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은 민주화와 쿠데타가
올림픽마냥 주기적으로 일어나는 동네다.
하지만 그렇게 많이 일어났던 쿠테타 중
1976년의 탐마삿 대학교 학살만큼
참혹한 탄압은 이전에도 이후에도 없었다.
신생 민주국가에게 의원내각제는 도박에 가깝다.
의원내각제가 잘 자리잡히면
타협과 대화를 지향하는 건전한 정치가 되지만,
아직 정치문화가 성숙하지 못한 상태라면
의회가 파편화된 채 정치갈등만 심화된다.
1973년에 민주화를 이룬 태국이 딱 그랬다.
그러자 라마 9세는 다시 쿠테타를 일으키려
군부 인사들과 연합관계를 형성하고,
혁명으로 물러났던 타놈이라는 군부인사를
다시 태국으로 불러들이려 한다.
?? 아니 그러시면 안 되죠;;
이로 인해 민주주의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라마 9세와의 관계가 약간 불편해졌지만,
그렇다고 함부로 대들 수는 없었다.
이미 흔히 알려진 사실이지만 태국의 정치는
신성시되는 국왕의 지지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고,
실제로 1973년의 혁명도 국왕 덕분에 성공했다.
'뭔 쌉소리야 씨발아'라고 왕에게 말하는 순간
군대가 우르르 들어와 총을 쏠 명분을 주는 것이다.
니들이 뭘 할 수 있는데ㅋㅋ
라마 9세는 시민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타놈을 태국으로 귀환시킬 의지를 내비쳤다.
또한, 비슷한 시기에 노동자들의 시위 중
군부가 진압을 위해 사격, 인명피해가 발생하며
분위기가 좋지 않게 흘러가기 시작한다.
어이가 없네 시발
이렇게 사람 막 죽여도 되는 거야?
그러자, 탐마삿 대학교의 학생들 중 일부가
사람의 목숨을 가벼이 여기는 군부와
민주주의를 탄압하는 극단주의자들을 비판하기 위해
야외에서 연극을 진행한다.
(진짜로 매단 거 아니다)
이 연극의 특징은 바로 가짜 교수형을 통해
군부의 잔혹성과 민주주의의 사망을 드러내려고 한 것이다.
연극을 본 사람들은 '음 그렇군'이라고만 생각할 뿐
특별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다음 날...
이 새끼들이 감히 왕세자 전하를 매달려고 한다!!!
군부의 사주를 받은 언론들이
뜬금없이 모의 교수형 사진을 가지고
매단 사람이 왕세자(현 라마 10세)랑 닮음
->이새끼들은 왕세자를 죽이고 싶은 거임
->군주제를 전복하려는 공산주의자임
이라는, 소크라테스도 절레절레 고개를 흔들 논리력으로
대학생들을 반체제인사로 규정한다.
(다 죽인 거 아님. 엎드리게 시킨 거임)
1976년 10월 6일, 새벽 5시 반, 정부 공인 45명,
민간 추정 약 100명(최대 추정수치 500명 이상)이
캠퍼스로 쳐들어온 군대에 의해 살해되었고,
천여 명의 비무장 시위대를 속옷만 입힌 채 기합을 주는 등
대학의 자유를 말살했다.
그리고 그 날 일어난 쿠테타를 국왕이 승인,
태국의 민주주의는 다시 한 번 종언을 고한다.
당시 태국에 있던 울레비치라는 기자는
이날의 참상을 촬영해 퓰리처상을 받았는데,
울레비치가 찍은 사진 중 하나는
실제로 한 여대생을 나무에 매달아 살해하고
시체에 훼손을 가하는 가해자의 모습.
그리고 그것을 보며 웃고 있는 구경꾼들의 모습이었다...
-끝-
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