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승 소형 보트에 충남 서해안 경계가 뚫렸다.
미확인 선박이 몰래 해변에 접안해 6명이 잠적했지만, 해안·해상 경계를 책임진 군·경은 주민 신고가 있기 전까지 이틀 동안 이런 사실을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24일 태안해양경찰과 육군 32사단에 따르면 지난 21일 오전 충남 태안군 한 해변으로 6인승 소형 보트(1.5t급)가 접근하는 사실을 알아채지 못했다.
당시 보트 관련 조난 신고는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무사히' 해안에 접안한 보트에서 내린 6명은 해변을 가로질러 현장을 빠져나갔다.
해변에서 벗어난 이들은 도로변을 따라 이동했다.
이런 장면은 해변 주변에 설치된 CCTV에 고스란히 찍혔지만 군·경은 이를 놓쳤다.
보트가 들어온 지역이 접안 시설이 없고 인적이 드문 곳이었지만 너무 쉽게 뚫렸다.
육군의 태안 레이더 기지 역시 미확인 선박을 식별하지 못했다.
서해안 방어 최전선에 있는 태안 기지는 적의 침투 가능성이 커 한시도 긴장을 놓지 못하는 곳이지만, 민간 보트 한 대가 군·경의 방어막을 무용지물로 만들었다.
이 지역 해안·해상 경계는 군이 맡고 있으며, 군의 협조 요청이 들어오면 해경도 함께한다.
보트가 접근하는 것을 놓친 군·경은 발견도 늦었다.
해변에 방치된 보트를 제일 먼저 발견한 건 마을 주민이었다.
군·경은 23일 오전 11시 주민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하고 나서야 해안 경계 실패를 알아차렸다.
주민 발견 시간과 차이가 있지만, CCTV에 찍힌 시간 기준으로 보면 서해안 경계가 이틀 동안 뚫린 셈이다.
보트 안에는 중국산 물품과 먹다 남은 음료수와 빵 등이 다수 발견됐다.
원거리 항해에 필요한 항해·통신장비가 없고, 레저용 엔진이 탑재된 점을 근거로 군·경 합동조사단은 대공 용의점이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
하지만 미확인 선박에서 빠져나온 6명이 태안 도심으로 향했다는 등의 확인되지 않은 소문이 퍼지면서 주민 불안이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