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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년기 환경과 정신질환의 ‘복잡한’ 상관관계
성장기에 스트레스에 대처하는 방법을 익혀야 성인기에도 스트레스를 잘 극복할 수 있게 된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정신질환의 원인이 어린 시절에 있다고 여기는 경우가 많다. 실제 성인기 정신질환의 원인을 되짚어보면 가정불화가 있었다는 사례는 흔히 발견할 수 있다. 여기서 궁금증이 생긴다. 어린 시절을 무척 행복하게 보내면 우울증, 불안장애 등 정신질환도 안 생기는 걸까? '너무 곱게 자랐다'는 말도 있는데, ‘오냐오냐’ 소리 들으며 자라면 스트레스 대처 능력이 떨어질 수도 있을까?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의견을 들어봤다.
어린 시절 유복해도… 스트레스가 정신질환 불러
최근 호주 캔버라대 연구진은 성인 343명을 대상으로 유년기 사건과 성인기 정신질환 발병 간의 연관성을 조사했다. 그 결과, 불안정하며 예측할 수 없는 유년기를 보낸 사람은 성인기에 우울증 등 정신질환을 경험할 위험이 높았다. 또한 안정적이며 지지받는 환경에서 자란 아이들도 성인기에 정신질환을 경험할 가능성은 충분히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논문에서 "성인기의 정신 상태가 어린 시절 사건에 의해서만 결정되는 것은 아니라는 결과"라고 했다.
강북삼섬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조성준 교수는 "어린 시절을 행복하게 보냈음에도 정신질환을 호소하는 환자들은 분명 있다"며 "살아가며 사회생활 등을 통해 겪는 각종 원인으로 인해 발생한다"고 말했다. 아무리 풍족하고 행복감을 느끼는 어린 시절을 보내더라도, 성인기에 심각한 스트레스에 노출됐을 때 나타날 수 있는 정신질환을 피해가기는 어렵다는 의미다.
다만, 어린 시절 부모로부터 충분한 사랑을 받으면 성인기에 건강한 마음을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줄 수는 있다. 조성준 교수는 "'사랑도 받아본 사람만이 알 수 있다'는 말이 있다"며 "너무 고생만 하고 자라면 '회복탄력성'이라고 불리는 마음의 맷집이 생기기 어렵다"고 말했다. 회복탄력성이 낮으면 부정적인 감정을 더 크게 느끼고, 반대로 회복탄력성이 높으면 스트레스를 잘 극복할 수 있게 된다.
아이 스스로 위기에 대처하는 경험도 만들어줘야
오히려 과도하게 사랑만 받고 자라면 정신질환에 취약한 성인이 될 수도 있다. 사람은 살아가면서 크고 작은 스트레스 상황에 부닥치게 되는데, 성장기에 스트레스에 대처하는 방법을 조금씩 익혀야만 성인기에도 큰 문제 없이 스트레스를 이겨나갈 수 있게 된다. 그렇지 않으면 갑작스레 닥친 스트레스에 당황할 수밖에 없다. 조성준 교수는 "위기를 적절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교육받아야 성인기에도 스트레스를 잘 극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예컨대 부모가 아이에게 합리적인 대화 방법을 가르친다고 생각해보자. 아이는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를 수 있게 된다. 좋은 교육법이지만, 세상이 항상 친절하지는 않다. 대화로 풀어낼 수 없는 문제들도 많다. 항상 부모와 대화로 문제를 해결했던 아이는 크게 당황해 대처하지 못할 수 있다. 조성준 교수는 "가정 내에서는 합리적 대화 습관을 기르도록 하되, 집 밖에서는 자율성을 가지고 스스로 위기에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주는 게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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