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썰의 끝도 점점 다가온다
처음에는 약2년 좀 넘는 동안 있었던 일을 4편에 나눠서 써보려고 했는데
다미들이 생각보다 훨씬 재밌게 읽어줘서 좀 더 분량을 늘렸어
몇몇 다미들이 엠팍에 있던 오피스 누나라는 썰 얘기를 했는데 나도 그거 읽고 비슷한 일 있었는뎅!
하고 쓰기로 마음먹은거야 ㅋㅋ
근데 그 분 처럼 그렇게 10편 이상 쓰기에는 내 기억도 그렇고 생각나는 에피 큰 것들만 쓰는거라 한계가 있네
오늘 6편을 끝으로 이혼녀 썰은 끝이 나겠지만
에필로그 식으로 그 이후 17년에 만났던 이야기를 하나 더 풀고 마치려고 해
오늘도 읽어줘서 고맙다미
새벽에 카톡을 받고 바로 전화를 걸었어
무슨일인지 잘 지내는지 너무 궁굼했거든
- 늦은 시간에 미안해 하나만 물어보자
- 뭔데요??
- 아직 나 사랑하니?
이런식의 대화였는데 난 당연히 아직도 사랑한다고 말했어
막상 같이 지낼 때는 직접적으로 사랑해 많이 좋아해 이런 말을 듣진 못했는데
갑자기 누나가 보고싶어 사랑해 이러더라
또 짧은 침묵
어떻게 하자는 걸까 이 누나는
분명 우리 마지막에 누나는 하고싶은 대로 하라고 그냥 날 보내지 않았나?
나도 그동안 힘들었는데 이제와서 이러면 너무 슬프잖아
생각해보면 나도 누나도 현실적인 벽 / 혹시나 미래를 약속하게 될 때 마주할 반대
이런걸 둘다 마주하기 싫었던거지
그래서 서로 잡지 못하고 서로에게 선택권만 넘기고 그냥 돌아왔던거다
그러면 내가 버린게 아니라 선택받지 못했다라고 자위할 수 있으니까 최소한 나는 그랬던거 같다
- 누나 뭔 일 있어요? 갑자기 그러면 어떡해
누나가 말을 꺼냈다
외국으로 간댄다 / 아이 교육도 그렇고 언니네 사는 곳으로 떠날거라 하더라
물론 바로 가는건 아니고 여름방학 전에 간다고 했는데 아이를 거기서 최소한 대학 전까지는 키울 생각인거 같았음
아이가 하는 운동이 그 나라 인프라가 더 좋기도 하고 영어 교육도 할 겸 해서 가는거라는데
누나가 그러더라
같이 갈 생각 있냐고
너도 취업하려면 어학연수 그런거 해야하는거 아니냐고 같이 지내자고 묻더라고
생각지도 모한 전개라 진지하게 생각해본다 하고 그날은 끊었어
나도 같이 가고 싶은데 참.. 뭐라 해야하지 거기서 뭔가 이질감? 그런걸 느꼈었어
당장 외국 나가 삶의 터전을 바꿔도 크게 지장없는 일상
거기다 8살 어린 연하남까지 델고 가도 전혀 부담없는 경제력
난 내가 외국 나가고 싶다고 맘대로 나갈 입장도 안되는데다 이게 영화도 아니고
무작정 따라간다고 대답하기도 어려웠다
왜 드라마나 영화보면
갑자기 외국으로 도피해서 아무도 안보이는 곳에서 둘이 사랑놀이 하는 장면들 나오지 않나?
근데 나는 그럴 자신은 없었다
여기서 하고 싶은 것도 있고 무엇보다 또 그 마음고생 하면서 끝이 보이는 만남을 가질 자신도 없었다
몸도 마음도 지쳐있었고 쉬고 싶었다
다음 날 장문으로 카톡이 왔는데 그 캡쳐본 올리는건 가릴 부분이 너무 많기도 하고
날 특정할 수 있는 말들이 많아서
요약하면 어제 했던 말 그냥 한 말 아니다 어떤거 같냐
그런 말이었음
난 학기중이고 너무 갑작스러워서 뭐라 확답을 못해주겠다 몇일 내로 확답 주겠다고 말은 했는데
싱숭생숭 하더라고
도대체 이런 여자를 또 어디서 만나겠냐 잡자 라는 마음과
현실적으로 생각해라 넌 절대 감당못해 라는 마음이 하루종일 싸웠다
암튼 저날 다시 서울로 올라와야 해서 짐 정리하고 서울 가려는데
롤 한판 하고 가려고 했던게 화근이었다
난 노트북 안들고 왔고 동생방에 데스크탑 있는데 그걸로 롤 한판 하려고 접속하면서
피씨 카톡으로 돌렸거든
난 롤할때도 카톡 병행하려고 항상 창모드로 하고 카톡 오면 확인하고 겜하는게 버릇이라
자연스럽게 카톡들어가 놓고 롤을 했어
이전에 언급한 그 친한친구에게 그 누나 연락왔다
이런이런 일이더라 하고 치고 캡쳐한것도 보내주고 계가 답변 올 떄까지 기다리면서 롤 몇 판 했는데
2~3판을 해도 답이 안오더라
차 시간 때문에 빨리 나오래서 정신없이 나갔는데 모니터만 끄고 카톡 로그아웃 하는걸 까먹은거야
마침 또 타이밍이 그런게
나랑 동생이 엄마차 타자마자 동생이 뭘 두고 왔다고 오빠 게임하느라 자기꺼 못챙겼다고
얼른 다녀온다고 하더라
그리고 걔가 나가고 좀 있다가 나도 카톡 로그아웃 안한거 알고 얼른 동생방으로 뛰었는데
이미 동생이 컴퓨터 켜져있네? 하고 끄려고 모니터를 켠거지
그리고 카톡 창에 카톡왔다고 뜨고
무슨 타이밍이 그러냐 ㅋㅋㅋㅋ 그래서 결국 동생이 그 사실을 알게 되고 와 이건 진짜 말해야겠다라는거
말렸는데도 엄마한테 그대로 말하더라
동생이 좀 잘못알고 있었던게 누나가 애가 있고 하니까 이혼녀라고 생각하고 있었나봄
차 올라타자마자 엄마 ! 오빠 이혼녀 만나 미쳤나봐 외국가서 같이 살재
이런식으로 말하더라고
엄마가 뭔소리냐고 묻더니 나도 엉겹결에 알고보니 이혼녀였다 라고 말하고
외국가자는건 그냥 해본 소리임 그 누나 혼자 이민가는거임 이런식으로 둘러댐
지금이야 가끔 집에서 엄마 아빠 동생 다 어 이혼녀는 잘있고?
이런식으로 장난으로 말해서 ㅋㅋㅋ 그래서 제목도 이혼녀 만난 썰이 되버린 것!
당시에는 동생이 미웠는데
서울와서 동생이 자기보는 앞에서 거절안하면 따로 살거라고 난리치길래
- 이렇게 너가 화낼 일이야? 내가 알아서 한다니까
했다가 입장 바꿔 생각해보라고 자기가 8살 많은 애딸린 이혼남이랑 눈맞아서 외국간다 어쩐다 하면
오빠 성격에 가만 있을거냐고 따지길래
그건 그러네 하고 수긍했다
뭐..결국은 그렇게 동생보는 앞에서 전화해서 거절했음
그렇게 누나는 더 이상 연락이 없었고 나 역시도 연락하지 않았어
언제 출국하는지 몰랐는데 어느 새 카톡 프로필 사진이 바뀌어있더라고
거기서라도 행복하면 된거지 뭐
라고 생각하고 괜찮은 줄 알았는데 그 이후 몇달을 힘들어했던건 함정
그 허한 마음 달래려고 일부러 소개팅도 하고 많이 만나봤는데
그거대로 그 사람들에게 상처준거 같아 그것도 미안하네
이후 만난 사람들에게는 그 누나같은 매력은 한번도 못느꼈거든
더 이상 사랑한다는 말이 진심이 아니라 그냥 형식적으로 나오게 되고
연애가 즐겁지 않고 지루해졌어
누굴 만나도 같은 이야기 같은 결말 이더라고
그래서 아직도 옆에 누구 없다!
그렇게 약 2년간의 누나와의 만남을 정리하는데 또 2년이 걸린거 같네
쓰고보니 또 보고싶고 그러네
다미들 덕분에 좋은 추억팔이 했다
내 추억팔이로 시작했는데 다들 재밌게 읽어줘서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