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미디언 유세윤은 "높임말의 본질은 선택권을 상대방에게 넘겨주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높임의 유무와 상관없이 선택권이 상대방에게 있다면 듣는 사람은 높여져있다고 했죠. 고객한테도 똑같습니다. 특히 사과를 해야될 때는 상대방을 높여야 하죠. 당연히 선택권을 넘겨주어야 합니다. 사람은 누구나 자유의지가 있습니다. 아무리 좋은 내용이더라도 그것을 말하는 사람이 자유를 강제하는 꼴이 된다면 사람들은 고맙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반대로 안 좋은 내용이어도 선택권을 고객에게 넘긴다면 그 분노는 조금씩 줄어들죠.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1. 양해 바랍니다.
2. 양해해주시기 바랍니다.
3.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4. 양해해주시길 부탁드리겠습니다.
5. 양해를 해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
무엇이 제일 괜찮을까요?
1. 양해를 해주시길 부탁드리겠습니다.
2. 양해를 해주시면 불편함 없으시도록 빨리 처리하겠습니다.
3.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최대한 빨리 처리해 드리겠습니다.
대체로 뒷부분일수록 괜찮게 들립니다. 말이 길어서 괜찮은 것이 아닙니다. 선택권이 상대방에게 넘어갔기에 괜찮게 들리는 겁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업체들은 이런 간단한 것도 안해서 욕을 먹습니다.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까지도 안 합니다. "양해를 바랍니다." 그냥 이런 식입니다. 누가 누굴 양해 하겠다는겁니까. 양해를 바란다는 사람이 통보를 하면 누가 양해해줍니까.
이건 대체로 습관의 문제 입니다. 근속기간에 관계없이 회사물이 진하게 들은 사람들이 주로 이렇습니다. 이들은 대체로 감정을 빼고 글을 씁니다. 회사에서 문서를 많이 만들어보니 감정이 필요없는 겁니다(이렇게 배웠다는 것을 뭐라하는게 절대로 아닙니다. 회사에서는 이렇게 하는게 생산성이 높죠. 하지만 고객들하고 대치했을때는 달라져야 합니다). 그래서 이들은 본인 머리에 있는 매뉴얼대로만 응대합니다. 회사 문서 만드는 법, 메일 쓰는 법, 전화 받는 법 등 합의된 일을 오래 하다보니 마음 누그러트리는 법을 잘 모릅니다. 그냥 문서 쓰듯이 하는 겁니다.
1. 자료는 파일로 첨부하였으니 빠른 처리를 위해 금일 안에 회신 바랍니다.
2. 자료는 파일로 작성해서 첨부했습니다. 바쁘시겠지만 확인 부탁드리고 오늘 안으로 보내주시면 바로 처리하겠습니다.
뭐가 더 듣기 좋은가요. 만약 습관인줄 알면서도 이렇게 못 한다면 그건 자존심 문제입니다. 특히 개인 사업체 일수록 자존심은 버리기가 어렵습니다. 내가 사장이니까요. 저도 가끔 머리에 있는 정신줄이 끊어지는 것 같은 비상식적인 사람들을 만날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땐 가끔 쏘아붙이기도 하지만 아직 제대로 비난하고 욕 해본적은 없습니다. 원래 돈을 버는건 그냥 남한테 아쉬운 소리 들어야 하는 거니까요.
누군가의 진짜 능력은 감사할 때가 아니라 미안할 때의 대처에서 나옵니다. "교환이나 환불은 불가합니다". 왜 이런식으로 말을 해 자기 능력을 낮춥니까. "교환이나 환불은 규정상 어렵습니다. 하지만 다른 방법이 필요하시면 저희가 확인 후에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어차피 다른 방법이 없더라도 이렇게 말하면 대부분의 사람은 화가 풀릴텐데 말입니다.
고객에게 얘기할 때는 고객만의 어법이 있습니다. 관련 업체에게 문서 작성하듯 말하는 것은 절대 금지. 선택권을 상대방에게 넘겨주세요. 그리고 자존심도 조금은 내려 놓으세요. 말 몇 마디 하는게 어렵습니까. 저는 말 한 마디로 천 냥 빚 갚는다는 말을 좋아합니다. 2001년에 방영된 드라마 상도에서는 1냥을 약 4만원이라고 계산했습니다. 물가 반영을 고려하면 지금은 7만원쯤 되겠네요. 그럼 천 냥이면 칠 천만원. 말 한 마디로 칠 천만원 정도면 정말 괜찮은 장사 아닐까요. 가래로도 못 막을 걸 호미로 막을 수 있으니까요.
출처:디젤매니아
ㄱ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