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등 민족 슬라브 놈들은 인간이 아니다!"라는 나치 독일과 "정신나간 파시스트 악마 놈들은 인간이 아니다!"를 외치는 소련은 태생적으로 공존이 불가능한 존재였지만, 두 국가의 수반이였던 히틀러와 스탈린은 서로를 혐오하면서도 '적이지만 뛰어난 지도자'로 여겼다.
"스탈린은 세계 역사상 가장 뛰어난 인물 중 한 명이다.(Stalin is one of the most extraordinary figures in world history.) 그는 처음에 별볼일없는 서기(Clerk)에 불과했다. 그는 '서기'라는 직함을 결코 버리지 않았다. 이제, '서기'는 그의 사무실에 앉아, 그에게 복종하는 관료들에게 고개를 끄덕이고 손짓을 하는 것으로 소비에트 제국을 통치한다."
-1941년 7월 18일 밤-
"망할 놈의 장교들을 다 숙청해 버렸어야 했어! 스탈린처럼 말이야! 그래야지 그처럼 군부를 수족으로 부릴 수 있었을 텐데..."
-1944년 7월 20일, 군부의 암살 시도를 겪은 후-
히틀러는 사석에서 종종 스탈린이 '뛰어난 능력'을 지녔다고 말하곤 했다. 슬라브족은 게르만에 비해 열등한 민족이니 스스로 모여 국가를 이룰 능력이 없는데, 비록 폭압적인 수단을 통해서라도 그 미개한 야만인들을 규합해 독일에 꿀리지 않는 거대한 철의 제국을 세운 스탈린은 그것만으로도 세계 역사의 훌륭한 지도자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인물이라는 논지에서였다. 히틀러는 소련의 공업화와 소련군의 실제 규모를 보고 매우 놀라워했으며, 나치 독일이 소련을 정복한 후에 '독일인을 위하여 슬라브 토끼들을 관리할' 적임자로 스탈린을 꼽았다.
히틀러가 가장 부러워한 것은 스탈린의 권력이었다. 히틀러는 순순히 자기 말을 듣지 않는 국방군의 장교들에게 반감을 가지고 있었다. 계속된 패전을 거듭하며 독일의 멸망이 가까워져 오자 히틀러는 자신의 지휘를 무시한 장교들에게 패전의 책임이 있다고 생각헀고. 스탈린을 더욱더 부러워하게 되었다. 결국 1944년 암살 사건이 벌어지자 정말로 스탈린의 방식대로 군부 숙청을 단행한다.
"대단한 친구야! 정말 멋지게 해냈군!"
-소련 정치국 위원 아나스타스 미코얀에게, 장검의 밤을 평가하면서-
"히틀러는 천재요, 그러나 언제 멈춰야 할지를 모르지."
"그러면, 누군가는 그가 멈춰야 할 때를 안다는 말입니까?"
"내가 그렇게 할 것이오."
-앤서니 이든, 1941년에 있었던 스탈린과의 회담에서-
"나는 그가 도박사였다는 점에 동의하오. 하지만 나는 그가 정신병자였다는 점에 동의할 수 없소. 히틀러는 재능있는 사람이었지. 단지 재능있는 자만이 독일 민족을 통일할 수 있는 법이야!"
-2차 대전이 끝나갈 무렵, "히틀러는 정신병자인가? 아니면 도박사인가?" 라는 물음에 답하며-
스탈린은 히틀러의 정권 장악 능력을 높이 평가했다. 스탈린의 대숙청은 실제로 히틀러가 벌인 숙청, 장검의 밤으로부터 다소 영향을 받았다. 소련의 외무장관 몰로토프에 따르면, 스탈린은 히틀러가 단기간 안에 독일 국민을 '휘어잡고', 나치당을 위해 목숨을 걸고 싸우게 만든 점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
스탈린은 히틀러가 단시간에 독일인들을 통합하고, 독일 내에서 상당한 세력을 유지하던 독일 공산당을 완전히 전멸시킴과 더불어 유럽의 거의 대부분을 순식간에 정복하는 광경을 똑똑히 보았기 때문에 결코 히틀러를 과소평가하지 않았다. 심지어 스탈린은 히틀러로부터 어느 정도 '동질감'을 느끼기까지 했는데, 스탈린의 딸, 스베틀라나 알릴루예바는 자신의 아버지가 전쟁이 끝난 후 "히틀러와 함께 했다면 무적이었을텐데..." 라는 넋두리를 했다고 말했다.
그냥 둘다 병신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