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 인지도가 진짜 바닥을 치고있어서
온갖 오해가 난무하고 종종 소외감드는걸 넘어서 화날때도 있음.
몇가지 오해를 해소하고자.. 조금만 써봄.
해군 많이 관심가져줘.
1. 해병대 아님.
실제로 가장 많이 받는 오해.
작년에 행사 있어서 정치인들이 우리 배에 방문했는데, 우리더러 "해병 여러분 저와 함께해주세요!" 이 소리해서 갑분싸됨.
본인 해군간다고 할 때도 지인들이 해병대 가는줄 착각하는 사람들 많더라.
서로 한가족인건 맞는데... 우리들 입장에서는 짜증난다.
해군은 바다위에서 싸우고, 해병은 육상에 상륙해서 싸운다.
해군은 회색 강철배를 조함하고 망치질하는 기술자 노예 느낌에 가까운데, 해병은 흙탕물 뒤집어쓰고 눈돌아가서 총질하는 마초남 노예 느낌에 가까움.
주변에 해군해병 친구들이 있다면 헷갈려하지 말자.
2. 낚시 안함.
진짜 많이 들은 말.. 남자들끼리 드립삼아 낚시 많이하냐는 말은 당연히 웃어넘기는데, 진짜 아무것도 모르고 특히 여자분들이 이럴때 그냥 빈웃음밖에 안나옴.
소방관한테 출동나가서 불에 마시멜로 구워먹냐고 물어봐라.
3. 전방?후방?
가장 많이 받는 오해 중 하난데, 전방후방 개념이 지리랑 상관없어.
부대(배)가 움직이니까. (전투기가 출격하는거랑 달라.. 우린 배가 부대야.)
엄밀히 말하면 배(해상)가 전방이고 땅(육상)이 후방임.
배를 타는 해상근무자들은 육군의 GP, GOP랑 비슷한 입장.
배타면 NLL같은 우리나라 경계선 최전방에 나가서 연료떨어질때까지 patrol하다가 다른배랑 교대한다.
항구에서 연료싣고 정비한다음 다시 출동.
(무한반복)
일정이 바쁠때는 한달 30일중 28일을 바다에 떠있을때도 많음.
북한배도 많이 보고, 중국 시1ㅂ놈ㄷㄹ 불법침입한거 쫒아내기도 하고..
뉴스에 안나올뿐이지 지금도 바다에서는 별별일들이 터지고 있음.
주변에 해군 친구가 있다면 근무지만 듣고 편견갖지말자. 배를 타는지 먼저 물어봐라.
가령 평택 육상근무자랑 함정근무자는 천지차이의 군생활을 하고있다.
4. 배에서 산다.
☆★이건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모르는거다.★☆
'해군이 배탄다'는 말 들으면.. 버스나 택시 타듯이 잠깐 출동나갈때 배탔다가 입항후 땅 위에 벽돌로 지어진 건물로 들어와서 자는 줄 알았겠지만...
아니다.
참수리처럼 아주작은 배들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배는 거기서 아예 산다. 표현이나 비유가 아님. 진짜 배가 집이 됨.
배에서 먹고 일하고, 일하고 자고, 눈뜨면 다시 배다.
일과끝나고 쉴때조차 발밑이 출렁거리고,
창문이 없으니 햇빛도 안들어오고,
비좁은 격실에서 수십명이 우겨져 지내고,
해수면보다 아래있는 격실에서는 화장실역류가 빈번하고,
냉난방도 잘 안되고,
어떤배들은 샤워할때 찬물만 나옴.
군함은 여객선이 아니다.
사람을 위한 배가 아니라 전투를 위한 배다.
...진짜 육군애들 침상에 앉아있는거 보고 부러워 죽을거같더라. 우린 침대도 좁아서 누운채로 고개들면 머리가 위층벽에 닿음.
나도 해군 오기전에 잘 몰랐고..
안타깝게도 많은 신입 이등병들의 단골질문중 하나가 "..아예 여기서 사는거였습니까??"임.
결국 폐소공포증, 공황장애 등등 각종 정신병 호소하면서 배 내리는 애들 우리배에서만 5명이나 있었음.
혹시라도 해군 올 예정인 미필자들은 꼭 참고해서 괜히 복잡한일 안만들었으면 좋겠다. 제발..
5. 휴가 맘대로 못쓴다고.
첫 휴가를 10일 나왔을때 가족들 및 주변 육군 친구들의 부러움을 한몸에 받았다..
그러나 그 뒤에는 해군의 현실이 있다.
앞서 말한것처럼 해군은 배에서 살고, 배는 계속 전방해역으로 출동을 나간다.
만약 배가 7월1일~7월15일간 출동이라고 하자.
7월1일 휴가를 나가는 사람은 무조건 15일 휴가를 써야된다.
중간에 휴가가 끝나서 복귀한다면...?
복귀할 부대(=배)가 바다에 나가있는데, 어디로 복귀할건가?
물론 하루이틀 차이는 대기대라는 수용시설이 있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휴가는 출입항에 맞춰야 한다.
그래서 휴가 일정도 엉망이 되기 쉬울 뿐더러, 울며 겨자먹기로 연가를 태우는 경우가 흔하다.
심지어 7월15일~17일 외박을 썼는데, 입항이 지연돼서 16일에 입항했으면? 반토막난 외박을 즐기고 오면 된다 :)
6. 연락안됨.
이거때문에 주변에 여친이랑 많이들 깨진다.
알고있는 피해자?만 열손가락 넘음. ㄹㅇ.
먼바다 나가있으면 전파가 안터질뿐더러, 애당초 항해중에는 보안상 휴대전화 사용이 금지된다.
??? : "요즘군대 좋아져서 주말마다 휴대폰 붙잡고 어쩌고저쩌고" 라고 해봤자.. 주말에 바다위에 있으면 휴대폰도 못쓰고 항해당직근무나 해야된다.
한번은 출동중에 함내방송으로 무장장님 셋째아이 출산했다고 축하방송나오더라. 그때가 바다위에서 6일째 되던날이였고 입항까지 며칠 더 남았는데 참 복잡오묘했음.
주변에 해군친구 있으면 갑자기 연락 끊긴다고 초조해하지 말자.
물론 육상근무자는 그런거 없다. 육군처럼 폰씀. ㅇ
7. 전출/파견이 잦음.
타군에서는 사고친 사람들이 전출을 많이 간다고 하던데, 해군은 군생활 열심히 해도 주기적으로 로테이션을 돌린다.
그중 가장 많은게 배 타고 8개월쯤 전후해서 (최소 6개월이상) 육상으로 재발령이 날 수 있다는거다. (물론 조타처럼 못내리는 직별도 있음.)
앞서 말한대로 배 생활이 워낙 고되고 힘들다보니까, 웬만해선 다들 이 '육상발령'을 손꼽아 기다린다.
마치 오지않는 구원을 기다리는 사이비 광신도마냥 약속의 낙원 '육상부대'로의 전출을 목빠지게 기다리는 수병들이 매우 많다.
이 구원에 실패한 수병들은 '앵카박혔다'고 하는데, 독기 품고 악질선임으로 타락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물귀신처럼 후임들도 앵카박게하려고 온갖 꼼수를 부리니 조심하자.
친구가 해군인데 육상으로 전출간다? 축하해주면 됨.
(드물게 예외가 있을 수 있으니 귀를 열어주자.)
8. 해군식 예절입니다..
한번은 군항 근처 육군과 함께한 민간공개 행사가 있었다.
거기서 "필승&충성" 거수경례를 본 한 아저씨가 "해군 애들은 경례가 군기빠지고 엉망이잖아 ㅉㅉ"라며 불평하는걸 들었다. 알고보니 경례를 좁게 해서 이런 오해를 받은 것...
비좁은 군함에서 지내다보면 경례를 할 때 팔을 옆으로 뻗을 수 없다. 애당초 군함 복도에서 한팔 뻗으면 길이 막혀서 되려 상급자가 지나가기 불편해한다.
그래서 해군은 '길차려' 라는 해군만의 예절이 있다. (상급자를 보면 벽에 붙어서 길을 터주는 동작) 그리고 필승 경례를 할 때도 팔을 앞으로 접어서 좁은 경례를 한다.
다시말해서 저렇게 동작이 타군과 다른 것들은 군기빠진게 아니라, 뱃생활에서 탄생한 해군만의 예절인거다.
잘 모르는 사람들이 욕할때마다 내심 서운했다.
9. 항해당직은 불침번이 아니야.
휴가나가서 친구들과 이야기 하면 다들 항해당직을 불침번 정도로 생각하길래 답답했다.
해군은 불침번이 없다. 대신 그 특성상 독특한 당직체계를 가지고 있다.
배가 출항하면 거친 바다 위에서 논스톱 상시기동이기 때문에 '총원'이 '항해당직' 근무를 서야한다.
항해당직은 군함이 기동하는데 필요한 기본적인 것들. 사람으로 치면 심장을 뛰게하고 호흡하고 소릴 듣고 앞을 보게하는 일들이다.
사람이 밤에 잠을 잔다고 심장이 멈추지 않듯이, 군함도 24시간 살아있다. 바다에서 눈감았다가 암초에 부딪히면 그대로 죽는다. 육상은 밤이 있겠지만 해상은 밤이 없다. 그게 항해당직이다.
일반적으로, 함총원을 3등분해서 매일3교대 항해당직을 돌린다.(밤에4시간 낮에4시간 두 번 선다.)
사람이 없는 경우 2교대 12시간 당직도 자주 있다.
☆중요☆
항해당직과 일과는 별개다. 당직끝나면 퇴근이 아니라 출근이다
여튼 항해중엔 매일매일 잠도 잘 못자고 당직근무를 겸하며 살아야 해서 초췌해지기 쉽상이다.
입항날만 손꼽아 기다리게 된다.
10. 기상방송은 나팔x 타종o
그런 장난들 치잖음.
휴가나온 군인 자고있을때 기상나팔 틀어놓는거.
이걸 해군한테 하면 밍기적대고 시큰둥한 반응이 나온다.
나도 휴가나갔을때 이 장난을 당해봤는데 웃기기만 했음.
애초에 해군은 기상나팔을 안불고 고유한 방송이 있다.
기상시간 15분전에 2회 타종으로 깨우고, 기상시간에는 보슨파이프라는 특수한 피리를 불어서 방송한다.
예) "땡....! 땡....! (종소리) 총기상 15분전. 승조원총원 비행갑판에 집합 15분전."
이런식으로..
그러니까 백날 나팔소리 들려줘봐야 효과도 없고 짜증만 남.
육군 기상나팔은 검색하면 바로 나오는데, 해군 기상방송은 검색해도 안나오더라..
얼마나 알려진게 없으면 이정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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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mi자랑거리
1. 밥 맛있다 진짜.
배가 좁으니까 조리실 하나에서 장교밥~사병밥 똑같이 만듬. 함장이랑 이병이랑 똑같은 스테이크 썰어먹는다.
군대식똥국?? 먹어본적도 없음.
조리장 프라이드가 높아서 우리배가 맛있니 너네배가 맛있니 그럼.
2. 별똥별 하루에 열개씩봄.
별똥별 떨어질때 소원 빌라고들 하잖음?
이병 짬찌때 하나 보고 놀라서 소원빌었는데, 나중되면 별똥별 한개당 한글자씩 나눠서 빌게되더라.
"배","내","리","게","해","주","세","요" ... 이렇게
먼바다 나가면 각종 별자리, 천체, 은하수 맨눈으로 볼 수 있음.
육지랑 아예 급이 다르다. 뒤에 0두세개는 더 붙여야됨.
NLL밑에서 보던 오리온 대성운이 아직도 잊혀지지 않음.
3.돌고래?
겁나큰 고래도 봄. 첨에 잠수함인줄 알고 놀라서 보고했다가 망신당한적도 있음. ㅋㅋㅋ
바다위에서 앉아있는 새들도 보고. (새들이 먼바다를 횡단할때 해수면에 앉아서 잔다는걸 처음 알게됨.)
돌고래 한두마리랑 속도경쟁할때도 재밌는데, 드물게 수십마리 돌고래무리들이 집단이동할때가 정말 장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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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며.
잘 모르니까 "육군가긴 뭐하고, 공군은 어려울거같고, 적당히 중간인 해군에서 꿀빨아야지" 이런 말이 나오는데..
해군은 그 특성상 타군과 근본적으로 생활,훈련,임무등이 많이 다르다. 주변 선후임들 죄다 잘 모르고 입대하는 경우가 많더라. 그만큼 인지도가 개판이라는게 안타깝다.
미필인 사람들은 고민 많이 해서 고르길 바란다. 인생에 한번뿐인 군생활이잖음.
국군장병 모두 화이팅!
2번빼고는 거의다 잘씀
낚시는 부사관 아재들 개많이함 ㅋㅋㅋ ㅈ만한거 잡아다가 조리병한테 회쳐달라고도 개많이함 물론 일반 병사는 못하지만 부두 걷다가 멍게 같은거 주워올때는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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