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청문회 정국에서 무분별하게 쏟아지는 '의혹 공세'에 경종을 울리는 판결이 나왔다.
14일 대법원 3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안경환 전 법무부 장관 후보자 아들 안아무개씨가 옛 자유한국당 주광덕·곽상도·김석기·김진태·여상규·윤상직·이은재·이종배·전희경·정갑윤 의원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소송에서 원고 승소판결을 확정했다. 이에 따라 의혹 제기를 주도한 주광덕 의원은 안씨에게 3500만 원을 지급해야 하며, 여기서 3천만 원은 나머지 피고들이 함께 부담해야 한다.
2017년 6월 23일 주광덕 의원 등 '자유한국당 서울대 부정입학의혹사건 진상조사단 소속 국회의원 일동'은 안씨가 고등학교 재학 시절 성폭력 가해자였지만 아버지의 개입으로 사건을 무마, 학생부에 당시 징계 내용 등을 제대로 남기지 않은 덕분에 서울대에 입학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국회 정론관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어 서울시교육청 특별감사를 요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고, 주광덕 의원은 이 내용을 자신의 블로그에도 올렸다. 안씨는 주 의원 등이 허위사실을 퍼뜨려 자신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위자료 1억 원을 배상하라는 소송을 곧바로 청구했다.
법원은 1심 때부터 줄곧 이 의혹 자체가 허위사실이라고 판단했다. 해당 고교 학생선도위원회 회의록, 서울시교육청 특별감사 보고서 등 어느 기록에도 안씨가 '성폭력 가해자'라는 내용이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안씨는 징계를 받긴 했지만 성폭력 가해자로서가 아니라 이성교제 등을 금지한 학생생활규정을 어겼기 때문이었다. 주광덕 의원 등은 자신들이 교사 증언 등을 바탕으로 이 의혹을 진실이라고 믿었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인정하지 않았다.
주 의원 등은 당시 안 전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를 준비하는 등 자신들의 직무와 연관 있어 의혹을 제기했다며 면책 특권도 주장했다. 하지만 1·2심 재판부 모두 '아니다'라고 판단했다. ▲ 기자회견 일주일 전, 이미 안씨 아버지 안경환 전 후보자가 사퇴한 만큼 공직 후보자 검증에 필요한 의혹 제기가 아니었고 ▲ 국회가 감사원에 감사를 요구할 수도 있지만 이를 위해 반드시 기자회견을 해야 할 필요는 없다는 이유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