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으시면 승차가 제한될 수 있습니다. 마스크를 구매하시고 탑승해 주세요"
서울시가 지하철 이용 고객이 많은 혼잡 시간에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고객의 탑승을 통제하기로 한 첫날인 13일, 시내 지하철역에서는 마스크를 구비하지 않은 승객들이 탑승을 제지받고 마스크 구매를 위해 발길을 돌리는 풍경이 빚어졌다.
서울 지하철 1호선과 2호선이 교차해 지하철역 중 가장 유동인구가 많은 역 중 한곳이 신도림역에서는 이날 오전 7시부터 역무원들이 개찰구 앞을 지키며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승객들에게 마스크를 구매해 다시 입장해 줄 것을 안내하고 있었다.
깜박하고 마스크를 집에 두고 가져오지 않았다고 말한 전모씨(50대)는 역무원의 안내를 듣고 발길을 돌려 편의점에서 마스크를 구매한 뒤 개찰구를 통과했다. 전씨는 "예방에는 좋겠지만 급한데 아예 (열차를) 못타게 하는 건 조금 (불편하다)"라며 역으로 향했다.
이날 오전 8시쯤 신도림역을 찾은 20대 남성 A씨는 마스크가 없으면 탈 수 없다는 사실을 모르고 왔다며 역무원들의 안내를 받아 인근 편의점으로 발길을 돌렸다.
앞서 서울시는 이날부터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을 막기 위해 지하철 혼잡도가 150%가 넘는 때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승객들의 지하철 탑승을 제한한다고 밝혔다.
또 서울시는 안내방송 등을 통해 승객들에게 마스크 착용을 안내하고, 혼잡도가 170% 이상이 되면 역·관제·기관사 판단하에 혼잡구간 무정차 통과도 가능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지하철 혼잡도는 Δ80% 이하 '여유' Δ80~130% '보통' Δ130~150% '주의' Δ150% 이상 '혼잡' 단계로 구분된다.
서울 지하철 2호선과 공항철도, 경의선 철도가 겹치는 홍대입구역에서도 출근길 많은 인파가 몰렸지만 시민들은 대부분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다.
역무원들은 개찰구에서 마스크를 안 쓴 고객들이 역내로 들어오는 것을 막지는 않았으나 플랫폼에서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고 지하철에 오르려는 승객들을 향해 마스크를 착용해 달라고 안내했다.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고 이어폰을 낀 채 플랫폼으로 내려온 한 여성에게 역무원들을 지원 나온 서울교통공사 직원이 '마스크를 착용해 달라'고 말하자 이를 잘 알아듣지 못한 여성이 "왜 그러느냐. (마스크) 가지고 있다"며 짜증을 내기도 했다.
형광색 조끼를 입고 승객들을 안내하고 있던 교통공사 직원은 "코로나19로 인해 지하철 이용객이 많이 줄어 혼잡도가 150%를 넘지는 않을 것 같다"라며 "지금은 계도 차원에서 마스크를 써달라고 안내하고 탑승 대기 시 간격을 띄워 달라고 안내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와 교통공사는 지하철 노동자와 다른 시민들의 안전을 위해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승객에 대해 열차 탑승을 제한하지만 이를 무시하고 지하철을 탑승하려 하는 시민에 대해 법적처벌을 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는 승객들을 안전을 이유로 제지할 수는 있지만 이를 무시한다고 해서 처벌하거나 과태료를 물리는 등의 기준은 없다"라며 처벌을 위해서는 시행령이나 법률의 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민자업체인 서울시메트로9호선이 운영하는 9호선 1단계 구간(개화~신논현)의 경우에는 혼잡도에 따른 마스크 미착용 승객에 대한 통제가 이뤄지지 않았다.
서울시메트로9호선 관계자는 "혼잡도에 따라 마스크 미착용 승객에 대한 탑승을 제한할지 등에 대한 사항을 아직 논의 중이라 결정된 바 없다"며 "다만, 현재 1~8호선에서 시행하는 것과 준하는 정도로 시민들에게 마스크 착용 안내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마스크좀 끼고 다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