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제로 콜라 너무 좋아하고, 자주 먹습니다. 아이들도 먹인다면 가급적 제로 콜라를 주문해줍니다. 그런데 갑자기 제로 콜라에 들어가는 아스파탐이 발암물질로 분류된다고 해서 저도 그렇고 많은 분들도 찝찝한 기분을 느끼실겁니다.
오늘의 주제는 '나는 왜 제로 콜라를 그냥 먹기로 했는가?' 입니다.
0. 배경지식
- 최근 WHO 산하의 국제 암연구소(IARC)에서 제로 콜라에 쓰이는 아스파탐을 발암 가능성이 있는 물질(2B)로 분류했습니다. 참고로 발암 물질은 5단계 분류가 있고, 확정적인 발암 물질은 1군(예: X선, 석면), 발암 추정되는 물질은 2A군(예: 교대근무, 미용실에서 근무, 적색육), 발암 가능성이 잠재적으로 의심되는 물질은 2B군(예: 염장 채소, 휘발유, 드라이클리닝, 목공 업무)입니다.
- IARC의 발암물질 분류는 항상 엄청난 논란의 대상입니다. 비판적으로 이야기하는 사람은 어차피 피하지도 못할 것을 지정해서 사람들을 불안하게 만든다고 하기도 하고, 옹호적인 측은 그나마 이렇게라도 이야기해주니 그 상황과 물질을 피할 수 있게해준다고도 합니다.
- 이 분류체계에서 1군은 확정적인 의학적, 생물학적 근거가 있는 반면, 2군부터는 확실한 인과적 관계보다는 상관성에 가까운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하기 때문입니다. 이 이야기를 하면 너무 길어지니 간단히 '1군 물질은 무작위로 누구는 먹여보고, 누구는 안먹여서 암이 생기는지 안 생기는지를 살펴본 정도'에 준하는 명백한 근거 또는 실험 결과가 있다는 의미이고, 2군부터는 그런 연구가 윤리적이지 못하거나 아직까지 체계적인 연구가 수행되지 못해서 간접적인 근거가 존재한다 정도로 이해하시면 됩니다.
- 2군에서도 A와 B의 구분은 동물 실험의 여부가 중요한데, 사람한테는 이런 노출실험을 하기 어렵기 때문에 동물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그 물질이 암을 일으킨다는 근거가 충분하면 A군으로 가고, 아직 동물에서도 충분하지 않으면 B군으로 갑니다. 아스파탐은 2B군에 속합니다.
1. 아스파탐의 발암 가능성을 시사하는 두 가지 대표적 연구
- 아스파탐 발암가능성에 대해서는 아직도 학계에서 엄청난 논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보기에 아래 두가지 논문이 그나마 발암가능성에 대해서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의 근거를 제시합니다.
(1) 설치류에서 발암가능성에 대한 근거
- 00년대초에 발표된 Ramazzini institue와 이를 검증한 미국 연구에서는 아스파탐을 설치류에게 하루 섭취 권고량을 투여한 결과 혈액관련 암의 위험이 10%정도 증가했다는 결과가 제시되었습니다. 이는 동물 실험 권고에 해당합니다.
(2) 프랑스의 사람 대상 연구
- 2022년 3월 프랑스에서 발표된 연구에서는 약 10만명의 사람을 대상으로 인공감미료의 섭취여부에 따른 암 발생률을 추적관찰한 결과를 제시했고, 어떤 종류의 인공감미료를 섭취한 사람이 약 1.1배의 모든 종류의 암 발생 위험이, 아스파탐 섭취군에서도 약 1.15배의 암발생위험이 증가했다는 결과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이 연구가 최근 논란의 시발점이 되었습니다.
2. 이 근거를 어떻게 해석해야하는가?
저는 위의 근거들을 살펴봤고 아래와 같이 판단했습니다. 이는 개인적 판단으로 학계의 공통된 의견은 절대 아닙니다.
(1) 사람 대상 연구에서 통계적 상관관계가 입증된 연구가 있다는 것은 인과성이 증명되었다는 의미가 아님
- 비록 프랑스 연구는 잘 설계되고 수행된 연구임에도 불구하고 여러가지 한계가 있습니다. 누군가는 인공감미료를 먹고 누군가는 무작위로 먹지 않은 연구가 아니므로 인과성의 수준이 낮을 수 밖에 없습니다. 저자들이 제시하고 있듯이 이 연구에 참여하는 사람은 대부분 건강에 관심이 높은 고학력, 고소득자이므로 결과를 전체 인구집단에 적용하기 어렵습니다. 또한 상대적으로 나이가 어린 집단은 인공감미료의 섭취가 높아서 시대에 따른 보정이 완전히 이루어지지 않은 한계도 있습니다. 따라서 연구자체의 결과가 확정적인 결과가 아닙니다.
(2) 효과의 크기가 과연 위 한계를 극복할 정도로 명백하지 않음
- 최근 대규모 연구가 활성화되면서 단순히 통계적 유의성을 달성하는 연구들이 엄청나게 등장하고 있습니다. 다른말로는 매우 작아보이는 차이도 검출이 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프랑스 연구에서는 약 10%정도의 위험증가를 제시했습니다. 하지만 이 정도 위험도 차이는 연구 설계의 한계를 극복할 정도가 되기는 어렵다고 봅니다.
(3) 섭취량이 충분히 여유가 있음
- WHO는 현재의 섭취량 권고를 그대로 유지하는 판단을 내렸습니다. 현재 섭취 허용량은 체중 60키로 성인 기준(저는 80키로입니다만) 제로 콜라 기준 하루 5L가 넘어야 합니다.
- 정상적인 생활을 하시면서 하루 1L 미만의 제로콜라를 섭취하신다면 위험선에서 매우 멀어져 있는 수치입니다.
(4) 이걸 안먹으면 그냥 콜라를 먹을 것인가?
- 가장 중요한 요소입니다. 그럼 이 권고가 '제로콜라 대신 오리지널 콜라를 먹는게 더 낫다는 이야기인가?' 로 관점을 바꿔보면 위 세가지 근거와 함께 제 판단을 내릴 수 있었습니다. 오리지널 콜라가 가진 전체 함량의 10%에 해당하는 당분이 가질 위험에 대한 고려를 해보면 암발생 이외에도 과체중, 당뇨병과 이로인한 심근경색의 위험을 줄여주는 효과도 고려가 되어야합니다.
- 또 삶의 습관을 한번에 바꾸기 어렵고, 일상화된 탄산음료 섭취를 그나마 당이 적은 음료로 대체할 수 있다는 이 가치를 비용효과 측면에서 바라보아야합니다.
3. 결론: 아 몰라 그냥 나는 제로 콜라 먹음 ㅇㅇ
몸무게 1kg당 아스파탐 40mg, 대충 제로콜라 55개를.. 2박스를 하루에 다 처먹어야 발암 가능성이 보인다는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