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인류가 즐기고 있는 성교가 3억8500만년 전 스코틀랜드에서 살던 갑주어(甲胄魚)의 일종 판피어(板皮魚, Placoderm)로부터 유래됐다는 연구 결과가 19일(현지시간) 발표됐다.
존 롱 호주 플린더스대학 교수가 이끈 연구진은 스코틀랜드 물가에서 살던 판피어의 하나인 '마이크로브라키우스 디키(Microbrachius dicki)'의 화석을 연구한 결과 이 같은 내용을 발견했다는 논문을 네이처지를 통해 게재했다.
스코틀랜드를 비롯해 에스토니아와 중국 등지에서 서식했던 마이크로브라키우스는 몸길이가 약 8㎝에 불과한 소형 어종이다.
연구진에 따르면 마이크로브라키우스 수컷은 생식기 역할을 하는 'ㄴ'자 형태의 기각(지느러미가 변한 어류의 생식기)을 통해 암컷에게 정액을 전달했다. 암컷은 수컷의 생식기와 짝을 이루는 발달된 1쌍의 골격기관을 사용해 정액을 받아들였다.
수컷의 생식기는 몸의 옆면에 달려있기 때문에 교미 시 암수가 양옆으로 나란히 붙은 채 팔로 몸을 고정시키는 모습이 연출된다.
롱 교수는 "마이크로브라키우스라는 단어는 '작은 팔'을 뜻하는데 과학자들은 지난 수 세기 동안 도대체 이 골격기관이 무엇을 하는 용도인지 이해하지 못했다"며 "이제야 이 기관들이 짝짓기를 위해 그 위치에 있었다는 위대한 미스터리를 풀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초기에는 수컷이 물속으로 체외수정을 한 후 생식을 한다고 생각했다 나중에야 척추동물의 진화과정과 연결시키게 됐다"며 "지난 2008년과 2009년에 네이처지를 통해 발표한 판피어의 출산과 교미가 보다 고등한 형태였다면 이번 새로운 발견은 진화의 보다 초기단계로 내려가서 모든 턱있는 동물의 교미 행위를 뒷받침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마이크로브라키우스는 현재까지 발견된 생식기관을 가진 가장 원시적인 생물체이자 이 같은 번식 전략을 가진 최초의 종이다"라고 덧붙였다.
논문의 공동저자인 플린더스대학의 브라이언 추 박사에 따르면 척추동물의 수컷과 암컷이 서로 다른 신체 형태를 보이는 것은 마이크로브라키우스가 최초이다.
추 박사는 "현재까지 확인된 유악류(턱있는 척추동물)의 진화 과정에서는 신체적인 특징만으로는 암수 구분이 어려웠다"며 "암수가 각기 다른 형태의 생식기를 발달시킨 것을 발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롱 교수는 "판피어는 현재까지 살아있는 유사종이 없는 외톨이로 인식됐지만 최근 연구들로 인해 턱, 이빨, 팔다리 등 인류와 공통점이 많다는 점이 밝혀졌다"며 "이제는 성관계와 같은 은밀한 행위를 전수했다는 점까지도 밝혀냈다"고 자평했다.
맷 프리드먼 옥스포드대 고생물학 교수는 이번 연구를 "놀랍다고 밖에는 말할 수 없다"며 극찬했다.
프리드먼 교수는 "판피어에 대한 연구 중 전례없던 이번 이론은 체내수정은 물론 판피어가 여러 종들 중 하나로 자리 잡을 수 있게 된 과정 두 가지 모두를 설명해준다"며 "기존에 없던 이론을 새롭게 발견함으로써 아직도 진화의 역사에서 발견해야 할 것들이 많다는 점을 알게 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에는 호주를 비롯해 에스토니아, 영국, 스웨덴, 중국 출신 온 연구원들이 함께 참여했다.
연구진이 마련한 마이크로브라키우스의 화석 견본은 20일부터 남호주 박물관에 전시되고 있다.
우린모두 물고기였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