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바이오 기업 모더나의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백신이 하루 만에 '게임체인저'에서 '천덕꾸러기' 신세가 됐다. 임상1상에 대한 데이터가 명확하지 않아서다. 백신 개발 기대감에 요동쳤던 미국 증시도 큰 폭으로 하락했다.
국내 의료 전문가들도 공개된 데이터가 제한적인 데다 이마저도 모더나의 입장만 반영된 것이어서 결과를 낙관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때문에 과도한 기대를 갖기 보다는 실제 약효를 시험하는 임상2·3상 결과가 나올 때까지 판단을 유보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2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모더나는 지난 18일(현지시간) 미국 국립알레르기·감염병연구소(NIAID)와 18~55세 성인 남녀 45명을 대상으로 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 'mRNA-1273'의 임상1상을 진행한 결과 45명 전원에게 항체가 형성됐다고 발표했다.
특히 45명 중 8명에게서는 코로나19 바이러스를 무력화시키는 '중화항체'가 발견됐다고 밝혔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면서 모더나의 백신은 코로나19를 종식시킬 수 있는 게임체인저로 떠올랐다. 이날 모더나의 주가는 약 20% 폭등했다.
그러나 다음날 미국 의료 매체인 스탯 뉴스는 전문가들을 인용해 모더나 백신 임상1상 결과에 대한 허점을 지적하고, 과학적으로 큰 의미가 없을 수 있다고 주장하면서 분위기가 반전됐다. 이에 모더나의 주가는 약 10% 하락했다.
전문가들은 우선 중화항체가 형성된 사람 수가 8명으로 적은 데다가 이들의 정확한 나이도 알려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만약 이들이 모두 젊은층이라면 모더나 백신은 노년층에게는 의미가 없는 백신이 된다. 또 중화항체의 지속력 외에도 구체적인 데이터가 공개되지 않았다.
국내 의료 전문가들도 모더나 백신 임상1상 결과를 보다 냉정하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임상1상의 목적 자체가 백신의 적절한 용량을 확인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또 백신의 안전성과 효과를 확인하는 임상2상과 3상은 오는 6월과 7월에 시작한다.
김탁 순천향대 감염내과 교수는 "모더나 백신의 안전성과 효과는 임상2상과 3상 결과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며 "항체가 형성됐다는 것은 주목할 만 하지만 45명 전원에게 형성됐다는 항체가 긍정적인 항체인지 부정적인 항체인지 알 수 없어 결과를 낙관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바이러스에 감염되거나 백신을 맞으면 우리 몸에는 여러 종류의 항체가 생긴다. 흔히 항체는 바이러스와 싸워 우리 몸을 지킨다고만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 그렇지 않다. 바이러스를 무력화시키는 중화항체도 있지만 반대로 바이러스가 세포에 침투하도록 돕는 부정적인 항체도 있다. 앞서 뎅기열 백신의 경우 이런 사례가 발견돼 사용이 금지되기도 했다.
이번 임상1상 결과를 임상시험 주관기관이 아닌 모더나에서 보도자료를 통해 발표했다는 점도 문제다. 과학적 가치를 판단할 자료보다는 업체의 일방적인 입장만 들어있기 때문이다.
김우주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임상 결과의 경우 통상적으로 주관 연구자가 논문을 내고 발표를 한다"며 "모더나가 발표한 자료의 경우 완결성 있는 내용도 아닌데다 중화항체가 생긴 8명을 제외한 다른 사람들의 경우 어떤 항체가 생긴 건지도 불분명하다"고 꼬집었다.
이어 "코로나19에 대한 관심이 높은 상황인 만큼 예외적으로 결과를 빨리 발표할 수는 있으나 과도하게 기대를 하기보다는 데이터를 있는 그대로 냉정하게 바라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