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만 보면, "일본에서 파친코로 크게 돈 번 양반이 한국 카지노에 도전이라도 하는건가?"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겠지만
파친코로 돈을 번 사람은 맞는데, 파친코 장사를 해서 돈을 번 사람의 이야기다.
인천국제고속도로 남단에 준설된 약 96만평의 땅. 이 곳에 '세계한상드림아일랜드'가 들어서는데
여기서 '한상'이란 한국상인(韓商)을 뜻한다. 뭔가 좀 낯선 표현같지만 '세계한상대회'라는 재외동포 경제인들의 모임이
2002년부터 열렸을 정도로 빈번하게 사용된 단어이기도 하다.
그 이름처럼 '세계한상드림아일랜드'는 재외동포 경제인의 투자를 받아 지어지는 관광레저단지이다.
그 투자자의 이름은 바로 일본 최대 파친코 회사 '마루한'의 창업주 한상우.
2001년에 일본국적을 취득했지만, 여전히 한국이름 '한창우'를 버리지 않은 경남 삼천포 출신(지금의 사천시)의 경제인이다.
교토에 본사를 두고있는 주식회사 마루한은 2조 엔 수준의 연매출, 일본 국내 315개의 점포를 자랑하는 업계 최고의 기업이다.
마루한의 '마루'는 '둥글다'를 뜻하는 일본어 'まろ'에서 따온 것이고, '한'은 창업주 한창우씨의 성에서 가져왔다고 하는데...
사실 '마루'가 한국 고유어로는 '꼭대기', '으뜸'등의 의미로 사용되기도 하고, '한'은 한국의 '韓'이 떠오르니 우연찮게도 기업 이름에서도 묘하게 한국적인 느낌이 난다.
한창우 창업주는 16세 어린나이에 일본으로 건너가 주경야독하며 호세이 대학 경제학부를 졸업하였으나, 조선인 차별 기류 때문에 쉽게 직장일을 얻지 못하였기에 결국 매형의 파친코 일을 돕게 되었다. 그리고 이후 매형의 파친코 가게를 인수하고, 기계 조작없이 착실하게 파친코를 운영한 덕에 사람이 몰려 점차 점포를 늘려나가는데...(파친코 사업도 신의가 있어야 성공하는데 NC와 넥슨은?) 야쿠자와 결탁하지 않고, 점포의 청결을 유지하고, 친절한 서비스를 제공하는등의 남다른 파친코 경영으로 업계 최고로 우뚝서게 되었다.
한창우씨는 '세계한인상공인총연합회'의 회장을 맡는등, 한국계 기업인들의 글로벌 네트워크 형성에 기여하고 있으며
부인 나가코 여사와 함께 '한창우 나가코 교육문화재단'을 운영하여 고향 사천시 등지에 장학금을 후원하고 있다.
또 김연아가 과거 대회에서 한글광고를 보고 좋아했다는 얘길 들은 한창우 회장은, ISU 세계선수권대회 스폰서에 한글을 병기하기도...
또한, 강원도 명예지사로 임명되어 2014년 GTI국제무역·투자박람회 조직위원장으로 활동했다.
한국과 일본정부는 물론, 캄보디아 정부, 마셜 제도 공화국에서도 훈장을 수여받았으며
부산대, 경상대, 동아대, 경남대 등 부산경남지역 국공립 대학들에서 명예박사 학위를 수여받았다.
이렇듯 모국 한국과 관련한 다양한 활동들을 해왔으며, 자신은 물론 후계자인 차남의 이름도 한유(韓裕)라는
한국식 이름을 사용 중일 만큼('손정의'나 '이충성'의 경우도 한문명은 한국식임에도, 각각 '손 마사요시', '리 타다나리'로 읽지만
한창우의 경우는 음독도 한국식으로 하여 그냥 '한창우'라고 불린다.) 모국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상당하지만
아직까지 한국과 관련한 대규모 투자는 없었는데, 2012년에 처음으로 '(주)세계한상드림아일랜드'를 설립하였고
결과적으로 이 사업에 1조원 수준의 대자본을 투자하게 되었다.
'세계한상드림아일랜드'에는 특급호텔, 복합쇼핑몰, 워터파크와 아쿠아리움등을 비롯하여 골프장(36홀), 해양레저관광 시설, 해양생태공원 등 다양한 관광레저 시설이 들어서게 된다. 또한 사업지 인근에 공항철도 '세계한상역(가칭)' 신설계획이 논의중에 있다.
영종도는 현재 '세계한상드림아일랜드' 외에도, 복합카지노리조트 '파라다이스 시티'와 파라마운트 테마파크가 들어설 예정인 '인스파이어 복합리조트', 국제공모를 통해 추진중인 쇼핑 리조트 복합시설 '미단시티'등 대규모 관광레저 시설들이 계획 또는 단계적 공사 중에 있다.
크게 보면 사업 내용들이 대부분 대동소이하기 때문에, 마루한 한창우 회장이 1조원 수준의 투자를 감행한 '세계한상드림아일랜드'가 다른 시설들과 시너지 효과를 내며 번성하게 될지. 아니면 다같이 망해버릴지 앞날은 그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한창우 회장이 과거 경상북도의 울릉도 1천억 투자 제안을 거절하며 "오로지 하나의 기준, 사업성 있는 투자 제안을 해야 합니다"라는 말을 남긴 것을 보면, 역으로 이번 사업은 투자할 가치가 분명하다고 생각한 결과일 것. 애초에 뭐 모국에 선심 쓰듯이 돈을 푼게 아니라 장사치 감각으로 뛰어든 사업이다. 파친코 사업은 물론이고 요식업, 광고업, 금융업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사업에 성공해 온 한창우 씨의 사업 수완이 이번 베팅도 성공으로 이끌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