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록의 여배우 김희애를 앞세운 한 불륜 치정 드라마가 오늘(16일) 종방이다. ‘막장도 이런 막장이 없다’고 걸죽하게 욕 먹는 동안 시청률은 치솟아 어느새 25% 안팎. 극중 지선우(김희애)는 말한다. “결혼은 그렇게 간단치가 않아요. 판돈 떨어졌다고 가볍게 손 털고 나올 수 있는 게임이 아니라고요.” 왜 그걸 모르겠나. 그래서 인간은 영화를 만들었다
영화는 도덕책이 아니다. 교과목으로 따지자면 오히려 ‘사회’나 ‘과학’에 가까울 것이다. 고대로부터 이야기는 인간의 상상을 그럴듯하게 풀어내는 판타지였다. 그 상상 속 일탈이 사회적 금기를 넘어설 경우, 관객의 판단을 가르는 것은 어쩌면 설득력이다. 애정이란 어차피 교통사고 당하듯 덜커덕 치인 뒤에야 깨닫는 것. 어떤 영화는 자기 골대 앞부터 차근차근 공격을 빌드업하는 EPL의 리버풀처럼 상황과 계기를 쌓아올려 개연성의 마법을 건다. 스트라이크 존 잘 잡히는 날의 류현진처럼 구석구석 찔러넣는 제구로 옴싹달싹 못하게 옭아매는 영화가 있는가 하면, 70m 단독 드리블하며 열 명쯤 제치고 원더골을 넣는 손흥민처럼 정신차릴 틈을 주지 않고 폭풍질주하는 영화도 있다.
‘불륜 영화’에도 명작이 있다. 지나치게 ‘에로 에로’하거나 잔인한 영화들은 뺐다. 영화 잘 뽑아내기로 이름난 명감독과 무슨 짓을 해도 믿을 수밖에 없는 명배우들이 만나 빚어진 ‘작품’만 골랐다. 혹시 평론가나 다른 관객의 평가가 궁금할 경우를 대비해, 요즘 가장 보편적인 영화 메타 리뷰 사이트 ‘로튼토마토’의 평론가·기자 평점 ‘토마토 지수’와 관객 평점 ‘팝콘 지수’를 동봉했다. 지극히 사적이며 사소한 영화들의 플레이리스트, ‘불륜’ 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