희망 고문'은 조씨에게 깊은 상처를 남겼다고 박씨는 말했다.
"설날 연휴 조씨를 회사로 부른 사장은 '미안한데 줄 돈이 없다'면서 돌려보냈어요. 그 말을 들은 조씨는 비참함을 느꼈을 거예요. 설 연휴가 끝나고 직원들이 임금 지급 확인서를 써달라고 요청했지만 그마저도 거절당했어요."
'원청→1차 하청→2차 하청(조씨)→3차 하청→4차 하청(동료 직원)'
돈을 받지 못한 노동자는 숨진 조씨 한 명이 아니었다. 조씨가 소속된 하청업체의 하청업체, 다시 하청업체에 있던 노동자 30여 명도 대부분 임금을 받지 못했다.
그중 한 명이 박씨였다. 그는 "설날 직전 2차 하청엔 7000만 원이 내려오고 이중 다시 4차 하청에 1500만 원이 전달됐다"고 말했다. 명절을 코앞에 두고 직원 30여 명이 받은 돈이었다.
이 중에서도 일부 직원들은 더 어려운 동료에게 임금을 양보하기도 했다. 어느덧 직원들의 목표는 밀린 임금이 아닌, 작업장을 빠져나오는 것이 됐다.
다단계를 거쳐 30명의 노동자에게 돌아온 건 고작 1500만 원이었다.
"3억 1000만 원의 중간 정산 금액이 원청에서 지급됐으나, 마지막 4차 하청업체에 내려온 돈은 고작 1500만 원에 불과했어요. 4차 하청업체는 1억이 넘게 밀린 30여 명 노동자의 임금을 감당할 수 없죠."
여기에 4차 하청업체에 속하면서도 2차 하청업체의 작업장소에서 1차 하청업체의 관리를 받았다는 게 박씨의 말이다.
박씨는 "1차 하청업체 감리 담당자가 작업장에 상주해 있었다"며 "일과와 작업진행 사항을 1차 업체에 보고했고 해당 업체에서 품질 확인도 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