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분이 지금 잘못 알고 계신 게 있어요. (고)유민이가 악성 댓글, SNS 개인 메시지로 스트레스가 극에 달해 목숨을 끊었다는 겁니다. 아니에요. 절대 아니에요. 유민이가 정말 힘들어 한 건 현대건설 힐스테이트 코칭스태프의 냉대와 임의탈퇴 족쇄였습니다.”
고(故) 고유민의 어머니 권OO 씨의 절규다.
유민이가 악성 댓글, SNS 개인 메시지로 스트레스가 극에 달해 목숨을 끊었다는 거예요. 유민이가 원래 잘 웃었어요. 그것 때문에 경기에서 부진하면 말로 표현하기 힘들 만큼의 험한 소릴 듣곤 했어요. 그렇다고 유민이가 일부 팬들의 악성 댓글과 SNS 개인 메시지 때문에 목숨을 끊을 아이는 아니에요. 유민이가 정말 힘들어한 건 팀 생활이었어요.
팀 생활이라면 현대건설에서의 생활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유민이가 처음부터 힘들어했던 건 아니에요. 2017년 4월 이도희 감독이 현대건설 지휘봉을 잡고 나서부터 유민이가 변해갔어요.
어떻게 변했습니까.
수면제를 복용하기 시작했어요. 한 알 먹던 수면제가 두 알로 늘어났죠. ‘엄마, 나 너무 힘들다. 죽고 싶다’고 말하기 시작한 것도 그즈음부터였어요.
어떤 이유로 힘들어한 겁니까.
코칭스태프가 정상적인 훈련을 안 시키고, 의사소통까지 거부한다고 했어요. 지금도 유민이가 했던 말을 똑똑히 기억해요. ‘엄마, 나 투명인간 취급당하는 것 같아’. 한 번도 아니고 똑같은 얘기를 여러 번 했어요.
음.
한 달 동안 말 한마디 걸지 않은 적도 있다고 했어요.
코칭스태프와 갈등이 있던 겁니까.
(한숨을 길게 내쉰 뒤) 현대건설 숙소에 자해하는 애들이 있었어요. 한 선수는 숙소에서 ‘죽겠다’고 했답니다. 유민이가 그 친구들을 감싸줬어요. 그래서 선배들에게 왕따를 당했죠. 그때부터 유민이가 코칭스태프, 선배들 눈 밖에 난 거예요. 남들이 미워한 아이를 감싸준 게 큰 잘못이었던 겁니다.
상황을 바꿀 방법은 없었던 겁니까.
유민이가 눈앞에 있어도 말 한마디 안 걸어주는데 어쩌겠어요. 사람 취급을 안 해주는 게 폭언, 폭행보다 더 무서운 겁니다. 유민이는 현대건설 숙소에 있는 것 자체가 고통이었어요. 유민이가 휴일을 어떻게 보냈는지 아세요?
어떻게 보냈습니까.
집에 와서 종일 잠만 잤어요. 숙소에선 잠을 못 잤던 거지. 유민이가 친구들 만날 땐 참 밝았다는데….
유민이가 초교 때부터 프로까지 달고 다닌 등번호가 7번이에요. 유민이에게 등번호 7번은 이름보다 중요한 거였어요. 그런데 유민이가 임의탈퇴 신분이 되니까 구단에선 곧바로 유민이 등번호를 다른 선수에게 내줘버렸어요. 다른 팀 감독님께 여쭤봤습니다. 이런 일이 비일비재한 것인지.
뭐라고 하던가요?
‘팀을 영원히 떠났거나 은퇴했으면 등번호를 넘겨줄 수 있다. 하지만, 언제든 복귀가 가능한 임의탈퇴 선수를, 거기다 팀을 떠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선수 등번호를 다른 선수에게 넘겨주는 건 매우 이례적’이라고 하셨어요. 유민이가 그걸 보고서 충격이 컸어요. 친구한테 전활 걸어 ‘내가 지금까지 선수로 뛰면서 남긴 게 없다. 아무 의미가 없다’면서 펑펑 울었답니다. 생각할수록 마음이 찢어져요.
*8월 4일 현대건설 홈페이지에서 오전까지 등번호 7번이던 선수의 등번호가 같은 날 오후부터 다른 번호로 바뀌었다.
https://n.news.naver.com/sports/volleyball/article/529/0000045292
3줄요약
1. 어머니가 얘기하는 고유민선수가 극단적 선택한 것은 악플때문이 아니다.
2. 감독이 바뀌고나서부터 힘들어했다.
3. 등번호 관련으로 고유민선수가 멘탈이 흔들렸다.
마지막으로
고 선수가 세상을 떠났을 때 현대건설 구단으로부터 연락받은 게 있습니까.
8월 3일이 유민이 발인이었어요. 현대건설에 분명히 말씀드렸어요. ‘다른 건 바라지 않는다. 유민이가 왜 생을 마감했는지 알리고 진심으로 사과하시라’고. 현대건설에선 아직 연락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