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게임, 인터넷 등에선 겹치는 닉네임을 방지하고 있다.
그러면, 현실에선 어떨까?
여기, 겹치는 지명으로 헌법재판소까지 가게 된 두 지역이 있다.
(사실 명확한 중복 지명은 아니고 관습적 지명과 행정적 지명이 충돌한 사례라고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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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는 1980년대,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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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서울시 동작구에 위치하던 공군사관학교는 서울이 개발되면서 결국 충북 청주시(당시 청원군)으로 이전하게 된다.
그리고 원래 공사가 있던 부지는 서울시가 매입하여 공원과 시립 병원을 조성하고, 이름도 공군의 상징인 보라매로 붙인다.
- 보라매역-보라매공원역-보라매병원역 보라매3형제 구간.
보라매공원은 시민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고, 주변의 시설물, 건축물들도 보라매라는 이름을 사용하며 '보라매'는 지역의 관습적 명칭으로 자리잡는다.
그리고 다시 2008년. 그 바로 옆동네인 관악구는 숫자로 되어있던 모든 행정동의 이름을 갈아엎는 행정 대개편을 진행한다.
- 작은 글씨가 원래 동 명칭, 큰 글씨가 새로 바뀐 동 명칭.
문제는 봉천1동이 '보라매'동으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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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 관습적으로 '보라매'라는 지명은 거의 대부분이 동작구 신대방동에 속해있던 것이다.
보라매병원도, 보라매공원도, 보라매역도, 보라매 붙은 것들은 다 우리땅에 있는데 왜 너네땅이 보라매동이냐고?
(사실 7호선 보라매역은 영등포구와 동작구 사이에 걸쳐 있다)
헌재 형님덜 저희좀 도와주십셔 ㅠㅠ
아 쓸데없는거 재판 끌고오지 말라고 가뜩이나 일도 많은데...
헌법재판소는 이에 대한 동작구의 권한쟁의심판 요청을 '기각'도 아니고 '각하' 해버린다.
재판의 요건조차 갖추지 못했다는 의미.
요지는 대충 이렇다.
- 명소나 시설물의 명칭은 지명과는 구분되는 것
- 행정동은 운영 단위일 뿐. 지명을 바꿔도 실제 주소 등이 변경되지는 않음
(주소에는 더 큰 단위인 법정동 이용)
- 따라서 어느 지자체가 행정동 명칭을 독점적, 배타적으로 쓸 권한 없어.
이러한 이유로 헌재는 지명이 상표권의 대상이 되는지는 판단하지 않았는데, 만약 행정동이 아니라 법정동 또는 읍, 면, 구 등의 다른 행정구역 단위였다면 어땠을지 궁금해지는 부분이다.
아무튼 그래서 동작구 v. 관악구 사건은 관악구의 승리로 끝났다는 이야기.
보라매동은 그렇게 관악구에서 오래도록 행복하게 살았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