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업체인 대만의 TSMC가 미국 정부의 지원 속에 애리조나에 최첨단 반도체 공장을 짓는다. 이에 따라 파운드리 분야에서 TSMC를 뒤쫓고 있는 삼성전자는 파운드리업계 최대 고객인 미국 인텔이나 퀄컴 등의 물량을 수주하기가 더 어려워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4일(현지시간) "TSMC가 지난 12일 이사회에서 미국 투자를 결정하고 이르면 15일 발표한다"며 "중국 등 아시아 반도체 공장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려는 트럼프 행정부에 대만이 적극 부응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이 공장은 미 연방 정부와 애리조나주 정부의 지원을 받아 2023년 말까지 완공돼 생산을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미 국무부와 상무부 모두 이 계획에 관여하고 있지만 미국이 어떤 방식과 규모로 이 프로젝트를 지원하는지는 밝히지 않았다"고 전했다.
TSMC가 미국 공장에서 생산할 제품은 '5나노미터 트랜지스터'를 가진 반도체칩이 될 것으로 보인다. 파운드리 시장의 큰 손인 퀄컴과 인텔이 앞으로 최고급 사양의 5나노미터 반도체칩 생산 물량을 늘릴 것이기 때문이다. 5나노미터 반도체칩은 현재 반도체업계에서 가장 미세한 공정의 제품으로 가장 빠르고 에너지 효율도 최고 높은 제품이다. TSMC는 대만에서 지난 연말부터 5나노미터 칩을 생산하기 시작했고, 삼성전자는 하반기부터 양산하기 위해 생산라인 구축을 서두르고 있다.
삼성전자는 2030년까지 시스템반도체 세계 1위 달성을 위한 한 축으로 파운드리 사업을 꼽고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TSMC와의 시장점유율 격차가 더 벌어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10~12월) 파운드리 시장에서 TSMC의 점유율은 52.7%로 상승했다. 삼성전자(17.8%)는 2위였다. 1년 전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TSMC는 점유율을 48~49%에서 조금 더 올렸고, 삼성전자는 18% 안팎에 정체돼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TSMC가 미국에 공장까지 완공할 경우 인텔, 퀄컴, 애플 등의 파운드리 물량을 수주를 놓고 겨뤄야하는 삼성전자로서는 더 애를 먹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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