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정적 순간엔 또 연애가 작동한다.
=4년을 사귀었는데 헤어졌다. 그때 내가 선배들 말을 안 듣는다고 극단에서 쫓겨났었다. 앞이 캄캄하더라. 이윤택 대표(연희단 거리패)는 대한민국 연극계에선 가장 높은 분이고 내가 어느 극단에서 연극을 해도, ‘저놈은 잘라’ 하면 잘리는 정도의 파워를 가진 분이다. 그러니 이제 연극을 못하게 된 거다. 만날 술만 먹고 신세한탄을 하고 있으니 여자친구도 내 꼴을 보고 가버린 거다. 부모님은 돌아가셨지, 누나들과는 재산 분쟁으로 안 만난 지 오래지, 공포가 오더라. 이러고 살면 뭐하나, 죽자 했다.
-결론이 뭐였나.
=일단 여자친구한테 복수를 하고, 나를 연기 못하게 한 이윤택 대표에게 떳떳하게 나서고, 경제적으로 힘든 걸 극복하자. 그러자면 영화를 해야 한다는 결론이 났다. (중략) 첫 단편이 미쟝센영화제에 나가고, 거기서 심사위원을 하던 전계수 감독도 알게 됐다. 연기 좋다고들 해주니 오디션 볼 때도 편해지고 자신감이 붙더라. <황해>로 나홍진 감독과 작업하고 그러다 윤종빈 감독과 알게 되고 <범죄와의 전쟁>도 하고 여기까지 온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