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화가 마르셸 뒤샹(Marcel Duchamp, 1887-1968)
현대미술은 몰라도 이 사람의 작품은 오늘날 너무나도 유명한데
세상에 공개되자마자 숱한 논란을 낳은 작품 <샘>(1917) 때문이다
실물이 아닌 개념을 만들어 유통시킨다는 그의 아이디어는 후일 NFT에 영감을 주었다고 알려져 있음
그런데 그가 NFT의 선조격으로 여겨지는 것은 단순히 이 작품을 만들었기 때문만은 아님
<샘>이 유명해지자 각국의 미술관들은 뒤샹의 작품을 소장하고 싶어했는데
이것은 당연하게도 뒤샹의 의도와는 다른 것이었다
그가 만든 것은 개념이지 작품의 실물인 변기가 아니었기 때문
그래서 그는 자신이 실물이 아닌 개념을 만든 것이라는 점을 보여주기 위해 새로운 작업을 선보이는데
여행용 가방 안에 자신이 만들었던 작품을 미니어쳐로 만들어 이것이 <샘>과 동일한 작품이라고 주장하기 시작한 것
즉, 작품을 구매하는 사람이 <샘>이 아닌 위 사진 속에 있는 미니어처 변기를 구매해도 그 작품을 소유한 것과 다름 없다는 주장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요즘 같으면 블록체인 기술로 이러한 점을 구현할 수 있었겠지만 때는 컴퓨터도 나오기 전인 20세기 초
그런게 가능할리 없었으므로 조그만 미니어쳐 복제품을 만들어 유통하고 그것을 작가 자신이 공인하는 방식으로 일종의 아날로그 NFT를 구현한 것이다
심지어 그는 <샘>의 전철을 밟지 않고자 대중에게 한 번도 공개 안된 작품을 미니어쳐로 만들어서 관객들에게 보여주기도 했다
실제로 위 사진에 나온 <큰 유리>(1915-1923)라는 작품은 당대에 미니어쳐로는 숱하게 알려졌지만 원본이 공개된 것은 작가가 죽은 이후였음
이러한 선구적인 작업들 때문에 오늘날 평론가들은 뒤샹을 NFT의 초기 개념을 고안한 선구적 인물이라 평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