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포르노잡지 '허슬러'지의 창간자 래리 플린트 이야기를 해보려고 해. 허슬러는 플레이보이같은 성인 잡지로 미국 웬만한 곳에서는 다 구할 수 있는 그런 잡지인데 플레이보이보다 오히려 더 하드코어하고 노골적이고 원색적인 ㄹㅇ 포르노 잡지라고 보면 됨.
근데 이 포르노 잡지의 창간자는 단순히 포르노 잡지 창간자가 아니라, 미국 역사에 이름을 깊게 새기게 된 사람이기도 한데 그 썰을 풀어보려 한다. 도대체 왜 미국은 포르노가 합법이고 한국은 불법인가에 대해서도 돌아볼 수 있을거야
1973년 창간된 '허슬러'지가 지금의 위치에 오를 수 있게 됐던 사건이 있어. 1975년에 바로 재클린 케네디 오나시스의 누드 사진을 실어버렸던 거임. 재클린 케네디 오나시스가 누구냐? 존 F 케네디의 영부인으로 30대에 미망인이 된 미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영부인이야. 근데 그 전 대통령 영부인이 다 벗고 일광욕하는 사진을 몰래 찍어다가 잡지에 내버린거임. 그리고 그건 순식간에 200만부 이상 팔려버렸지.
구글에서 검색해도 모자이크가 지워진 사진은 나오지 않을테니 절대 검색하지 마
아무튼 이렇게 유명해진 허슬러지가 전 미국을 시끄럽게 만들고 래리 플린트가 미국 역사에 길이 남게 되는 일은 1984년에 일어나. 당시 미국에서 가장 유명했던 목사인 제리 폴웰 목사가 허슬러지를 상대로 소송을 걸었는데
"제리 폴웰이 그의 첫경험에 대해 말하다" 라면서 한 맥주 광고 패러디를 실어. 매우 독실하고 명망있는 사람이었기 때문에 세상에서 술광고에 가장 어울리지 않는 사람일 거 같아서 풍자했다고 해.
마치 인터뷰 기사처럼 실었는데 맨 아래 작게 -광고 패러디니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마세요- 라고 써두고.
내용은 화장실에서 자기 엄마와 근친상간으로 첫경험을 했다, 자긴 요즘도 설교하기 전에 매번 맥주를 마신다 맨정신으로 그런 헛소리를 늘어놓는게 가능하겠냐? 이런식의 가상 인터뷰였어.
폴웰 목사는 이에 명예훼손, 의도적으로 감정을 상하게 했다는 혐의로 소송을 걸어. 버지니아주 법원에서는 '하나님 대 악마의 대결' 이라는 재판이 열려. 그리고 법정은 명예훼손에 대해서는 인정하지 않지. 왜냐하면 지능이 있는 사람이라면 저게 패러디라는 걸 모를 수가 없기 때문에. 그렇지만 의도적으로 정서적 피해를 입혔다는 주장을 받아들여서 래리 플린트에게 벌금형을 내려 폴웰 목사가 승리하게 되었어.
그러자 래리 플린트는 "풍자나 패러디를 하는 이유는 그 대상을 골려주려고 하는거다. 그런데 그걸 하지 말라고 하면 그건 수정헌법 1조를 침해하는 것이다." 라면서 항소해.
수정헌법 1조가 뭐냐? 전 세계에서 미국을 가장 자유로운 나라로 만들어준, 말 그대로 미국의 근본인데
"의회는 종교의 자유, 표현의 자유, 언론의 자유, 집회의 자유, 청원의 자유를 제한하는 법을 만들 수 없다." 가 수정헌법 1조야. 그리고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의회는 저것들을 제한하는 법을 만들 수 없다'라는 점이야.
1776년에 영국으로부터 독립선언을 하면서 나온 독립선언문에 분명 우리 모두는 평등하게 태어났고 조물주로부터 양도할 수 없는 권한들을 부여받았는데 그것들은 삶, 자유, 행복추구권이다 라고 적혀있는데 즉 저런 자유들이 국가로부터 받는 것이 아니라, 그냥 인간이라면 태어날때부터 하늘로부터 받는 '천부인권'이라는 거고 감히 국가따위가 그런 걸 제한할 수 없다 이런 개념이라고 생각하면 돼.
우리 헌법과는 많이 다른데, 우리 헌법에서는 "모든 국민은 언론 출판, 집회 결사의 자유를 가진다." 라고 되어있지만 그 뒤에 "언론 출판은 타인의 명예나 권리 또는 공중도덕이나 사회윤리를 침해하여서는 아니된다" 라고 제한을 두고 있지. 즉 미국은 저런 자유는 하늘로부터 주어진거니 국가가 어떻게 할 수 없음! 이라고 헌법에 되어있는거라면, 한국에서는 국가에서 허용한 것들만 하라는 것임.
즉 미국에서 포르노가 합법인 이유는 미국이라고 해서 포르노를 보는 게 도덕적이라서가 아니라, 수정헌법 1조에 근거하여 그런 표현의 자유를 막을 수가 없기 때문에, 엄밀히 말하면 불법으로 지정할 수 없기 때문에 합법인 것이고, 한국에서 포르노가 불법인 이유는 '공중도덕이나 사회윤리를 침해하여서는 아니된다'라고 헌법에도 유교탈레반적인 문장이 들어있기 때문에 불법인 것이야.
아무튼 결국 재판은 연방대법원까지 가는데, 그 연방대법원에서의 이야기가 영화화 되기도 해서 그 영화의 대사들을 옮겨와볼게
판사 : 허슬러는 왜 어머니를 광고에 끌어들였습니까?
변호사 : 문학적인 풍자입니다
판사 : 어떤 공적인 목적이 있었습니까?
변호사 : "레이건은 뇌가 없다, 부시는 겁쟁이다" 라고 하는 것과 같은 목적이 있었습니다. 사람들이 공인을 비판하면 그들이 '감정적인 고통'을 받는 것은 당연합니다. 이건 우리 모두가 알고 있고 반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따라서 '감정적인 고통'은 처벌의 기준이 될 수 없습니다. 그리고 미국은 이런 풍자도 사회의 건강을 위해 꼭 필요하다는 믿음 위에 서있는 나라입니다.
결국 1988년 2월 24일 연방대법원은 만장일치로 래리 플린트의 손을 들어줘. 판결문에는 이리 적혀있었지 '수정헌법 1조에 따르면 공인이 감정적 고통을 받았다 하더라도 보상을 요구할 수 없다.' 언론의 자유가 보장되어 있는만큼 거기에서 나온 감정적 고통을 책임질 필요가 없다라는 거였지
당시 래리 플린트를 변호했던 변호사는 이렇게 말했어 "많은 사람들을 거슬리는 입장을 취하거나 사람들이 싫어하는 발언, 논란의 여지가 있는 주장을 해도 보호를 받을 수 있다면, 모든 주장이 보호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바로 그 원칙을 확인한 판결이었다."
하나 재미있는 사실은 나중에 래리 플린트와 폴웰 목사는 나름 친해졌는데, 폴웰 목사가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같이 공개토론 같은 걸 하면 어떠냐? 라고 물어봤고 플린트가 거기에 응하면서 서로 자주 만나게 되고 나중엔 서로의 집도 방문하면서 친해졌다고 해. 물론 죽을때까지 서로의 사상이나 도덕적인 면에서는 이해하지 못했지만.
그리고 맨 처음 래리 플린트 사진을 보면 휠체어를 타고 있는데, 래리 플린트는 1978년 한 백인우월주의자가 쏜 총에 맞아 하반신 마비가 되었었는데, 그 백인우월주의자는 허슬러 잡지에서 흑인 남성과 백인 여성의 사진을 보고 인정할 수 없어 플린트를 죽이려고 총을 쐈다고 해...
아무튼 그 백인우월주의자는 5명을 더 죽여서 사형선고를 받게 되는데, 래리 플린트는 사형 집행을 앞두고 자기를 쏴서 불구로 만들었지만 "국가가 국민들간의 살인을 금지한다면, 국가도 국민을 죽이는 사형도 없어져야 한다" 라면서 사형 집행을 원치 않는다면서 선처를 호소하기도 했었지.
아무튼 이렇게 표현의 자유, 미국의 역사에 큰 이정표를 세운 포르노의 왕 래리 플린트는 2021년 2월, 세상을 떠나고 가족들이 원치 않아 사인은 공개되지 않았어.
"살인은 불법인데 살인하는 장면을 찍어 보도하면 특종이 된다. 섹스는 합법인데 섹스하는 장면을 찍어 보여주면 감옥에 간다." - 래리 플린트
"나같은 쓰레기같은 사람의 표현의 자유가 보장받는다면, 모두의 표현의 자유가 보장된다는 의미일 것이다." - 래리 플린트
표현의 자유로 인한 포르노의 합법이라 흥미롭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