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나이 32. 지방대 어문계열(영일중 제외) 출신임. 지방대가 별 거 있겠어? 맨날 게임하고 술마시고 지내다가 군대 전역 한 뒤에 1년 대충 때우고 남들 다가는 어학연수를 갔어. 1년 지내면서 운좋게 공공기관에서 6개월 인턴을 했네.
졸업후 운좋게 얻어걸린 회사에 들어가서 2년 근무 하다가 주재원을 나와서 또 1년 반 근무 했지. 주재원 생활은 엄청 편했고 보수도 제법 괜찮았어. 근데 주변 사람들 보니 내 미래가 너무 암울해지더라. 나를 제외한 다른 사람들은 거의 중경외시급 이상의 대학임에도 불구하고 사내에서의 자신들의 미래를 걱정하더라구. 내 성과는 나쁜편이 아니었는데, 지방대 출신인 내가, 인맥도 없는 내가 과연 이 회사에서 버틸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문뜩 들더라.
정말 수많은 고민을 하다가 현지에서 한국식 카페를 열기로 했어. 그래도 퇴사 하기전엔 치밀하게 사전 조사를 했지.. 생전 한번도 안만들어 본 디저트를 유투브를 통해 배운 뒤 만들어서 현지인들에게 무료로 나눠주면서 조사도 하고.. 평일에 반차 월차 내고 길거리 돌아다니면서 어디에 카페를 열어야 잘될까? 하며 하루 종일 걸어도 보고..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르네.
처음에 퇴사할 땐 부모님에게 욕 많이 먹었지. 남들 들어가고 싶어도 못 들어 가는 회사를 왜 갑자기 때려 치냐고..ㅋㅋ 처음에 카페에 알바하러 갔을 때도 좀 이상하게 생각하더라. 나이 서른에 무슨 카페 알바냐? 이런 느낌?
무튼 카페에서 6개월 정도 일하고 여기 다시 와서 카페를 오픈한 게 어느덧 10개월 차네. 처음엔 엄청 힘들었는데, 하다 보니 제법 인기가 많아져서 요즘은 점심, 저녁 시간엔 거의 만석을 유지해. 주말엔 더 바쁘고 ㅎㅎ
몇 달 뒤면 분점을 하나 더 낼 예정이야. 이정도 기세면 가게 몇개 더 내는 건 시간 문제라고 생각해.
나도 처음에 퇴사하고 카페 알바를 할 땐 진짜 후회 많이했어. 막상 퇴사하고 나니 퇴사하기 전에 느꼈던 회사에서의 내 미래에 대한 불안감 보다 퇴사 하고난 뒤 느끼는 불안감이 훨씬 더 크더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근데 지금은 정말 행복한 거 같아.
내가 하고싶은 일을 하고 있고 또 잘 될 거라는 기대감이 정말 크거든.
결론은 하고싶은 일을 하자~ 이거야. 근데 정말 열심히 해야 하더라.ㅎㅎ
나도 내가 이 글을 왜 쓰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엠봉 형 동생들도 하고싶은 일을 하며 살 기를 바래. 그럼 이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