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의 총본산인 바티칸의 성 베드로 대성당.
이곳 내부와 외부의 벽면에는 공간을 파내 움푹하게 만든 벽감(niche)들이 있다.
1506년부터 1626년까지 120년 동안 성당을 개축할 때 함께 마련되었으며 처음에는 위 그림처럼 빈 상태였으나
수도회를 설립한 성인들의 성상을 1706년부터 하나씩 설치하기 시작해
1954년을 끝으로 내부의 벽감 39개는 모두 가득 찼다.
만실이 된 내부의 벽감과 달리 외부에 있는 벽감들은
1626년 대성당 완공 이후 350년 넘게 비어 있었는데
1999년부터 여기에도 세계 각국 출신 성인들의 성상이 하나 둘 설치되기 시작한다.
로스 안데스의 성녀 테레사(1900~1920)
칠레 출신의 수녀, 2004년 요한 바오로 2세 때 설치
아르메니아의 성 그레고리오(257~331)
아르메니아 출신의 주교·증거자, 2005년 요한 바오로 2세 때 설치
성 호세마리아 에스크리바(1902~1975)
스페인 출신의 신부·설립자, 2005년 베네딕토 16세 때 설치
이렇게 성상들이 세워져 있는데 가톨릭의 심장부인 성 베드로 대성당에 설치하는 것이니만큼
‘우리나라/우리 수도회도 세우고 싶다’ 해서 당연히 아무나 다 세울 수는 없고
1. 교황이 조각상 대상을 승인할 것
2. 대성전 관리소가 조각상 디자인을 감수할 것
3. 조각상은 하얀색 카라라 대리석으로 제작할 것
4. 조각상을 제안한 쪽에서 모든 비용을 부담할 것
위의 네 가지 조건을 충족시켜야지만 성상이 설치된다.
1999년부터 2022년 현재까지 성 베드로 대성당 외벽에 설치된 성상은
요한 바오로 2세 때 8개, 베네딕토 16세 때 9개로 23년 동안 20개가 채 되지 않은 상태이다.
그러던 지난 8월
KBS1 ‘특파원 보고 세계는 지금’에서
한국인 최초로 교황청 장관이 되어 봉직 중인 성직자부 장관 유흥식 추기경이 출연하여
“성 베드로 대성당 외벽에 한국인 최초의 사제 성 김대건 신부의 성상을 모셨으면 좋겠다고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요청해 허락을 받았다”고 밝혔다 ㄷㄷ
프란치스코 교황의 측근 중 한 명이시자 장관급 인사가 직접 언급한 것이니만큼
확정된 것은 기정사실로 봐도 무방했는데
바로 어제!
2022년 10월 13일 한국천주교주교회의가
2022년 추계 정기총회 결과를 발표하면서 이와 관련된 사항을 공식화했음을 발표했다.
주교회의 의장 이용훈 주교가 어제 기자회견 자리에서 설명했는데
이제 막 시작한것이기 때문에 성상의 완성과 설치 및 봉헌 시점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덧붙임.
위의 이미지가 김대건 신부 성상의 완성 상상도인데
살펴보자면 김대건 신부는 도포 차림에 갓을 쓰고 사제용 영대(스톨라)를 어깨에 착용했으며
성상의 좌대에는 첫째 줄에 한국어로 '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 순교자'
다음 줄에 라틴어로 'COREA 1821-1846'
마지막 줄에 라틴어로 'S. ANDREAS KIM TAEGON PRESBYTER ET MARTYR'라는 문구가 새겨진다.
지난 8월에 미리 언급했듯이 유흥식 추기경이 한국인 최초의 사제 김대건 신부의 탄생 200주년을 기념하는 의미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성상 봉헌 의사를 전달했고, 교황이 이를 승인함에 따라 절차가 시작되었다.
조각 담당 또한 이탈리아 카라라 국립미술아카데미 출신 한진섭 조각가 분 께서 제작을 맡게 되며
카라라산 흰색 대리석을 사용해 3.77m 높이로 만들어질 예정.
상술했듯이 성 베드로 대성당 관리소가 제시한 성상 설치 기준에 따라
김대건 신부의 성상 제작 비용은 한국의 모든 교구가 함께 지원하게된다.
우리나라 천주교가 선교사 전도 없이 자연 발생한 천주교라 기적중 하나로 여겨져서 이런 영광도 생기네 ㄷ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