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오신날인 30일 청와대 가까이서 어미 오리 한 마리가 새끼 오리 무리와 함께 갑자기 나타나 청와대경호처가 한때 긴장했다. 경호처는 오리 가족이 안식처를 찾을 때까지 경호 작전을 펼쳤다.
청둥오리로 추정되는 오리 가족은 이날 청와대 경내에서 처음 발견된 것으로 알려졌다. 어미 오리와 새끼 오리 8마리였다.
사달은 어미 오리가 청와대 경내를 벗어나 서울 삼청동 쪽으로 나가면서 벌어졌다. 도로 위로 차들이 빈번히 지나는 데다, 모처럼의 연휴를 맞아 외출 나온 시민들로 거리가 분주했던 탓이다.
청와대 경호ㆍ경비를 담당하는 청와대경호처와 경찰에 비상이 걸렸다. 자칫 오리 가족이 자동차에 치어 죽는 ‘로드킬’을 당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컸다. 오가는 차들 외에도 연휴를 맞아 부쩍 늘어난 시민들도 경호를 어렵게 하는 요인이었다.
급한 마음에 라면박스를 급하게 찾아와 오리 가족을 위한 임시거처를 마련해 주려는 청와대 관계자의 움직임도 보였다. 청와대 국정상황실과도 중간중간 상황을 공유하며 대처하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섣불리 접근할 경우 어미 오리의 경계심만 높일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관할인 종로구청과 서울시에 즉각 협조요청을 하는 한편 오리 가족의 안전을 위한 경호 작전에 나섰다. 오리 가족들은 청와대 경호처 관계들이 접근하자 납작 엎드리는 등 한시도 경계를 늦추지 않는 모습이었다.
오리 가족이 끝까지 긴장을 풀지 않으면서 상황을 지켜보던 시민들의 마음을 애타게 했다. 현장을 지키던 한 청와대 관계자는 “어미 오리가 새끼 오리를 위해 물을 찾는 듯한데, 근처에는 마땅한 곳이 없어 난처한 상황”이라며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하기도 했다. 주변에서는 오리 가족의 무사 귀가를 응원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경호처의 노력으로 이날 오리 가족들은 긴급 출동한 경찰에 인계돼 안식이 가능한 경복궁 내의 모처로 이동조치 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생명과 안전이 먼저인 나라를 다시 한번 다짐한다”는 메시지를 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