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단 신천지가 비밀리에 다시 단체 채팅방을 개설하고 신도들에게 '카드 사용금지'를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슈퍼전파' 사태 이후로도 은밀하게 이뤄지고 있는 회합이나 교육생 포교 등 조직의 전모를 감추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하지만 CBS노컷뉴스가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신천지 측이 정부의 신도들에 대한 이동경로 파악을 막기 위해 카드 사용금지 지시를 내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천지 측은 지난 25일 익명이 보장되는 오픈채팅방을 만들어 신도들을 다시 모았다. 이 채팅방에서 방장을 맡고 있는 집사 A씨는 "교회 출입 외 외출 자제. 결제시 신용카드∙체크카드 사용금지 부탁드린다. 확진 의심을 받기 전 행동지침이다. 전 교민들에 해당되는 사항이다. 며칠만 참아달라"는 공지를 내렸다.
이에 평신도로 보이는 B씨가 "왜 사용하면 안 되는 거냐. 우리 교민들도 나라를 위해 협조하는 건 불가능한 거냐"라고 반발하자 A씨는 "이동경로가 파악되기 때문이다. 물론 확진을 받으면 이동경로 조사 때 다 피해갈 순 없지만 신용카드와 체크카드 결제 내용이 없으면 80퍼센트는 모른다고 한다"고 대답했다.
그러면서 "경로 들키지 않기 위해 신용카드∙체크카드 사용 금지, 양∙음성 검사시에는 수락하나 진술시 거짓 진술 부탁드린다"고 재차 강조했다. 신도들은 대부분 "행동지침이니 주의하겠다"며 순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또 다른 오픈채팅방에서는 신천지 신도인 것이 드러나지 않도록 병원 검진 등 개인행동을 삼가라는 지시가 있었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이 채팅방에 참여한 한 신도가 "C형제님은 열이 39.5도 이상으로 올라갔다고 한다"라고 밝히자 "심각하지 않은 것 아닌가. 다른 형제∙자매님들에게 피해줄 수는 없지 않냐", "지금 온통 인터넷에 (신천지에 대해) 욕으로 도배돼있는데"와 같은 대답이 돌아왔다. 신천지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거세니 병원 검진을 가지 말라는 것이다.
열이 39.5도까지 올랐다는 C씨로 추정되는 신도도 "800여명의 형제∙자매들께서도 정부의 전화를 받지 않고 버텨주시고 있다. 저만 보건소에 가서 치료를 받는다면 너무 이기적인 게 아닐지 걱정이 된다"고 밝혔다.
이들이 익명을 기반으로 한 오픈채팅방을 쓰는 이유는 언제든 발각됐을 시 '꼬리자르기'를 할 수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앞서 CBS노컷뉴스는 신천지가 '교회 공지'란 제목으로 신천지와 관련된 모든 대화방을 폐쇄하겠다는 지침을 내렸다고 보도(관련기사: [단독] "텔레그램방도 터졌다"…신천지 '꼬리자르기' 본격화)한 바 있다.
이후 이들은 오픈채팅방을 열어 신천지 회원카드를 인증하는 등의 판별 방식으로 신도들을 다시 집결시키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