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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 글 출처: PGR21 Cheme 님 (성균관대 권석준 교수님) (20년도 글)

https://pgr21.com/freedom/0?page=1&divpage=11&no=879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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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이런 기사가 나왔습니다.
https://news.einfomax.co.kr/news/articleView.html?idxno=4104710

기사를 요약하자면, 중국의 팹 SMIC를 넘어, 업계 1위 TSMC에 도전장을 내민 중국의 신규 팹 업체 HSMC가 기술 개발은 커녕, 중국 정부의 투자금 (보조금) 2조 6천 억원을 꿀꺽했다는 이야기입니다. 참고로 HSMC는 2017년 11월 설립 당시, 1,280억 위안 (한화 약 22조 2,600억원) 규모의 투자금을 확보했다고 주장하며, 업계에 신성처럼 등장한 후, 중국 최초로 7 nm 공정 양산을 단 2020년까지 성공시키겠다고까지 호언장담했던 반도체 업체입니다. 당연히 10 nm 아래로 가야만 기술 경쟁에서 버틸 수 있는 반도체 기술 경쟁 국면에 놓인 중국 입장에서는 신규 기술과 제조라면, 분야 가리지 않고 투자에 혈안이 되었을 때라, 이 회사가 엄청난 회사로 보였겠죠. 그 대단한 SMIC도 못 하고 있는 sub 10 nm patterning을 할 수 있다니, 아마 영혼까지 바칠 기세였을 수도 있겠습니다. 그렇지만 업계에 잔뼈가 굵은 사람 몇 명에게 이들의 뒷조사를 제대로 맡겼다면, 아마 이들이 전형적인 사기꾼임을 대번에 눈치챌 수 있었을 것입니다. 애초에 설립자가 이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도 아니고, 경력이 딱히 긴 것도 아니고, 고유한 특허가 있는 것도 아니고, 투자의 주체가 누군지도 불확실하고, 더구나 투자 규모가 2천억도, 2조도 아닌, 무려 22조나 될 정도면, 거의 TSMC급 기술력을 갖춘 회사라는 이야기인데, 그런 회사는 중국에 애초에 존재하지도 않고, 무엇보다, 전 세계에서 TSMC와 삼성전자 두 회만 보유하고 있는 그 7 nm 공정 기술을, 신생 업체가 어떻게 단 3년만에 달성할 수 있을 것인지 그 확률을 생각하면, 이 모든 팩트들은 이들이 200% 사기꾼임을 강력하게 시사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반도체 굴기에 눈이 먼 중국의 각종 보조금은 어디론가는 반드시 데드라인에 맞춰 투자되어야 하는 고로, 중국 정부는 이 회사의 꿀빠는 제안에 앞뒤 가리지 않고 덥썩 그것을 물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사실 이들의 전적을 보면 전형적인 사기꾼들의 수법으로 보입니다. 꼭 이렇게 흘러갔다는 것은 아니지만, 아마도 이런 식이었을 것입니다.


1) 엄청 귀티내는, 돈 있는 척 하는 카리스마 있어 보이는 설립자가 어디서 엄청난 투자를 받았다고 떠들고 다님.


2) 보통 이런 회사를 세웠다는 사람들은 업계에서 뼈가 20년 이상 굵은 사람들과는 거리가 멈. 부동산 졸부들일 가능성이 높음.


3) 따라서 분야 관계자들을 안심시킬 권위를 찾기 위해 관련 분야 경쟁사의 현직 임원이나 전문가를 CEO, COO 등으로 영입함.


4) 기술 전쟁에 똥줄타는 중국 중앙 정부나, 실적에 목이 맨 지방 정부는 이들이 다른데로 튈까 애가 탐.


5) 배포가 큰 사기꾼들은 내가 10원 정도 있으니, 아주 선심 써서 매칭 펀드를 원래 10원 해야 하는 것, 옛다, 1원만 일단 매칭해 주면 그 지역에서 사업하는 것을 긍정적으로 고려해 보겠다고 함.


6) 중국 지자체 (성의 당서기)들은 이게 왠 떡이냐 하며, 없는 돈 있는 돈, 법인세 면제, 근로자 임금 보조, 부지 지원, 기반 시설 확충, 보조금 지급 등, 영혼까지 끌어 모아서 올인하듯 투자함. 이는 당에 보고할 실적에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기도 함.


7) 업체는 부지를 물색하고 (부동산도 대부분 정부의 무상 지원), 골조 올리는 척 함.


8) 외부에도 있는 척 해야 하므로, 각국의 반도체 인력들을 초기 투자 받은 돈으로 묻따 스카웃해 옴.


9) 스카웃 되어 온 인력들은 뭘 해야 할 지 모름. 애초에 믿고 따를 수 있는 연구개발 책임자가 없고 경영학 깔짝거린 사람이 일해라절해라 함.


10) 물론 중앙 정부 공무원이나 지방 관리들이 바보는 아니므로 주기적으로 검사를 나옴. 그럴 경우를 대비하여 어디서 남들이 쓰다 버린 이전 세대 (3-4세대 전) 기기를 거의 고철 값 (말이 그렇다는 이야기..)에 인수하여 골조만 올린 공장 부지 슬레이트 건물 안에 대충 짱박아 둠.


11) 대부분 10단계에서 속아 넘어 가지만, 그래도 똘똘한 공무원이 있을 수 있으므로, 시제품을 어느 시점까지 요구함.


12) 당연히? 시제품을 만들 능력이 없으므로, 급행료를 내고 꽤 괜찮은 팹이나 연구소에 가서 적절한 시제품을 만들어 옴. 혹은 스카웃해 온 인력을 들들 볶아, 원래 있던 회사에 대해 기술 스파이짓을 하게 만들고, 뺴내온 자료를 이용하여 대충 얼렁뚱땅, 겉으로는 그럴싸한 시제품을 만들어 냄. 아니면 아예 다른회사 제품을 사서 겉만 바꾸는, 일명 포장 바꿔치기 수법으로 시제품을 조작함.


13) 그렇게 확보한 시제품으로 기자 회견하고, 정부 관리들을 구워 삶음. 그리고 각종 경제 신문에 돈을 뿌려 홍보 기사를 수십 건씩 대대적으로 시장에 뿌림. 이쯤에서 추가 투자가 시작되는 경우가 다수.


14) 이제 종말 단계임. 1차 투자금 (즉, 지방 정부나 중앙 정부로부터 받은 매칭 펀드 1원)을 깔끔하게 정리하기 시작함. 이미 임직원 인건비로 엄청 집행되었을 것이고 (완전 돈잔치 했을 것임), 남은 자산은 해외로 빼돌릴 수도 있고, 국내 부동산 등에 차명으로 쓰리쿠션 투자할 수도 있고, 여튼 먹고 튈 준비를 깔끔하게 함. 원래 사기꾼들이 이런 수법에는 도사임.


15) 데드라인이 코앞으로 다가 왔는데도 아무런 연락도 없고 사전 감사 보고서 의견도 혹평 일색이라, 걱정된 담당 관리들이 공장에 가 봤더니, 그 중고 장비마저 고철로 다시 처분한 상황이라 공장은 텅텅 비었 있음. 물론 엔지니어들은 미리 상황 파악하고 알아서 텨텨텨 한 상황임.


16) 그럼 라인에 있다던 수천 명의 근로자들은 뭐 하나 봤더니, 다 유령 직원들임. 노숙자 명의를 빌려 등록한 케이스도 수두룩함.


17) 정문 통과할 때 멋진 유니폼 차려 입은 경비는 도대체 뭐 하나 봤더니, 공장은 극비 시설이라 회사에서 경비들은 근처에 얼씬도 못 하게 해서 경비 초소로부터 수백 미터 안쪽에 있는 공장까지는 가 보지도 못했다고 함.


18) 사무실에 가 봤더니 당연히 먼지와 간판만 있음.


19) 부랴부랴 이들 명의의 재산을 압류 조치하고 관계자들을 출국 금지 조치 하였더니, 다 빚만 잔뜩있는 버블 낀 부동산이고 관계자들은 이미 튀어 버린 상황임. 그 부동산 압류해 봐야 빚잔치.


20) 애초에 이들이 재정 증명했던 투자금은 버블 낀 부동산을 담보 잡힌 거액의 융자였던 것.


21) 정부는 총력으로 이들을 잡으러 다니거나 잘 잡히지도 않고, 어떻게어떻게 잡아도 투자한 돈은 이제는 돌려 받을 방법이 거의 없음. 1조 투자면, 그 중 10-100억이나 건질까 말까.

사실 기사에 따르면, 이미 이러한 징조는 예전부터 있었다고 합니다. 즉, 중국 정부 입장에서는 거액의 사기로 인해 입을 막대한 피해를 조금이라도 사전에 줄일 수 있었던 것이죠. 애초 회사 설립자 리쉬옌이라는 사람의 출신이 불확실하니, 이에 대해 뒷조사를 더 철저하게 했어야 했고, TSMC에서 데려온 COO 출신 장상이 (CEO)라는 사람의 계약 조건을 더 잘 살펴 보았어야 했습니다. 성과 달성에 대한 인센티브가 명시되어 있지 않거나, 조건이 애매하게 기술되어 있다면 굉장히 이상하게 생각했어야 했습니다. 지난 1월에는 HSMC가 공장 건설 대금을 지불하지 못해 소송에 휘말리기도 했는데, 그렇게 거액의 투자를 받은 회사가 다른 것도 아니고, 겨우 수백 억도 안 되는 공장 건설 대금을 지불 못한다면, 랴리건 좀 이상하다~는 낌새를 챘어야 했습니다. 지난 7월에는 우한시 정부가 “자금 부족으로 HSMC 반도체 프로젝트 좌초 위기”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기도 했는데 (우한시 공무원들이 코로나 와중에도 꽤 똘똘히 일했던 모양입니다.), 이 때쯤 되면 상황 파악은 아마 90% 이상 되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보고서는 상황 판단을 나름 잘 했지만, 후속 조치를 '추가로 투자하기 어려움' 정도로 약하게 내려 버린 것이 화근이었죠. HSMC의 장 CEO도 예전부터 스스로가 설립자들의 사기극에 놀아 났고, 하루 빨리 자리를 내려 놓고 싶어 한다는 이야기를 했다고 하는데, 이는 중국의 국정원 격에 해당하는 기관 (당 기율위원회 등)이 이 상황을 제대로 모니터링하지 않고 있었음을 보여 주는 대목이기도 합니다.

기사에 따르면 HSMC를 세운 창업자 리쉐옌과 회사 설립에 관여한 인사들의 행방은 지금도 오리무중이라고 합니다. 전형적인 사기꾼들의 모습이 이 사건에도 연출되고 있는 셈이죠. 그 리쉐옌은 출신 배경도 잘 알려지지 않은 인물입니다. 중국 언론에 따르면 “HSMC 지분 90%를 가진 베이징광량란투 테크놀로지라는 업체의 설립 연도는 HSMC와 같은 2017년 11월인데, 사실상 두 회사 모두 페이퍼 컴퍼니일 가능성이 크다”고 합니다. 케이먼 제도 등 해외에 등록된 페이퍼 컴퍼니면 더더욱 추적이 어렵습니다. 돈은 아마 이미 몇 번의 돈세탁을 거쳐 스위스 비밀계좌로 흘러 갔을 확률이 높습니다. 이어 “2017년 주장했던 투자금 1,280억위안은 처음부터 아예 없었던 것으로 보이며, HSMC 설립 3년 동안 기술 특허 하나 나온 게 없다”고 보도했습니다. 중국에서 정말 맹목적으로 이들을 3년이나 놔둔 셈입니다. 중국 특허청이 왜 거대한 반도체 기업이 매년 수십 수백 건도 아니고, 단 한 건의 특허도 출원하지 않을까? 좀  이상하다~고 생각했어야 했을 수도 있었겠습니다. 여튼 고리고리마다 이들을 견제할 수 있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던 모양입니다. 아니면, 고리고리마다 이 허술함을 넘어 가게 해 줄 안전장치가 있었겠죠. 보통 전현직 공산당 고위간부를 임원으로 모셔올 때 이런 안전장치를 감안해 두고 모셔오니까요. 하다 못해, 한국 같았으면 공무원들이 엄청 꼼꼼하고 집요해서 이리저리 회사 관계자들들 들들 볶는 것에 전문 기술을 가지고 있으니, 어디 호텔이나 컨벤션센터 같은 장소를 빌려서 관계자들, 기자들 다 모아 놓고 중간중간 성과 발표회나 특허 출원 아이템 분석이나, 연구개발 보고회 같은 이벤트가 있었을 법 한데, 아예 이런 이벤트가 없었거나, 있었더라도 시제품 발표회 등으로 형식적으로만 이뤄졌을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사기 규모가 조 단위라, 아마 문책 당할 관리들이 어마어마하게 많을 것 같습니다. 인민의 분노를 달래기 위해서라도 주동자 리쉬엔은 쥐도새도 모르게 지구 끝까지 추적 당해 형장의 이슬로 사라질 가능성도 보입니다.

사실 이 사건의 더 웃픈 대목은 따로 있습니다.

[중국 경제 매체 차이신은 지난 1일 “HSMC가 중국 업체 중 유일하게 보유 중이라고 자랑했던 7나노 공정용 최첨단 장비가 은행에 압류됐는데, 알고 보니 이미 수년 전에 나온 철 지난 기기였다”고 보도했다.] 라는 부분입니다.

앞서 봤듯, 전형적인 투자 보조금 가로채기 용 사기 수법을 교과서대로 잘 재현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이런 케이스가 중국의 반도체 굴기 국면에 굉장히 비일비재 할 것이라는 점입니다. 왜냐하면 여전히 중앙 단위, 지방 단위, 회사 단위로, 눈먼 산업 보조금과 재정 혜택이 너무 중구난방으로 많고 (또 중복되고 있고), 이것을 실시간으로 중앙 집권 체제에서 주도면밀하게 관리하기에는 그 규모가 너무 크고 복잡한데다가, 더구나 시진핑 정권 하에서의 산업굴기 목표가 정부가 설정한 데드라인 전에 달성되어야 하므로, 중앙 정부가 무조건 빨리빨리를 외치고 있기 때문입니다. 중국의 반도체 굴기가 내부적으로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그 속사정을 일일이 알 수는 없겠지만, 이러한 사기 이벤트가 앞으로도 지속된다면 그 끝은 중국 인민들에게 별로 행복한 결말은 아닐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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