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량 레미콘이 만들어낸 최악의 작품으로 건축 전문가들은 일산·분당·평촌 신도시를 꼽는다. "노태우 정권 때 '주택 2백만호 건설'이라는 선거 공약을 실천하기 위해 무리하게 건설한 여러 신도시 아파트에는 대부분 불량 레미콘이 사용되었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중국산 시멘트와 바다모래까지 곁들인 곳은 최악의 경우이다"라고 건축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주장한다.
일산 신도시 건설 때 레미콘 트럭을 운전했던 전춘식씨(51)는 "말 그대로 물 반 시멘트 반의 멀건 죽 같은 콘크리트를 사용했다. 신도시들이 거대한 재개발 지역이 될 것이기 때문에 20년 후면 건설 경기가 살아날지도 모른다"라고 말했다.
지난 5월17일 찾아간 일산 ㅅ아파트 단지는 입주한 지 8년밖에 되지 않았지만 벌써 재개발 아파트처럼 벽이 이리저리 갈라지고 있었다. 나이의 흔적을 감추기 위해 짙은 화장을 하듯 부실의 흔적을 감추기 위해서인지 ㅅ아파트 단지는 유난히 화려한 색으로 페인트칠이 되어 있었다. 갈라진 흔적을 페인트로 덧칠해 살짝 감춘 것을 보고 레미콘 운전기사 유성탁씨(38)는 "암에 걸린 환자가 창백해 보인다고 연고를 발라주는 것이나 마찬가지다"라고 표현했다.
입주 초기에 재시공까지 요구하며 부실 공사에 적극 항의했던 주민은 이제 집값이 떨어질 것을 염려한 탓인지 페인트칠에만 열심일 뿐 더 문제 삼으려 하지 않는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부실 폭탄 돌리기'에 어느새 그들도 공범이 된 것이다.
출처 : 시사저널(http://www.sisa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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