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를 통한 긴급재난지원금 신청이 시작됐지만 고객들이 기대했던 추가 혜택은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금융당국이 자제를 요구하면서 카드사들이 당초 준비했던 마케팅을 대거 취소한 것이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긴급재난지원금 신청이 시작됐지만 카드사의 관련 행사는 잠잠하다. 금융당국의 등쌀에 카드사들이 눈치를 보고 있어서다.
긴급재난지원금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민을 지원하고 국민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정부 및 지자체에서 전국민에게 지급하는 경제 활성화 지원금이다.
정부의 긴급재난지원금 신청을 받는 카드사는 KB국민·NH농협·롯데·비씨·삼성·신한·우리·하나·현대카드 등 9개다.
앞서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지난 8일 정부와 카드사 간 업무 협약식에서 카드사들에게 "재난지원금 신청을 유치하기 위한 지나친 마케팅 활동은 자제해주기를 당부한다"고 말했다.
이에 BC카드는 긴급재난지원금 신청자 100명을 추첨해 이용금액 100%를 환급(최대 100만원 한도)해준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냈다가 취소했다.
NH농협카드는 추첨을 통해 1만명에게 1만원 상당의 SPC 모바일 상품권을 준다는 공지를 홈페이지에 게시했다가 내렸다.
이러한 상황에서 재난지원금 관련 마케팅을 진행하는 곳은 삼성카드와 우리카드 단 두 곳뿐이다.
삼성카드는 자사 카드로 긴급재난지원금을 신청한 고객에게 스타벅스 또는 편의점 모바일 쿠폰을 제공한다. 우리카드는 일정 기간 결제 실적이 없는 고객이 긴급재난지원금을 신청하면 스타벅스 쿠폰을 지급한다.
그동안 카드사들은 긴급재난지원금 관련 마케팅을 고심해왔으나 금융당국의 당부를 거스르면서까지 이벤트를 진행하기에는 부담스러웠던 것으로 풀이된다.
일부 고객들은 카드사의 재난지원금 관련 마케팅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것에 대해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소비를 촉진하기 위해서라면 카드사가 오히려 마케팅을 적극적으로 해야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카드사 입장에서도 당국의 마케팅 자제령이 아쉬운 상황이다. 카드사들은 재난지원금을 통해 휴면 상태의 고객을 다시 활성화하고 신규 고객 확보에 나설 계획이었다. 카드를 통해 긴급재난지원금이 결제되면 취급액이 늘어 매출과 점유율 상승 효과를 볼 수 있어서다. 아울러 비활성 카드들을 고객의 주거래 카드로 활성화시켜 부가적인 수익 창출도 가능하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관련 부서에서 재난지원금 마케팅을 준비했는데 금융당국의 자제 요청으로 못하게 돼 아쉽다"며 "실망감을 토로하는 고객들에게는 죄송하지만 당국의 자제 요청 속에서 이벤트를 강행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이벤트를 하지 않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