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날 이후 연인같은 느낌으로 지내게 되는데
그도 그럴게 스킨십에 전진은 있지만 후퇴는 없잖아
하나 원칙은 있었는데 아이 있을 때는
둘이 자지 않기로 했어
스킨십도 그렇고 아이가 오해할만한 상황은 만들면 안되니까
아이 수업할 때나 다른 운동하러 가고 나면 여느 커플과 다를거 없이 보냈어
누나 성욕이 엄청 강해서 잘 맞았던 점 / 나도 방학이라 시간이 남아돌았던 점
타이밍이 잘 맞아서 정말 재밌게 지냈는데
집에서 뒹굴대기보다는 밖에서 시간을 많이 보냈어
자동차 극장도 처음 가봤는데 생각보다 사람이 많진 않더라
주파수 맞춰놓고 떡볶이 먹으면서 영화 보다가도 누나가
- 아 딴 거 먹고 싶당
이러면 바로 의자 젖히고 준비하고
아, 생각보다 차에서 하는건 쉽지 않아서 시도만 하고 실제로 하진 않았어
차 흔들리면 민망하잖아
19금 썰 좋아하는 다미들을 위해 조금 그런 얘기를 하자면
나는 내가 섹스를 굉장히 잘 한다고 생각해왔거든
크기도 굵기도 잔 여자들마다 다 한마디씩 했었고 적어도 내 앞에서는 만족해하는 모습을 봤었거든
근데 누나한테는 섹스할 떄 배려하는법 / 같이 즐기는 법을 배웠어
이 사람을 반드시 만족시켜야겠다 라는 나 혼자만의 목표를 설정해서 달리기보다
같이 얘기하고 맞춰가는 섹스를 하니까 만족도가 더 높더라구
그리고 누나는 항상 섹스 끝나고 나면 칭찬을 해줬어
오구오구 이런 것도 할 줄 알아? 이런느낌으로다가
존경과 사랑 그 어느 지점이었던거 같아 내 마음은
말 놓아도 된다 그랬는데 난 끝까지 말은 안놓았거든
나이 차랑 누나 입장만 제외하면 평범한 커플처럼 잘 지냈어
물론 더 이상 사귀자 말자 이런 말이 나오진 않았지만
집에서 요리해먹고
여행다니고
아이랑 강아지랑 놀아주고 뭔가 아 결혼하면 이렇게 살겠구나 하는 생각도 들고
비혼주의자였는데 생각이 바뀌는 계기도 됨
그 떄 내가 이 분이랑 이런 관계를 유지한다는건 딱 두명만 알고 있었는데
한 명은 내 오랜 친구고
한 명은 내 여동생이야
문제는 여동생이 이 관계를 진심으로 싫어했다는 건데, 여동생이랑 내 나이차도 좀 나는 편이거든
6살이니까
마침 대학도 우리 학교 근처 대학으로 왔고 집에서는 봄학기 시작되면 투룸 잡아줄테니
내가 좀 돌봐주라고 하더라고
어릴 때 부터 나이차 때문에 워낙 내가 아끼는 동생이었고 별 고민 다 말할 정도로 친한데
이해해 줄거라고 생각하고 말했더니 진짜 엄청 실망하더라
미쳤냐고 오빠 인생 조질일 있냐고
그 사람은 뭔 생각으로 집에 오빠를 들인거냐고 이해가 안간데
하긴 입장 바꿔서 동생이 나이 8살 차이나는 애 딸린 아저씨 집에 들어가서 애 과외하면서
그 남자랑 알콩달콩 지낸다?
나도 이해 못해줄거같다
그 문제로 동생이라 싸우진 않았지만 오빠 그거 정리 못하면 엄마아빠한테 무조건 말할거라고
그러더라고
친한 친구도 이해는 가는데 말리고 싶다고 그 정도로 그 사람이 좋냐면서 말하니까 좀 흔들리더라
이런 관계를 언제까지 유지할 순 없는거고
당장 학기 시작되면 난 거기서 나와서 동생이랑 살아야하는데
수업 시간 빼고 / 내가 학교 가는 시간 제외하면 따로 만날일이 얼마나 있을까
지금은 붙어있으니까 카톡이나 전화를 안하는거지
떨어지게 되면 아마 서서히 멀어지지 않을까
문득 겁이 났다
끝이 어떨지 알면서 달려가는게 멍청해보이기도 했고
누나가 고맙기도 했다 그 때 사귀자는 물음에 대답 안해줘서
원래 일상으로 돌아가기 전에 간단히 누나 집에서 쫑파티를 가졌는데
아마 일부러 아이는 친구집으로 보낸거 같더라
그날 누나가 그 동안 고생했다면서 향수 사주고 연극도 같이 봤는데
거기 그런 대사가 나오더라고
그 주인공은 학교 선배를 사랑했는데 티는 못내고 끙끙거리다가
결혼한다는 소식 듣고 친구한테 치는 대사였어
- 막상 그 누나를 보니까, 그냥 식장에서 나와버렸어
생각해보니까 그 만큼 내가 절실하지 않았더라고
이런 내용의 대사였는데 나한테 대입해봐도 딱 맞는거 같았음
나도 내 일상, 내 주변사람의 기대 이런걸 포기할만큼 절실하진 않잖아?
처음으로 생각했다 누나랑 더 이상 만나지 않고 혼자 남았을 때 어떨지
그 날 외식하고 오랜만에 집에서 둘이 양주까고 그와 관련된 얘기들을 나눴는데
앞으로 나 나가고 나면 아이 수업 계속 할거냐고 물었고
누나는 내키는대로 하라고 대답했다
그리고 누나가 굳이 사귀거나 관게를 확정지어서 불편해지지 말자고 하더라
어차피 너도 알고 나도 알듯 계속 함께할순 없으니까 그냥 시간 흐름에 놔두자고
그런 식의 얘기를 들었어
난 그 후 기억은 없는데 그 날 꽤 많이 마시고 필름이 끊겼고
일어나보니 누나방에서 둘이 안고 있더라
다행히 둘이 잔거 같진 않고 취해서 그냥 침대에서 잔거 같았음
그게 내가 누나집에서 잔 마지막 날이었고 다음 날부터 난 다시 신촌으로 돌어왔어
그리고 더 이상 과외는 하지 않기로 했어
굳이 미련 남기기도 싫었고 그 때 난 누나를 너무 사랑했기 때문에
어차피 안되는거 봐서 뭐하나 마인드였거든
연락은 가끔하긴 했는데 만나진 않았어
더 이상 누굴 만나고 싶은 생각도 없었고
맨날 만약에 ~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가정만 하면서 학교생활했어
시간이 흐르고 흘러서 중간고사 끝나고 집안일 때문에
동생이랑 나랑 집으로 내려가게 되는데 둘다 월공강이라 마음 편하게 금요일에 수업 마치고 내려갔지
동생도 내가 더 이상 그 누나를 만나지 않는걸 아니까 그 얘긴 하지 않았고
나도 내가 먼저 그 얘길 하지 않으니까
이대로 잊고 살 줄 알았어
그리고 그 날 새벽 카톡이 하나 와
그 떄 너무 반가워서 그 친한 친구한테 보여주려고 캡쳐했는데 클라우드에 남아있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