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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경(가명) 씨는 40대 여성입니다. 이런저런 건강 상담을 위해 약국에 자주 방문하고 계시죠.

“약사님, 혹시 잠을 좀 푹 자게 하는 약 없어요?”

“김미경 님 안녕하세요. 불면 때문에 약 드시고 계시잖아요? 그런데도 잠을 잘 못 주무세요?”

“아뇨, 잠은 자고 있는데요. 꿈을 너무 꾸니까 자도 자는 것 같지 않아요. 이 꿈만 좀 안 꾸게 해 줄 순 없어요?”

“에고, 힘드시겠네요. 근래 스트레스 받는 일이 많거나 환경 변화가 있었던 건 아니고요?”

“뭐, 항상 똑같죠. 특별히 바뀐 게 있지는 않아요.”

“그럼 신경정신과에서 드시던 약이 좀 바뀌지는 않았나요?”

“아, 그러고 보니 제가 잘 못 잔다고 해서 약을 하나 바꿔주시더라고요. 의사 선생님은 많이 쓰는 약이고 특별히 부작용은 없다고 하셨는데...”

“혹시 바뀐 약 이름 알고 계세요?”

“세로켈이라고 했던 것 같아요.”

“혹시 꿈을 많이 꾸는 게 약 바꾸고 나서부터 아닌가요?”

“그런가......아, 그러고 보니 그때부터네요.”

“그럼 지금 꾸는 꿈은 약이 적응될 때까지 나타날 수 있어요.”

“그럼 좀 참고 기다려야 하나요? 힘든데......”

꿈은 왜 꾸는 것일까요?

자는 동안 우리 몸은 전체적으로 쉬고 있지만 뇌는 끊임없이 일하고 있습니다. 물론 자는 단계별로 그 정도가 다르긴 하죠.

잠은 총 4단계로 구성되는데 그중에서 렘수면일 때 꿈을 꿉니다. 꿈을 꾸고 있을 때 의식이 활발한 편이기 때문에 얕은 잠이 아닐까 생각하기 쉬운데요. 김상태 신경정신과의원장은 ‘꿈과 수면’이라는 기고글에서 ‘그렇지 않다’고 말합니다. ‘꿈을 꾸면서 자는 수면은 정상 수면의 필수적인 한 부분으로 꿈꾸는 것이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크다’며 ‘꿈꾸는 렘수면을 정신 심리적 항상성을 유지하기 위한 생리적 원동력으로 간주하고 있다’는 것입니다.1)

사실 꿈은 누구나 꾼다고 합니다. 다만 기억을 못 할 뿐이에요. 기분 좋고 뭔가를 이루는 꿈 등을 꾸고 나면 다음날 아침이 상쾌하고 희망차게 느껴집니다. 뒤숭숭하고 끔찍한 꿈을 꾸고 나면 하루가 너무 피곤하고 힘들죠. 무섭고 공포스러운 꿈을 악몽(nightmare)이라고 하는데요. 길게 지속되면 잠을 이루지 못하고 깨기도 합니다.

놀래서 깨는 것은 야경증(night terror)이라고 합니다. 악몽과 달리 야경증은 3, 4단계 수면에서 잠을 깨며 꿈을 경험하지 않는다는 것이 특징입니다. 악몽은 유년 시절(3~6세)에 흔히 경험하며 나이 들면서 줄어드는 경향을 보이지만 일부 청소년이나 성인들의 경우 지속적으로 악몽을 경험하는 경우도 있습니다.2) 일반적으로 악몽은 치료대상이 아닙니다. 다만 본인이 너무 힘들어하는 경우 심리치료 등 다양한 방법으로 치료하고 있습니다.

그럼 악몽을 꾸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첫째, 도파민이라는 뇌 신경전달물질 때문입니다.3) 주로 교감신경에 작용하는, 흥분성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 회로에 의해 악몽이 만들어진다고 합니다.

둘째, 렘수면에 작용하는 신경전달물질인 아세틸콜린이 관여한다는 것입니다.4) 렘수면은 중뇌와 뇌교에 위치한 렘작동신경에서 분비하는 아세틸콜린에 의해 시작됩니다. 주로 연상작용을 활발하게 하는 기능이 있어요. 실제로 악몽을 꾸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수면뇌파검사를 했는데 상대적으로 높은 각성상태를 보였습니다.

셋째, 스트레스도 악몽을 꾸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합니다. 또 악몽은 스트레스에 이로운 기능을 한다고도 하네요.5)

미국 예시바대 로스 레빈 교수는 2007년 [수면의학리뷰]라는 학술지에서 악몽은 꿈을 꾸는 동안 나쁜 기억을 없애는 정서네트워크라고 설명했습니다. 생활하면서 쌓인 불쾌한 기억을 악몽의 형태로 해소한다는 것이죠.6)

여러 가지 가설이 있지만 사실 명확하게 밝혀진 것은 없습니다. 다만 악몽이 뇌 신경전달물질 중 각성과 흥분을 일으키는 도파민이나 아세틸콜린 등 신경전달물질과 관계 있다는 것은 확실한 것 같습니다.

이런 악몽은 건강에 어떤 영향을 끼칠까요? 정말 스트레스 완화에 이로운 기능이 있을까요? 악몽과 노인 건강의 상관관계를 조사한 한 연구에 의하면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습니다.

55세 이상 2938명을 대상으로 악몽 유병률과 건강상태를 파악하는 연구가 있었는데요. 전체 13.6%가 매년 1회 이상 악몽을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악몽장애를 갖고 있는 경우는 2.7% 정도였습니다.

악몽으로 수면장애를 겪는 경우는 고혈압 위험이 1.85배, 고지혈증은 1.77배 더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7) 즉 각성을 동반하는 강도 높은 악몽은 심혈관계질환 발생과 연관이 있다는 것이죠. 게다가 악몽이 증가할수록 더 우울하고 더 불안하며 분열성 성격장애, 경계선 성격장애 특성을 보이고 경계가 얇고 스트레스를 받는 생활 사건도 더 많이 경험한다고 합니다.8) 오랫동안 지속되는 악몽은 신체·정신적으로 매우 힘든 일이기 때문에 너무 쉽게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이런 악몽은 약을 복용하는 경우에도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해두는 것이 좋습니다. 특히 최근 병원에서 많이 처방되고 있는 쿠에티아핀(성분명)이 대표적입니다. 쿠에티아핀은 뇌의 도파민과 세로토닌 수용체에 작용해서 정신장애나 우울증 등 치료에 사용되며 부작용으로 어지러움이나 졸음 등의 증상이 있어 불면증을 완화하는 목적으로도 사용되고 있습니다.

김미경 님 역시 쿠에티아핀을 복용한 뒤 악몽이 시작된 것이라 볼 수 있어요. 렘수면에 영향을 끼치는 일부 혈압약, 파킨슨병 치료제, 항우울제, 수면제, 진정제, 알코올, 항히스타민제 등도 악몽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9) 만일 신경정신과 약물 복용 중 알코올이나 항히스타민제, 교감신경을 자극하는 감기약 등을 복용하게 된다면 해당 증상이 더욱 심하게 나타날 수 있으니 주의해야합니다.

약을 복용 후 나타나는 악몽은 시간이 지나면 점차 완화돼야합니다. 하지만 일정 시간이 지나도 계속된다면 위에 언급한 것처럼 건강상 유해 요소로 작용할 수 있어요. 이럴 땐 해당 성분을 중단하고 같은 효능을 내는 다른 약물로 변경하면 불편한 증상을 완화할 수 있습니다.

악몽은 누구나 꾸는 것이라 쉽게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일회성이 아닌 지속적인 악몽은 약물에 의해서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주세요. 약을 복용한 뒤 나타난 아주 사소한 변화도 의사, 약사와 상의하면 보다 빨리 완화할 수 있습니다.

출처 : 헬스경향(http://www.k-healt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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