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2나 119에 주소를 알 수 없는 다급한 전화가 올 때 경찰이나 소방은 통신사한테서 정보를 받아 위치를 추적합니다.
그런데 그 정보로 위치가 확인되는 경우가 열 건 중 3건밖에 되지 않습니다.
기술이 없어서가 아니라 제도와 의지의 문제였습니다.
경기도 광명의 한 주택가 골목을 경찰관들이 수색합니다.
112에 40대 여성이 다급한 목소리로 "살려달라"고 해 위치 추적에 나선 겁니다.
하지만 경찰이 전화가 온 장소를 찾은 건 신고 이후 50분이나 지난 뒤였고, 그 사이 여성은 흉기에 찔려 숨졌습니다.
경찰은 10 차례 위치추적을 시도했는데 오차 범위가 30m로 가장 정확한 GPS는 신호가 아예 잡히지 않았고, 오차 범위가 50m인 무선 인터넷 신호는 딱 1번 잡혔습니다.
지난해 경찰에서 각 통신사에 요청한 위치 추적은 모두 270만 건.
GPS 신호는 37%, 무선인터넷 신호는 35%만이 위치 정보를 얻는데 성공했습니다.
소방 역시 전체 820만 건 중 GPS 추적 성공은 3분의 1 수준에 그쳤고 무선인터넷 신호를 추적한 건 절반도 안 됐습니다.
지형지물 때문에 신호가 잡히지 않을 수 있고, 아이폰과 같은 외국산 휴대전화의 경우엔 애시당초 무선인터넷과 GPS 값을 추적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기지국 신호도 확보를 하지만 도심이 아닌 외곽 지역엔 기지국 수가 적다보니, 오차 범위가 최대 2㎞나 돼 긴급상황에선 사실상 무용지물입니다.
개선방안은 없는 걸까?
지난 2월, 30대 남성이 렌터카로 초등학생을 납치해 성폭행한 사건.
범인에게 풀려난 피해 아동이 휴대전화를 켜면서 위치 정보가 수신됐는데, GPS, 무선인터넷, 기지국 신호가 각각 다른 장소를 지목했습니다.
그런데, 3가지 측정 방식의 오차 범위를 지도상에 표시하니, 아동의 위치가 특정 지점의 50m 안으로 좁혀집니다.
세 신호를 조합해 '복합측위'라 불리는 이 기술은 '분실 휴대전화 찾기' 같은 민간 서비스에선 지금도 활용 중입니다.
실제로 취재진이 건물 실내에 휴대전화를 놓아두고 이 방식을 써보니, 오차 범위 15미터 안에 위치가 정확히 표시됩니다.
하지만 경찰과 소방은 이 기술을 아직 실무에 활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위치정보법 주무 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가 도입을 결정하지 않았다는 이유입니다.
이에 대해 방통위는 연말까지 시험 기간을 거쳐 이르면 내년부터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제대로 해결됬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