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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자무카는 몽골 제국을 창건한 칭기스 칸의 의형제이며 친우이자 동시에 그의 일생 일대 최대의 라이벌로 알려져 있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무카의 생애는 생각보다 잘 알려진 것이 없음. 다만 칭기스 칸과 비슷한 연배였으므로 그 또한 대략 1160년대 경에 태어난 것으로 추정됨. 《비사》에 따르면 그는 자다린 씨족의 시조인 자다라다이의 증손뻘 되는 인물로, 카라 카다안의 아들로 태어났음.

 

자무카의 유년기에 대해서도 알 수 있는 것은 거의 없으며 다만 칭기스 칸이 11세 소년이었던 시절, 오논강 유역에서 머물던 때에 그와 친해져 의형제, 즉 "안다"의 관계를 맺었던 사실 정도만이 널리 알려져 있음. 당시 자무카가 숫노루의 발목뼈로 주사위를 만들어 칭기스 칸에게 선물하자, 칭기스 칸 또한 구리로 주사위를 만들어 선물하였고 이후 두 사람이 얼어붙은 오논 강 얼음 위에서 주사위 놀이를 하며 처음 의형제를 맺었음. 이듬해 봄에 자무카가 송아지의 뿔로 만든 우는살을, 칭기스 칸이 노간주나무로 만든 고두리살을 서로 교환하며 두번째로 의형제를 맺었음.

 

이후 그의 유년기 또한 칭기스 칸과 마찬가지로 불우한 편이었던 것으로 보임. 《비사》에 보이는 자무카 그 자신의 발언에 따르면, 그는 어려서 부모를 잃었으며 형제도 없었다고 함. 가족으로는 아내가 있었으나 수다쟁이었고, 부하들과의 사이도 원만하지 못했음. 그러나 자무카는 총명하고 꾀가 많아서 이른바 "세첸"이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였는데,  이는 곧 몽골어로 "현명한, 똑똑한" 정도의 의미임.

 

《집사》에 따르면, 자무카는 어느날 메르키트 족의 수령인 토크토아 베키의 공격을 받아 부족민과 재산을 모두 빼앗기고 30여 명의 누케르, 즉 동료들과 함께 숨어 지내야 했음. 곤경에 처한 자무카는 토크토아에게 전갈을 보내 그를 아버지처럼 모시며 충성할 것을 다짐했고 결국 그의 휘하에 들어갔음. 머리가 뛰어나고 언변도 좋았던 자무카는 이윽고 토크토아의 여러 장수들로부터 신임을 얻는데 성공했음.

 

자무카는 적당한 때가 왔다가 생각되자 이른 새벽에 케식(친위대)의 경계가 소홀한 것을 틈타 30명의 부하를 거느리고 토크토아의 천막을 급습했음. 자무카는 겉으로는 "당신의 안전을 확인하러 왔다"고 말했지만 이는 무언의 협박이나 다름이 없었고 이 상황에 겁을 먹은 토크토아는 빼앗아간 부족민과 재산을 모두 자무카에게 돌려주게 되었음. 목적을 이룬 자무카는 메르키트를 떠나 본래 자신이 거주하던 곳으로 돌아갔음. 후술하겠지만, 이후 자무카는 케레이트 족의 토그릴 칸(훗날의 옹칸)의 휘하에 들어가 제법 강력한 세력을 떨치게 된 것으로 보임.

 

 

 

2.

이후 칭기스 칸과 자무카는 장성하여 다시 만나게 되었음. 메르키트 족이 칭기스 칸의 집을 습격하여 그 아내인 보르테를 납치해간 사건이 그 발단이 되었음. 혼자 힘으로 강대한 메르키트에게 복수할 수 없었던 칭기스 칸은 자신의 아버지 예수게이와 의형제를 맺었던 케레이트 족의 토그릴 칸(훗날의 옹 칸)을 찾아가 도움을 요청했음. 앞서 그로부터 검은 담비 코트를 선물받고 그를 자신의 종사로 인정했던 토그릴 칸은 마땅히 칭기스 칸을 돕겠다고 나섰음. 

 

이때 토그릴 칸이 자무카를 불러 자신과 칭기스 칸을 돕도록 하였는데, 이때 토그릴은 그를 "아우"라 부르고 있었음. 칭기스 칸이 토그릴 칸의 휘하에 들어가면서 그의 아들이 된 것과 달리, 자무카는 형제가 되어 그 항렬이 좀 더 높은 편이었음. 자무카 또한 어릴 적의 친우이자 의형제였던 칭기스 칸을 돕겠다며 기꺼이 나서 곧 토그릴 칸과 칭기스 칸 등과 함께 연합군을 결성해 메르키트 족을 습격하게 되었음. 연합군이 집결할 당시 토그릴 칸과 케레이트 군이 약속한 날짜보다 사흘이나 늦자 자무카가 그를 심하게 나무라자 토그릴 칸이 책임을 인정하며 사과한 일이 있었음. 이는 당시 자무카의 세력이 제법 강대했음을 보여줌.

 

1184년 경, 토그릴 칸과 자무카는 각기 1만의 군사를 거느리고 오논 강 상류의 보토간 보오르지에 집결한 후 뗏목을 만들어 킬코 강을 건넌 후 보오라 초원에 있는 메르키트 족의 수령 토크토아의 부락을 습격했음. 이 공격은 매우 성공적으로 끝이 나서 메르키트 족은 처절하게 약탈을 당하고 메르키트의 수령들은 셀렝게 강을 따라 달아나 버렸음. 칭기스 칸 또한 이 싸움에 참전하여 메르키트에 의해 납치되었던 아내 보르테를 되찾는데 성공함. 메르키트 원정이 잘 마무리된 후 자무카와 칭기스 칸 두 사람은 코르코낙 숲에서 함께 설영하며 금띠와 말을 포함한 약탈품을 서로 나누며 다시 의형제를 맺었음. 사이가 돈독해진 두 사람은 함께 1년 6개월 정도를 지냈음.

 

그런데 어느날 자무카는 칭기스 칸에게 "말치기들을 시냇가로, 양치기들을 골짜기로 가게 하자"라는 의미를 알 수 없는 말을 했음. (※ 지금의 역사학계에서도 이 발언의 정확한 해석에 대해서 의견이 갈리고 있음) 칭기스 칸이 어머니인 호엘룬과 아내인 보르테 등과 더불이 이 문제를 의논하자, 보르테는 이에 대해 "자무카가 우리에게 싫증이 난 모양이니 그냥 결별합시다"라는 의견을 냈음. 칭기스 칸은 아내의 의견을 받아들여 밤새 이동하여 다른 곳으로 떠나버렸고 이후 1186년 경, 자신을 따라온 추종자들인 알탄과 쿠차르 등에 의해 칸으로 추대되었음. 

 

이처럼 한동안 칭기스 칸은 사실상 자무카의 휘하에 들어가 있던 중 그와 결별하고 자신만의 독자 세력을 거느리게 된 것인데, 이때 두 사람 사이에 어떤 갈등이 있었던 것인지는 확실하지 않음. 《비사》에서는 보르테의 입을 빌려서 자무카가 칭기스 칸에게 싫증을 냈다고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자무카가 알탄과 쿠차르가 자신과 칭기스 칸 사이를 이간질하여 멀어지게 했다고 꾸짖는 대목도 있어서 애매한 면이 있음.

 

 

3.

이후 자무카는 칭기스 칸과 본격적인 군사 대립을 하기 시작함. 그 발단은 그의 친족으로 알려진 다이차르의 죽음이었음. 하루는 다이차르가 칭기스 칸 측의 목초지에 들어가 조치 다르말라의 말떼를 훔쳐 갔는데, 이때 다르말라가 추격에 나선 끝에 다이차르의 등허리를 활로 쏘아 죽이고 말떼를 되찾아왔음. 《비사》에서는 이 다이차르가 자무카의 아우라고 하였으나, 정작 자무카 그 자신의 발언에 따르면 그에게는 형제가 없었기에, 《집사》의 기록 처럼 단순히 그의 부하 혹은 친족이었을 가능성이 높음.

 

1187년 경, 자무카는 다이차르의 죽음을 빌미로 삼아 13익으로 나뉜 3만 군대를 소집하여 칭기스 칸을 공격했고, 칭기스 칸 마찬가지로 13익으로 나뉜 3만 군대로 이에 맞서 달란 발주트에서 싸움을 벌였음. 이 싸움에서 자무카는 칭기스 칸을 크게 격파했고, 참패한 칭기스 칸은 많은 추종자들을 잃고 제레네 협곡으로 물러나야 했음. 승리한 자무카는 더이상 칭기스 칸을 추격하지 않았지만 그 대신 포로로 잡은 치노스 족의 귀족을 70여 개의 솥에 삶아 죽이는 잔학한 행동을 했음. 이런 잔인한 행동의 여파 때문이었는지 오로오드 족의 주르체데이와 망고드 족의 코일다르 등이 자무카의 휘하에서 이탈하여 숨어있던 칭기스 칸에게 찾아가 그에게 합류하는 악재도 있었음.

 

이후 칭기스 칸은 자무카에게 겪은 패배에도 불구하고 케레이트의 옹 칸과 손을 잡았을 뿐 아니라 타타르 족, 나이만 족, 메르키트 족 등과의 싸움에서 승리하며 그 세력을 빠르게 확장해나가기 시작했음.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자 칭기스 칸과 옹 칸의 연합군에게 밀려난 부족들이 자무카에게 붙기 시작했음.

 

1201년, 자무카는 자신을 따르는 추종자들에 의해 구르 칸으로 추대되었고, 나이만 족의 부이룩 칸, 메르키트 족의 후투, 오이라트 족의 쿠두카 베키, 타이치우트 족의 타르구타이 등의 수령들이 그와 연합을 맺어 쿠이텐에서 칭기스 칸-옹 칸의 연합군과 큰 싸움을 벌이게 되었음. 그러나 이번에는 반대로 자무카가 크게 패하였으며 그가 이끌던 연합군도 와해되었음. (※ 《비사》에 따르면, 당시 나이만족과 오이라트족이 주술을 부려 비바람을 불리 일으켰으나, 그것이 도리어 자신들의 진영으로 휘몰아치는 바람에 패배했다고 기록했음.) 그 여세를 몰아 옹 칸은 자무카를, 칭기스 칸은 어린 시절의 원수인 타이치우트 족을 추격하여 크게 승리했음. 

 

이듬해인 1202년에는 칭기스 칸이 마침내 아버지 예수게이의 원수였던 타타르 족과 결전을 벌여서 이들을 거의 궤멸시켰는데, 당시 칭기스 칸의 친족이었던 알탄과 쿠차르, 다리타이 등이 군율을 어기고 전리품을 챙기느라 전투를 중단하는 바람에 약탈품을 몰수당하는 등의 처벌을 받았음. 이에 불만을 품은 이들은 칭기스 칸을 떠나 자무카와 행동을 함께 하게 됨.

 

 

4. 

1203년, 칭기스 칸은 옹 칸과 사돈을 맺어서 자신의 장남 주치를 옹 칸의 딸과, 그리고 자신의 딸을 옹 칸의 장남 셍굼과 혼인시키려 하였음. 그러나 셍굼은 오래전부터 칭기스 칸이 자신을 재치고 케레이트 족의 지배권을 집어삼키려 한다고 생각했기에 이를 거부했고 이를 계기로 두 사람 간에 불화가 싹트기 시작했음. 이런 시기에 자무카는 알탄, 쿠차르 등과 함께 옹 칸의 휘하에 들어가 셍굼을 지지하고 나섰음.

 

자무카가 자신을 지지해주자 이에 자신감을 얻은 셍굼은 아버지인 옹 칸을 찾아가 거의 윽박지르는 식으로 지휘권을 앗아간 후 칭기스 칸을 제거할 계책을 꾸몄음. 그는 칭기스 칸의 혼담을 수락하는 척 하며 그를 초대했다가 암살하려 했는데, 칭기스 칸이 직접 케레이트 족의 진영으로 가던 중 셍굼의 음모를 알고 돌아가버리는 바람에 실패했음. 결국 칭기스 칸은 케레이트와 결전을 치러야 하는 입장이 되었음.

 

셍굼과 자무카는 연합군을 거느리고 카라칼지트에서 칭기스 칸의 군대와 크게 싸웠는데, 이때 자무카는 이상하게도 칭기스 칸에게 케레이트 군대의 배치를 몰래 알려주었음. 이는 아마도 케레이트와 칭기스 칸 양측에 큰 피해를 입힌 후 자신이 패권을 장악하려는 의도가 깔려있었던 것으로 보임.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칭기스 칸의 군대는 크게 패했고, 다만 주르체데이가 셍굼에게 활을 쏘아 그에게 상처를 입혀서 시간을 벌어준 덕분에 칭기스 칸은 간신히 목숨을 건져 탈출할 수 있었음. 대패한 칭기스 칸은 발주나로 후퇴하여 그 곳에서 끝까지 자신을 따라준 심복들과 강물을 나누어 마시며 맹약을 맺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음.

 

 

5.

카라칼지트 전투의 승리 이후에 자무카는 알탄, 쿠차르, 다리타이 등과 모의하여 옹 칸을 급습하여 몰아내고 그 지위를 찬탈하려 했으나, 옹 칸이 이를 알아채는 바람에 케레이트의 진영을 탈출해야 했음. 이듬해인 1203년에는 세력을 회복한 칭기스 칸이 케레이트 족과 결전을 벌여 이를 멸망시켰고, 옹 칸과 그 아들인 셍굼 등도 모두 죽음을 당했음.

 

옹 칸에게서 빠져나온 자무카는 이후 알탄, 쿠차르 등과 함께 나이만의 타양 칸에게 망명하여 그에게 의탁했음. 그러고 이듬해인 1204년, 타양 칸이 칭기스 칸과 결전을 벌일 당시에 그를 따라 종군했음.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 때에 자무카는 자꾸 칭기스 칸과 그 부하들의 위력을 과장하는 발언을 해서 그렇잖아도 겁이 많던 타양 칸을 자극하여 계속 뒤로 물러나게 만들었고, 결국 이 싸움에서 타양 칸은 참패하여 전사하였으며 그 아들 쿠출룩은 서요로 망명하는 등 나이만 족도 결국 몰락하게 되었음. 이때 자무카가 이런 행동을 한 이유 또한 명확하지 않음.

 

어찌 되었든 타양 칸의 참패와 함께 자무카도 대부분의 추종자들을 잃어버린 채 유랑생활을 해야 했음. 이듬해인 1205년 경, 자무카는 소수의 추종자들을 거느리고 탕루 산맥에 은거하며 산양을 잡아서 구워먹던 중 부하들에게 배신당해 결박당한 후 칭기스 칸에게 끌려갔음. 칭기스 칸은 평생에 걸쳐 자신의 친우이며 동시에 라이벌이었던 자무카를 쉽게 처치하지 못하고 주저하는 모습을 보였음. 도리어 자무카는 여전히 칭기스 칸을 "형제"라 칭하며 자신을 배신한 부하들을 처벌할 것을 요구했고, 칭기스 칸은 그 말을 따라 자무카를 포박해온 그의 부하들을 모두 사형에 처했음. (※ 본래 칭기스 칸은 종사가 주군을 배신하는 행위를 몹시 싫어해서 제 아무리 적군이라도 자신에게 투항하면 받아주었지만, 그 적군이 자신의 주군을 해친 경우에는 용서하지 않고 즉시 제거했음.)

 

이후 자무카의 최후는 기록에 따라 최후에 대한 묘사가 엇갈림. 《비사》에 따르면, 칭기스 칸은 자신의 손아귀에 떨어진 자무카와 밤새 술을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고 어떻게든 그를 회유해서 거두고 싶어 했음. 그러나 자무카는 만일 자신을 살려두면 "그대 옷깃의 이, 그대 안깃의 가시가 될 것이다"라 말하며 스스로 자청하여 칭기스 칸에 의해 피를 흘리지 않는 명예로운 방식으로 처형었다고 함. 칭기스 칸은 죽은 자무카의 유해를 잘 수습하여 묻어주었다고 함.

 

(※ 이에 반하여 라시드 웃 딘의 《집사》에서는 칭기스 칸이 자신의 의형제를 직접 죽이기가 꺼려졌던지 그를 조카, 즉 카차운의 아들 알치다이에게 넘겼고, 이후 자무카는 알치다이에 의해 산채로 사지가 조각나는 끔찍한 방식으로 처형되었다고 하였음.)

 

라시드 웃 딘은 자무카에 대하여 비록 영리하고 재능이 있었으며 민첩한 판단력도 있었지만, 또한 음모를 잘 꾸며서 신임할 수 없는 사람이었다고 평한 바 있음. 《비사》에서도 자무카가 나이만 족과 붙어 칭기스 칸과 싸우려 하다가 자신의 추종자들에게 버림을 받았다는 뉘앙스를 보여주고 있음. 결국 자무카는 출중한 능력에도 불구하고 추종자들에게 신임을 잃는 바람에 몰락의 길을 걷게 되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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