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4년, 당시 미국의 대통령이던 로널드 레이건은 재선 도전을 공식화했다.
사실 레이건은 1981년 첫 취임할때부터 만 69세로 당시에는 역대 최고령 나이로 취임할 대통령이었는데,
(현재 이 기록은 만 70세의 트럼프와 만 78세의 바이든이 연속해서 경신)
재선을 위한 선거가 펼쳐진 1984년에는 나이가 만 73세에 달한 상태였다.
2020년대인 현재에는 73세가 그리 고령인 것처럼 느껴지지 않을 수도 있지만, 당시는 1980년대라는 점을 고려하자.
반면 민주당의 후보로 결정된 월터 먼데일은 당시 만 56세로 레이건에 비해 상대적으로 젊었으며
만 32세의 나이로 미네소타주 검찰총장에 선출되고 만 38세의 나이로 미네소타 연방 상원의원에 당선된 엘리트 중 엘리트였다.
먼데일은 지속적으로 레이건이 정상적인 임기를 수행하기에는 너무 고령이며, 자신이 대통령직에 적합한 젊은 인재라는 점을 어필했다.
그러던 중, 첫 번째 대통령 후보자 토론이 진행되었는데 여기서 이 문제점이 더욱 부각된다.
토론의 달인이자 희대의 달변가인 레이건이 고유명사를 착각하고, 말의 순서를 틀리고 횡설수설하는등 불안하고 흔들리는 모습을 보인 것이다.
첫 번째 토론이 끝나자 먼데일의 프레이밍이 먹혀들어가는 것 같은 분위기가 연출되었다.
그러던 중 두 번째 대통령 후보자 토론이 진행되었는데
2차 토론회의 패널로 참여한 <볼티모어 선>의 헨리 트레윗 기자가 대놓고 이런 질문을 던진다.
"당신은 이미 미국 역사상 가장 나이가 많은 대통령입니다. 몇몇 참모들은 당신이 요즘 먼데일 후보와 맞닥뜨리는 걸 힘겨워한다고 하더군요."
"쿠바 미사일 위기가 터졌을 때, 케네디 대통령은 사태가 종료될 때까지 며칠 동안 거의 잠에 들지 못했습니다."
"이런 일이 터지면 무리 없이 제 역할을 해내실 수 있겠습니까?"
자칫 대답을 잘못하면 선거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질문이었는데...
여기서 레이건은 당황하지 않고 딱 한 문장으로 상황을 완전히 반전시킨다.
정색을 하며 진지한 표정을 지은 레이건은 기자의 질문에 이렇게 답한다.
"물론입니다, 트레윗 씨. 그리고 이것도 알아주셨으면 하는데요."
"저는 이번 선거에서 나이 문제를 쟁점으로 삼아 문제를 제기하지 않을 것임을 밝힙니다."
"저는 상대방이 젊고 경험이 부족하다는 점을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하지 않을 것입니다."
레이건이 이렇게 재치있는 답변을 하자, 상대 후보인 먼데일 또한 폭소할 수 밖에 없었고
청중들과 질문을 한 기자까지 파안대소하고 만다.
결국 이 유머 한 마디로 더 이상 선거 기간 내내 레이건을 나이로 공격하는 사람은 없었고
레이건은 미국 선거에 역사에 영원히 남을 압승을 거두며 재선에 성공한다.
참고로 레이건이 패한 두 개의 주는 미네소타와 워싱턴이었는데 미네소타는 먼데일의 고향이었고 워싱턴은 전통적인 민주당의 가장 강력한 텃밭 중 텃밭이다.
그마저도 미네소타에서는 득표율이 0.18% 밖에 차이나지 않아 하마터면 여기서도 레이건이 이길 뻔했다.
사실 뒤에나오는 말은 더 멋지다.
어른들이 바로잡는 일이 없었다면 지금의 미국도 없다. (There's no sta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