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동이 외신(外信)의 집중 관심 지역으로 떠올랐다. 전광판 때문이다. 더 정확히는 케이팝광장 앞 코엑스 아티움 건물에 있는 대형 전광판에서 흘러나오는 미디어아트 ‘Wave’ 때문이다. 매시 정각과 30분마다 대략 1분 동안 시퍼런 파도가 요동치는 영상인데, 7K 고해상도로 펼쳐지는 ‘물쇼’를 투명 유리통 안에 가두는 연출을 통해 도심과의 접점을 극대화했다. 지난달 처음 설치돼 최근 유튜브 등을 통해 퍼져나가면서 특히 해외 소셜미디어가 들끓었고, 미국 포브스나 영국 데일리메일 등 유수의 매체도 앞다퉈 보도했다. CNN은 지난 20일 “거대한 입체 파도가 강남을 휩쓸었다”고 보도했다.
전광판에 적힌 ‘Public Media Art’라는 설명문 탓에 공공미술로 오해받기도 한다. 정확히 말하면, 이 영상은 일종의 상품이자 광고다. 디지털 기반 디자인 기업 디스트릭트(D’strict) 측에서 제작·설치한 것으로, 향후 전광판이나 건물 내 공간을 이 같은 연출 공간으로 활용하고자 하는 사업자의 관심을 끌기 위한 전략이다. 이성호 대표는 “지난해 서울 마곡동 넥센 유니버시티 건물 내에 파도가 몰아치는 대형 영상 설치 작업을 진행하면서 더 많은 사람들이 이런 상상의 공간을 경험할 수 있게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며 “‘웨이브’는 다른 사업자들의 주목을 유도하는 동시에 한국에서 가장 교통량 많은 장소의 답답함을 날릴 수 있는 콘텐츠를 고민한 결과물”이라고 말했다.
얼핏 입방체 유리통처럼 보이지만, 이 전광판은 81×20m 길이의 ‘ㄴ’자 평면이다. 그래서 아나몰픽 일루전(anamorphic illusion) 기술을 통해 3D(입체) 착시를 유도했다. 땅바닥에 그린 낭떠러지 그림이 실제 낭떠러지처럼 보여 행인들이 깜짝 놀라는 일련의 착시 미술을 떠올리면 쉽다. 이를 4개월에 걸쳐 영상으로 구현한 것이다. 최유진 본부장은 “다만 아나몰픽 일루전은 특정 시점에서 봤을 때에만 그 효과가 극적으로 발휘되는 한계가 있어 그 제한과 시각적 왜곡 현상을 최소화하기 위해 천장을 막는 등의 공을 들였다”고 말했다. 삼성역 사거리에서 바라봤을 때 가장 극적인 효과를 체감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