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불전쟁에서 프로이센군이 최신식 장비로 프랑스군의 구식 장비를 압도했다는 이미지는 순 신화에 불과하다.
프랑스 제국군은 당시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후장식 볼트액션 소총이었던 샤스포 M1866소총으로 무장하고 있었고,
프로이센군의 구식 드라이제 소총은 프랑스군의 강력하고 정확한 샤스포 소총은커녕
미국 남북전쟁에서 쓰였던 일부 소총보다도 오히려 성능이 뒤떨어질 지경이었다.
게다가 프랑스군은 프로이센군에겐 없는 그들의 비밀병기로서 극초기형 기관총 - 미트라외즈 속사포도 갖고 있었다.
미트라외즈가 프로이센군 병사들을 추풍낙엽처럼 쓰러뜨리는 광경을 본 한 프로이센군 장교는 이렇게 말했다.
"미트라외즈 때문에 부상을 당한 자는 알고 보면 극소수였다. 왜냐면 맞았다간 확실히 그냥 죽으니까."
프랑스군의 진짜 문제는 제대로 된 장비가 없었다는 게 아니라, 필요할 때에 필요한 곳에 없었다는 것이었다.
프랑스의 동원은 프로이센보다 느렸지만, 어리석은 나폴레옹 3세와 장군들에 의해
병사들이 채 준비를 갖추기도 전에 공격이 시작됐다.
그 옛날 삼촌께서 군대를 이끌고 알프스를 넘어 대프랑스 동맹군을 격파하는 기적의 승리를 거두고
야망의 날개를 펴기 시작했던 것처럼, 자기도 친히 전장에서 프로이센군을 격파해 승리의 월계관을 쓰고 파리로 개선한다면
원치 않았던 전쟁이라는 정치적 위기를 뚫고, 보나파르트 황조 생명연장의 꿈을 이룰 수 있으리라 여긴 나폴레옹 3세는
어린 황태자와 함께 파리를 떠나 최전선으로 향했다.
그는 "보나파르트 가문의 남자는 군대를 진두에서 이끈다!"고 한껏 허세를 부려대며 친히 전장에 나섰지만
차라리 파리의 황궁에서 얌전히 기다렸으면 민폐까지는 끼치지 않았을 것을,
젊어서부터 여자 놀음과 아편으로 찌든 방탕한 생활 탓에, 이젠 말조차 제대로 탈 수 없을 만큼 저질체력이 된지라
심지어 프랑스군은 자르브뤼켄 전투에서 승리를 거두고도, 제풀에 퍼져버린 황제의 쿨타임을 기다리느라 진격을 못했을 지경이었다.
프랑스군이 전선에서 연전연패를 거듭하자, 급기야 파리에서 대폭동이 일어나 내각이 총사퇴하고
긴급히 구성된 신내각이, 신하들이 황제로부터 지휘권을 강제로 박탈해 휘하 장군에게 넘기는 초유의 사태까지 벌어졌다.
게다가 나폴레옹 3세와 그의 늙고 굼뜬 장군들은, (진짜)나폴레옹 시대의 향수에만 푹 절어 있었을 뿐
수십만 대군이 움직이는 근대전에 대비한 병참체계 확립에는 그동안 관심이 1도 없었다.
아주 자연스럽게도 전선의 병사들에게는 총과 수송수단과 의료 지원이 전부 부족했다.
수송대가 전선으로 대포와 소총을 무지성 운반하면서 정작 탄약은 빼먹지를 않나,
병사들에게 보급품을 제공해야 할 전선 근처의 탄약고와 요새에는 물품 창고가 텅 비어 있었다.
열차를 타고 후방에서 전선으로 도착한 신병들은 소속 부대조차 찾지 못해 우왕좌왕하거나
전투는 뒷전이고 당장 굶어죽지 않기 위해 먹을 것을 찾아 헤멨다.
전선의 한 야전사령관은 프랑스 제국 전쟁성 장관에게 절박하기 그지없는 편지를 썼다.
"보급창에는 야전용 취사도구, 접시, 난로, 말 안장도 없습니다.
야전 병원을 위한 식당은커녕 사단이나 군단을 위한 야전 병원 자체가 없습니다.
7일까지 부상병들을 위한 들것 하나 구하기도 어려웠습니다.
수천 명의 부상병들이, 그들을 옮길 그 어떤 수단도 준비되지 않았기에 고스란히 적의 손에 떨어졌습니다.
6일에는 다리를 폭파하라는 명령이 떨어졌으나 군단 전체에서 그 명령을 수행할 만큼의 화약이 있는 부대가 없었습니다.
공병대에도 포병대에도 여분의 화약이 없었습니다."
프랑스의 비밀병기, 극초기형 기관총 미트라외즈는 25개의 총신다발로 이루어져 있었으며
개머리에 있는 클립에 의해 장전되었다.
장전수가 장전을 하고 사수가 손잡이를 돌리면 1분에 250발을 발사할 수 있는 성능을 자랑했다.
문제는 기밀 유지가 너무 엄격했던 나머지, 그동안 심지어 기관총 사수들조차도 제대로 훈련을 할 기회가 없었다는 것이었다.
기관총이라는 신무기의 개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병사들에게, 그것은 일종의 작은 신형 대포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몇몇 전투에서는 가까운 거리의 프로이센군들에게 기관총을 발사해
밀집대형으로 몰려오던 프로이센군을 무더기로 쓸어버리는 엄청난 전과를 거두기도 했지만
대부분의 경우, 프랑스군 사수들은 기관총을 전선에서 훨씬 뒤쪽으로 떨어진 곳에서 발사하려다
독일 포병대의 최신식 크루프 속사포에게 맹포격을 받고, 제대로 쏴보지도 못한 채 박살이 나 버렸다.
- 윌리엄 위어 저 "세상을 바꾼 전쟁",
권성욱 저 "별들의 흑역사" 에서
??? : 조카야...씨발 진짜 좀...